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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MZ세대 자산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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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는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낮은 데 내려갈 때 유용하다. 배에 오르내리며 사용하는 선제(船梯), 요즘으로 치면 배나 비행기의 트랩(trap)이 그 예다. 분명히 사다리를 타면 오를 수도 있고 반대 경우도 있으나 어느샌가 오직 오르기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사다리로 오를 궁리만 하지 내려올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는 게 세태다.

2500년 전에도 사다리가 등장했으나 사정은 달랐다. 공자 제자인 자공이 이렇게 말했다. “스승에게 미칠 수 없는 건 하늘을 사다리로 오를 수 없는 이치와 같다.” 같은 제자라도 스승을 섬기는 태도는 천양지차였다. 공자가 아들에게 특별한 교육이라도 하지 싶어 내용을 캐물었던 진항이 스승에 비해 당신이 뒤질게 뭐가 있느냐고 자공에게 도발적으로 묻자 나온 대답이다.

오를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으나 오르는 것만 생각하는 사다리, 같은 제자 입장에서 볼 때 당신이 스승보다 더 현명할 수 있겠다는 동료에게 스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격이 다른 사람이라고 넌지시 일러주며 빗댄 사다리는 분명 다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고 싶은 부와 권력의 사다리, 평생을 갈고 닦아야 겨우 닿을까말까 한 자기 수양의 사다리랄까.

지금, 사다리는 이도저도 아닌 세상의 몹쓸 손가락질 대상이다. 오를 궁리만 하는 사람 중에서도 선택된 사람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잘 만나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챙긴 30대가 그 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타고 간 차가 하필이면 아버지가 ‘이게 금수저의 전형’이라며 고래고래 고함치던 그 외제 승용차다. 50억 원이 흘러나온 회사는 대통령 선거의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화천대유 대장동 곽상도 의원과 그의 아들….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건 MZ세대인 2030세대의 자산 격차가 상상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상위 20%의 평균 자산 8억7044만 원과 하위 20%의 2473만 원의 차이는 35배가 넘는다. 그 속에 부동산이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부의 대물림, 즉 ‘개천의 용’이 될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사실, 소득 격차가 줄고 상대적 빈곤율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자산 격차는 오히려 더 커졌다는 사실은 지난해 연말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런 현안에 더해 세상이 다 알지만 속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부동산 문제에 각별히 민감한 MZ세대가 새로운 대통령 선택을 앞두고 있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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