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본의 오뎅과 한국의 어묵탕이 같은 음식인지 다른 음식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는다. 부산 사람들이 특히 예민하다. 오랜 세월 동안 ‘어묵’ ‘오뎅’ ‘어묵탕’을 혼용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궁금증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오뎅’은 국물이 중요한데 일본에서 ‘오뎅’을 먹으면 국물에 너무 인색하거나, 국물이 아예 없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왜 이런 궁금증과 불만이 생기는 걸까? 어묵탕과 오뎅은 애당초 지향하는 바가 다른 음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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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는 오뎅에 들어가는 갖가지 재료를 ‘씨앗’이라고 한다. |
우리나라 국어학계는 외국 음식, 특히 일본음식 이름을 순화할 때 지나치게 ‘순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음식의 본질을 왜곡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오뎅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 설명에 따르면 ‘오뎅’의 순화된 말은 ‘어묵’이다. 그리고 ‘어묵탕’은 별도로 표기하고 있다. 즉 오뎅과 어묵탕을 다른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 그 자체로 보면 ‘오뎅’에 대응하는 우리말은 어묵 보다는 어묵탕이 맞다. 어묵에 대응하는 일본어는 가마보코나 한펜이 정확하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의 오류가 오히려 정확하게 해석한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의 오뎅이라는 음식은 출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몇 번의 변곡점을 거친다. 1.꼬챙이에 재료를 끼워서 된장을 발라 굽는 음식 2.꼬챙이에 재료를 끼워 된장을 발라 조린 음식 3.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에 갖가지 재료를 넣어 조린 음식. 오늘날 일본에서는 3번을 ‘오뎅’이라고 하고, 1번과 2번은 ‘덴가쿠’로 구분하고 있다. 즉 오뎅의 원형은 ‘덴가쿠’지만 오뎅과 덴가쿠는 전혀 다른 음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오뎅의 맛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갖가지 재료를 ‘씨앗(種)’이라고 한다. 적게는 10여 가지에서 많게는 50여 가지가 들어간다. 전통적으로 꼭 들어가는 씨앗으로는 무 어묵 소힘줄(스지) 달걀 문어 양배추롤 등이 있다. 씨앗이 있으면 그 씨앗을 뿌리는 ‘땅(土)’이 있어야 한다. 오뎅에서 땅의 역할을 하는 것은 국물이다. 즉 갖가지 씨앗들은 자신이 가진 맛을 국물(土)에 쏟아내고, 그 국물을 다시 흡수함으로써 새로운 ‘열매(果)’로 탄생하게 된다. 이것이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오뎅이라는 음식의 개념이다. 따라서 일본인들이 오뎅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씨앗과 땅의 조화로 결실을 맺은 열매 그 자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한국인들의 궁금증이 풀린다. 과일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서 그 과일을 키운 흙을 파먹는 사람은 없다. 오뎅 국물에 인색한 일본인의 태도의 본질이 바로 이 지점이다. 씨앗-땅-열매로 해석하면 일본 오뎅의 본질이 정확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묵탕은 어떤가? 말의 순서에 답이 있다. 어묵을 주재료로 끓인 국물요리가 본질이다. 주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핵심을 국물 맛에 있다. 건더기 맛이 아무리 훌륭해도 국물 맛이 모자라면 온전한 어묵탕이 아니다. 일본 오뎅과는 애당초 원하는 바가 다른 음식인 것이다. 오뎅과 어묵탕의 차이는 우동 라면 국수를 먹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인은 국물을 흡수한 면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인은 면은 배를 채우는 용도고 맛의 관건은 국물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라면을 먹을 때 대부분의 한국인은 면을 남기지만, 대부분의 일본인은 국물을 남긴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음식을 먹어도 이렇게 취향이 다르다.
맛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