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생원~”, “호생원~” 별주부는 목이 터져라 산속에서 토끼를 불렀다. 먼 바닷길을 헤엄쳐 오다 보니 힘도 들고 지쳐 아래턱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겨우겨우 소리를 내어 부른다는 것이 “토생원”이 아니라 “호생원”으로 소리가 헛나오고 말았다. 이때 숲속에서 쉬고 있던 호랑이가 자기를 찾는 소리에, “호생원”으로 존대하여 부르는 소리에 반가워 별주부에게 내려가면서 일어나는 한 바탕의 희극이 최근 유튜브에서 3억 조회 수를 기록한 이 날치의 ‘범 내려온다’ 줄거리이다.
용왕님이 별주부를 시켜 그토록 애타게 구하려고 했던 토끼의 간에 대해, 아니 우리 사람의 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간은 어디에 있는가? 간은 오른쪽 갈비뼈에서 왼쪽 갈비뼈 중간까지 걸쳐 있는 길쭉한 삼각형 모양의 장기로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이다. 간은 혈액이 매우 풍부한 장기로 간동맥과 간문맥으로부터 일 분에 약 1600cc의 피를 공급받으며 우리 몸 전체의 피는 3~4분에 한 번씩 간을 거쳐 간다. 그럼 간은 어떤 역할을 할까. 차가 움직일 때 휘발유와 같은 연료가 계속 공급이 되어야만 움직일 수 있듯이 우리 몸도 24시간 내내 핏속에 포도당이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다. 우리는 하루에 세 끼의 식사를 하는데 식사 후 우리 몸에 섭취된 과잉의 포도당은 주로 간에서 글리코겐이라는 형태로 저장된다. 공복 시 핏속의 포도당이 줄어들게 되면 간 속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바뀌어 우리 몸은 24시간 내내 적당한 혈당을 유지, 그 에너지로 온종일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입으로 들어온 모든 물질과 영양소는 소장에서 흡수되어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간다. 소장에서 흡수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과 기타 영양소들은 간에서 대사를 거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알부민, 프로트롬빈(혈액응고인자), 필수 아미노산 및 콜레스테롤과 같은 물질로 합성, 생산된다.
음식물 속에 포함된 각종 세균이나 독소, 약물들은 간에서 걸러지고 해독되어 담즙을 통해 배설된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관을 통해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에 이르며, 지방의 흡수에 도움을 주고 콜레스테롤의 배설에도 관계한다. 간이 나빠지면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오나?
피로감은 간이 나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이상 증상이다. 간은 신진대사·해독·소화흡수 등의 작용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간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피로감이 심해지고 소화불량 메스꺼움 권태감 무기력증 짜증 외에도 능률 저하, 식욕 감퇴, 성욕 감퇴, 의욕 상실, 술이 잘 안 깨는 숙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변 색깔이 희어지고 소변이 붉어진다. 황달은 담즙 색소인 빌리루빈이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제거되지 않고 피부에 침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상인의 경우 빌리루빈이 간에서 대사되어 담즙과 함께 담도를 통해 십이지장을 거쳐 대변으로 빠져나가지만, 간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빌리루빈의 배설이 원활하지 못해 체내에 쌓이게 된다.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손바닥이 붉어지는 수장 홍반이 나타나기도 하고, 오랜 기간 간 기능이 나빠지면 간에서 알부민 생성이 감소하여, 혈액 내 수분이 혈관에서 복강으로 흘러 들어가 복수가 생기기도 한다.
간은 우리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에너지 공장(liver = live + r)이며 우리 몸을 독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패(肝 = 肉 + 干)와 같은 소중한 장기이다. 간이 얼마나 소중했으면 용왕님께서 그토록 간을 원했을까? 그러한 간을 잘 관리하여 오래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자.
신우원내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