코로나로 인해 비일상의 삶을 보내고 있는 요즈음 우리가 타의에 의해 잊고 지나가는 것이 너무 많아 씁쓸함을 금하기 어렵다. 특히 위대한 예술가들의 죽음이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게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작년에도 영화음악의 대가 엔니오 모리코네와 현대음악작곡가 펜데레츠키가 세상을 떠났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언급이 필요없는 영화음악의 대가이고 수많은 작품들이 그를 대변하고 있지만 펜데레츠키는 대중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아도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현대음악작곡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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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하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
그가 1961년에 내놓은 ‘희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애가’는 당시 현대음악계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52명의 현악기만으로 다양한 음색과 음향을 만들어낸 이 작품 이 후 음향작곡이란 새로운 사조가 나왔고 펜데레츠키는 늘 현대음악의 최선봉에 서 있었다. 친한파였고 한국에도 자주 내한을 했으며 그의 교향곡5번은 코리아란 제목이 붙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 지난 9월 2일 96세로 그리스의 국민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우리 곁을 떠났다. 펜데레츠키나 이 테오도라키스를 보면서 정말 이제는 이들이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오도라키스는 언뜻 이름이 낯설지만 60~70년대의 영화인 ‘희랍인 조르바’, ‘페드라’ 등을 올드 팬들은 다 기억 할 것이다. 테오도라키스는 바로 이 영화음악의 작곡가이다. 그리고 아그네스 발차와 조수미의 노래로 유명한 ‘기차는 8시에 떠나네’란 노래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이 곡은 연인들의 이별을 노래하지만 사실 정치에 희생되는 젊은이들의 슬픈 사랑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노래이다. 테오도라키스는 작곡가이자 그리스의 독재정권에 항거한 정치적인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한마디로 그리스의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인물이다. 60~70년 대 그리스의 독재정권에 저항했고 망명까지 했다가 이 후 바뀐 정권에서는 우파로서 정당활동도 했다. 피아니스트 파데레프스키는 폴란드의 대통령까지 지냈지만 사실 음악가들중에서 이렇게 평생을 투쟁하며 정치에 참여한 것으론 이 테오도라키스가 가장 두드러질 것이다. 그리스 국민에겐 아름다운 음악과 투쟁으로 점철된 평생의 행적은 그를 국민작곡가로 여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테오도라키스의 작품은 대부분 영화음악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정말 유명한 대곡은 ‘모두의 노래‘(canto general)라는 작품이다. 이 곡은 칠레의 저항시인 네루다의 서사시에 곡을 붙인 오라토리오로서 1970년 동병상련의 이 두 거인이 망명지 파리에서 처음으로 조우하면서 역사적인 작곡이 구상되었다. 이후 1973년에 아르헨티나에서 먼저 초연이 있었고 칠레의 연주도 계획했지만 군부의 쿠데타로 무산되었다가 1993년에야 칠레의 초연이 이뤄졌다. 1983년에는 뮌헨에서 작곡가의 지휘로 또 연주가 되었다. 지금 나와 있는 음반은 이 때의 실황공연이다. 사실 이 작품이야말로 테오도라키스의 진정한 대표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사상과 의지, 그리고 50대 작곡가의 원숙한 음악적 표현력이 적절히 어우러진 대작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의 음악계에선 거의 연주가 되지 않는 작품이라 음반으로 감상을 권유하고 싶다.
예술과 조국 정치 민중, 이 모든 것들이 테오도라키스에겐 하나의 단어였고 그는 그것을 위해 평생을 몸으로 실천해 온 위대한 작곡가였다. 이제는 전설로 남겨진 이 위대한 작곡가들! 위맹한 코로나의 횡포에서도 우리가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남긴 위대한 작품들을 다시 반추하는게 진정한 코로나의 극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