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깐부·깍두기문화, 그리고 통합돌봄 /이승렬

오징어게임이 일깨워준 신뢰·배려·챙김 등 개념, 통합돌봄 정책 일맥상통

노후 깍두기화 자연 현상, 깐부 돼줄 대선후보 뽑길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세계를 휩쓸고 있는 K-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유난히 마음에 남는 말들이 있다. ‘깐부’와 깍두기. 1970년대 이전 태생자라면 낯설지 않을 이 말들이 어째서 사무치도록 아련한 것일까. 어떤 그리움 때문이지 싶다.

깐부와 깍두기는 유년시절 우리의 인간관계를 아름답게 빛낸 ‘의미’들이다. ‘깐부’는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같은 놀이를 할 때 한 편이 되거나 단짝이 된 사람을 일컫는 속어다. 깐부가 되면 설사 자신이 희생되더라도 상대 깐부를 배신하지 않는다. 무한 신뢰를 지닌 ‘나의 편’이자 친구인 셈이다. 극 중에서 오일남 영감이 성기훈에게 “우리는 깐부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에 그 의미가 짙게 묻어난다.

깍두기 역시 마찬가지다. 놀이마다 편을 나눠 경쟁을 해야 더 재미가 있던 시절, 무리 중에 유독 지능이나 힘이 떨어지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었다. 당연히 어느 편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못난이’라고 소외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깍두기’라고 부르며 좀 더 약해보이는 팀에 추가해 들도록 배려했고, 때때로 이 깍두기로 인해 승부가 뒤집히는 짜릿한 경험도 맛보곤 했다. ‘깍두기 문화’가 건재하던 1980년대 후반까지 우리 사회에는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왕따 문화’가 없었다. 그래서 그리움이란, 이런 무한신뢰와 배려, 공생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살벌한 삶의 무한 경쟁 속에서 문득 떠올린 그 시절 벗들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이처럼 깐부와 깍두기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와 전통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현대적 개념이 바로 범국가적 신개념 복지정책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다. 이 정책은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라는 슬로건에서 그 개념이 잘 드러난다.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살던 곳, 즉 자기 집이나 그룹 홈에서 각자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다룬다. 보건복지부등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자체가 유기적 연계 체계를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

2018년 11월 정부가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내놓게 된 배경은 급격한 고령화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를 넘어 고령화 사회가 됐고, 2017년 8월 그 비율이 14%를 넘기며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2026년에는 전체의 20%를 상회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돌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고,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보편적인 문제가 됐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해법이 필요해졌던 것이다. 이 정책의 핵심은 요양(병)원 같은 시설 수용형 돌봄이 아니라, 살던 집 또는 살던 마을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총체적 돌봄 서비스를 실행하는 데 있다. 행복한 노년의 실현이 궁극적 목표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고령층의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답한 것도 이 정책의 추진 근거가 됐다.

정부 계획대로 잘 돼서 ‘포용국가’로 나아가면 좋겠지만, 풀어야 할 문제도 산적하다. 중앙정부와 건강보험공단·지자체의 연계 체계 구축, 민관 협력 시스템 조성, 표준화 모형 개발 등이 중요하다. 하지만 역시 최대 관건은 돈과 인력이다. 고령화에 따른 통합돌봄 수요 증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재원과 인력을 어떻게 마련하고 양성할 것인가가 차기 정부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는 올해말까지인 1단계 기간 16개 시·군·구에서 모형 발굴을 위한 선도사업을 벌인 후 차기 정부로 넘긴다. 2단계 사업기간(2022~2026년)에 구체적인 재정 및 인력 운용 계획 마련과 통합돌봄의 보편적 시행까지 완료해야 한다. 차기 정부 임기와 정확히 겹친다. 갈등 요소도 많다. 당장 전문간호사(NP)의 업무 범위 등 방문의료 주도권을 둘러싼 의사·간호사 단체의 의견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그래서 통합돌봄은 차기 대통령 선거전의 중요 관전포인트다. 과연 어느 후보가 시대적 과제인 통합돌봄 시행을 위한 정책 의지를 가졌는지 따져 물어봐야 한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아툴 가완디가 저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언급했듯이, 아름다운 죽음은 없지만 인간다운 죽음은 있다. 누구나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삶을 살다 떠나기를 갈망한다. 노화로 인한 신체적 약화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깍두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공공 서비스가 든든한 울타리이자 기댈 언덕이 돼야 한다. 통합돌봄이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되던 노화와 죽음을 사회적 과제로 치환시킨 정책이다. 여야 후보 중 누가 ‘깍두기들’의 진정한 ‘깐부’가 되어 줄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4. 4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5. 5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6. 6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7. 7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8. 8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9. 9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10. 10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1. 1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2. 2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3. 3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4. 4[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5. 5[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6. 6박성훈, 부산 보훈의료 공백 해소 물꼬…보훈부 장관 “전면 조사해 대책 마련”
  7. 7국힘 정점식 “李 대통령·이화영, 협력이냐 배신이냐 ‘죄수의 딜레마’”
  8. 8정동만 “PK 교통안전체험교육수 전국 두번째 …PK센터 건립해야”
  9. 9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10. 10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1. 1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2. 2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3. 3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5. 5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6. 6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7. 7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8. 8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107조…글로벌 빅테크 첫 기록(종합)
  9. 9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0. 10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임박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4. 4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5. 5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6. 6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7. 7“북항 모빌리티, 원도심 연계해야…환승센터 전면 재설계를”
  8. 8전재수 “사직구장, 야구 중심 생활체육 메카로…북항엔 돔 아레나”
  9. 9[뭐라노] ‘북항 찍고’ 광안리·해운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10. 10[뭐라노] 금정구가 인구감소지역이라고?
  1. 1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2. 2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5. 5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유튜브 쇼츠 정치
통행료 면제 명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누리호의 도전, 역대 최다 15기 위성 싣고 우주로
국제기구 인증보다 주민 체감 효과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