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의 해외 활동 길이 막혀버렸지만 과거에는 매년 한두 차례씩 학생들을 데리고 일본 연수를 가곤 했다.
연수 프로그램 중, 재난방재센터 ‘화재 체험’은 정말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정전된 상태에서 출구를 찾아 빠져나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지난해 이맘때, 2021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올해 2월까지 6개월간의 대장정을 종료한 결과, 지역 대학이 받아 든 입시 성적표는 참으로 초라하다. 지역 거점 국립대조차 등록률 100%를 달성하지 못했고, 70~80%대의 등록률을 보인 대학도 많았다. 일부 대학에서는 재학생과 동문회가 들고 일어났고, 책임을 지고 총장이 물러나는 홍역을 치른 대학도 있었다.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적어도 18년 전에 이미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닥치고 나니 대학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출구를 찾지 못해 두려움에 떨며 화재 체험하던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사실 올해 대학에 진학한 2002년생부터 학생 수가 급감했고, 2005년에 태어난 지금의 고 1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4학년도에는 학생 수가 가장 적을 것이라는 학령인구 감소 그래프를 10여 년 동안 봐왔으나 아직도 정부나 대학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동안 강제로 입학정원을 조정하더니 정권이 바뀌면서 이젠 선발인원 문제는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묘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학생 수가 재정의 직접적 산출 근거임을 잘 알고 있는 대학은 끝까지 버텨보자는 심산인 듯하다. 2021학년도 4년제 대학의 미충원 인원이 1만6400명이 넘는다는 보도자료가 있었는데 2022학년도 4년제 대학의 선발인원은 전년 대비 894명 감소한 데 그친 것을 보면 참으로 배짱 한번 두둑하다.
얼마 전에 끝난 2022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원서접수 결과, 서울지역 대학 지원율은 대부분 전년 대비 중폭으로 늘어났고, 지역대학, 특히 사립대학은 상당히 낮아지는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집중 현상이 극심한 나라에서는 학생 수가 감소하게 되면 학생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수도권 대학 지원이 더욱 과도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과거, 학생 수가 많고 일률적인 교육과정 속에서는 지원율이 높아야 그 중 성적 높은 학생을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른 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난센스다.
지원율이 낮아도 그 대학 그 학과에 적합한 학생을 안정적으로 선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지금보다 고교-대학 연계 프로그램 운영 체계가 훨씬 공고해야 한다. 대학 교수들이 고등학생과 만날 기회가 제도적으로 많아야 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특기 및 적성을 조기에 발견해 학과 선택에 도움을 줘야 한다.
무분별한 지원 남발을 억제하기 위해 현재 6회로 되어 있는 수시모집 지원횟수를 4회 정도로 낮추거나 안정적인 등록을 위해 정시모집 군별 선발 제도를 수시모집에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또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을 통합하는 대신 학교생활 전 과정 중심의 ‘과정평가’와 자신이 처한 상황상 과정평가에 맞지 않는 학생을 위한 수능시험 중심의 ‘결과평가’ 체제로 명확히 구분해 선발 비율은 2 대 1, 지원 기회는 총 6회 정도 부여하는 쪽으로 개편하는 것도 괜찮다.
정부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위해 등록금 자율화를 인정해서 정원 감축으로 발생한 교비 결손을 확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정원 감축 및 유사 학과 통합에 앞장선 지역 대학에는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로 지원하게 되는 일반재정지원 금액을 지금보다 더 높이고, 일반 교직원 인건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약을 개선해야 한다.
과거, 화재 체험 현장에서도 출구는 있었다. 당황해서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 학령인구 감소라는 재앙적 위기 상황 앞에 놓인 국가와 대학에도 출구는 있다. 다만,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전 입학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