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남한의 선거 때면 존재감이 각별해진다. 북한의 영향력이 남한 주민의 표심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북한 변수’다. 변수 효과가 가장 컸던 때는 2018년 6·13 지방선거였다. 그 해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지방선거 전날인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까지 열려 여당 압승의 지렛대 구실을 했다.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 때는 북한이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을 일으켜 군인 출신 노태우의 당선에 기여하기도 했다.
북한의 선거 공략 초점은 보수 후보에 맞추어져 있다. 19대 대선 당시인 2017년 4월 30일, 북한 노동신문은 “보수패당의 재집권 책동은 발악적 단계에 이르고 있다. 반동보수세력들의 정권 연장 음모를 철저히 짓부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악영향을 우려한 보수 후보 캠프는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개입을 즉시 중단하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그랬던 북한이 내년 20대 대선을 앞두곤 각 당의 후보 경선 단계에서부터 개입하고 나섰다. 북한 선전 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지난 12일 “국힘(국민의힘)이 터뜨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저들의 최대 적수를 거꾸러뜨리고 대선 국면을 저들에게 유리하게 돌려보려는 술수에서 비롯된 희대의 정치드라마”라며 보수 진영에 칼을 겨눴다. 남한 정권이 보수 세력으로 바뀔 경우, 상대하기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행태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의 보수 때리기가 보수에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보수 진영의 결집을 강화하거나 북한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 표심을 보수 후보로 기울게 만들 수도 있어서다. 그런 표심 변화를 노리고 일부러 북한의 도발(北風·북풍)을 꾀하기도 했다. 1997년 15대 대선 직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관련자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로 기소된 ‘총풍(銃風)’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경 대립을 통해 서로 권력을 유지해온 남북 ‘적대적 공생’의 후유증이다.
이런 부정적 현상에서 보듯, 북한의 남한 선거 개입은 남한과 남북 관계에 유해한 독소가 될 뿐이다. 주체적 역량이 아닌 외부 작용에 국정이 휘둘린다면 꼭두각시나 다름없지 않은가. 선거 개입은 남북 간 체제 존중, 내부 문제 불간섭 등을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1991년)에도 어긋난다. 합의서를 채택한 지 30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사문서에 지나지 않으니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