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大君)은 조선시대 왕비가 낳은 왕자를 이른다. 후궁으로부터 나온 왕자인 군과는 신분이나 대접이 하늘과 땅 차이다. 왕과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대군이지만 통상 맏아들이 왕위를 계승하는 세자로 책봉됨에 따라 치열한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처신이 만만찮았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세종의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일으켜 권력을 잡았고, 선조의 아들인 영창대군은 광해군에 밀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요즘도 심심찮게 ‘○○대군’이 입길에 오른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적을 많이 만들었거나, 장차 험한 꼴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 쉽게 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봉하대군, 영일대군이란 대통령 가족에게 붙은 별칭이 새삼스럽다. 그런 ‘○○대군’이 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박형준 시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내년 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당은 여당대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야당은 야당대로 견제구를 날릴 것으로 예상됐던 자리였다. 여야 모두 자칭타칭 시장 후보 하마평에 오른 국회의원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을 향해 “부산시장이 두 명이냐”며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이 방아쇠를 당겼고, ‘광회대군’이란 실명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미묘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의 발언은 다목적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의 리더십에 이의를 제기하며 잠재적 시장 후보로서 자신의 입지를 드러내려는 의도가 먼저 꼽힌다. 광회대군으로 호명된 김광회 부산시 도시균형발전실장과 교정시설 이전 등으로 얽힌 악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곁들여진다. 어쨌든 국정감사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니 박 시장도, 김 실장도 뒷맛이 개운찮기는 마찬가지이지 싶다. 박 시장의 취임 후 첫 원포인트 인사 대상자가 당시 행정자치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 실장이었고, 두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시절 이후 가까운 사이였다는 후문이다. 자당 의원의 내부 총질이라고 평가절하하기 앞서 혹시 오해살 점은 없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분명한 건 시장 선거를 앞둔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참에 짚어두고 가야 할 게 있다. 부산시 공무원들의 자세다. 부산시의 미래와 부산 시민을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마땅하다. 다들 열심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을 것이고 광회대군이 가장 할 말이 많을지 모른다. 물밑 이야기가 공개된 김에 다시 한번 다지고 가자는 것이다. 너무 가까이 하면 타죽고, 지나치게 멀어지면 얼어죽는 게 권력이라 하지 않았나.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