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한국 ‘어묵탕’과 일본 ‘오뎅’의 차이

  •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10-19 19:43:23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끔 일본의 오뎅과 한국의 어묵탕이 같은 음식인지 다른 음식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는다. 부산 사람들이 특히 예민하다. 오랜 세월 동안 ‘어묵’ ‘오뎅’ ‘어묵탕’을 혼용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궁금증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오뎅’은 국물이 중요한데 일본에서 ‘오뎅’을 먹으면 국물에 너무 인색하거나, 국물이 아예 없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왜 이런 궁금증과 불만이 생기는 걸까? 어묵탕과 오뎅은 애당초 지향하는 바가 다른 음식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오뎅에 들어가는 갖가지 재료를 ‘씨앗’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어학계는 외국 음식, 특히 일본음식 이름을 순화할 때 지나치게 ‘순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음식의 본질을 왜곡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오뎅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 설명에 따르면 ‘오뎅’의 순화된 말은 ‘어묵’이다. 그리고 ‘어묵탕’은 별도로 표기하고 있다. 즉 오뎅과 어묵탕을 다른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 그 자체로 보면 ‘오뎅’에 대응하는 우리말은 어묵 보다는 어묵탕이 맞다. 어묵에 대응하는 일본어는 가마보코나 한펜이 정확하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의 오류가 오히려 정확하게 해석한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의 오뎅이라는 음식은 출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몇 번의 변곡점을 거친다. 1.꼬챙이에 재료를 끼워서 된장을 발라 굽는 음식 2.꼬챙이에 재료를 끼워 된장을 발라 조린 음식 3.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에 갖가지 재료를 넣어 조린 음식. 오늘날 일본에서는 3번을 ‘오뎅’이라고 하고, 1번과 2번은 ‘덴가쿠’로 구분하고 있다. 즉 오뎅의 원형은 ‘덴가쿠’지만 오뎅과 덴가쿠는 전혀 다른 음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오뎅의 맛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갖가지 재료를 ‘씨앗(種)’이라고 한다. 적게는 10여 가지에서 많게는 50여 가지가 들어간다. 전통적으로 꼭 들어가는 씨앗으로는 무 어묵 소힘줄(스지) 달걀 문어 양배추롤 등이 있다. 씨앗이 있으면 그 씨앗을 뿌리는 ‘땅(土)’이 있어야 한다. 오뎅에서 땅의 역할을 하는 것은 국물이다. 즉 갖가지 씨앗들은 자신이 가진 맛을 국물(土)에 쏟아내고, 그 국물을 다시 흡수함으로써 새로운 ‘열매(果)’로 탄생하게 된다. 이것이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오뎅이라는 음식의 개념이다. 따라서 일본인들이 오뎅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씨앗과 땅의 조화로 결실을 맺은 열매 그 자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한국인들의 궁금증이 풀린다. 과일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서 그 과일을 키운 흙을 파먹는 사람은 없다. 오뎅 국물에 인색한 일본인의 태도의 본질이 바로 이 지점이다. 씨앗-땅-열매로 해석하면 일본 오뎅의 본질이 정확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묵탕은 어떤가? 말의 순서에 답이 있다. 어묵을 주재료로 끓인 국물요리가 본질이다. 주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핵심을 국물 맛에 있다. 건더기 맛이 아무리 훌륭해도 국물 맛이 모자라면 온전한 어묵탕이 아니다. 일본 오뎅과는 애당초 원하는 바가 다른 음식인 것이다. 오뎅과 어묵탕의 차이는 우동 라면 국수를 먹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인은 국물을 흡수한 면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인은 면은 배를 채우는 용도고 맛의 관건은 국물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라면을 먹을 때 대부분의 한국인은 면을 남기지만, 대부분의 일본인은 국물을 남긴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음식을 먹어도 이렇게 취향이 다르다.

맛 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MM 호실적에도 성장전망 ‘흐림’
  2. 2비용 탓 경비원 줄인다더니 관리직 급여 인상? 주민 반발
  3. 3이 판국에…코로나 예산 다 깎은 부산시
  4. 4“산업용지가 없다” 기업 호소에 박 시장 “산단 구조조정할 것”
  5. 5코로나19 확산에 사적모임 인원기준 강화한다
  6. 6야당 박형준 재판 시장선거 변수…여당 대선 이겨야 반전 기대
  7. 7대선에 가려진 지방선거…“홍보 어쩌나” 신인 속앓이
  8. 8코로나 대응 쉴 틈 없는데…재택치료 의무화 엎친 데 덮쳐
  9. 9여당 1호 영입 조동연 혼외자 의혹…이재명 “국민 판단 살필 것” 신중
  10. 10예상 밖 조용한 FA 시장…소문만 무성
  1. 1야당 박형준 재판 시장선거 변수…여당 대선 이겨야 반전 기대
  2. 2대선에 가려진 지방선거…“홍보 어쩌나” 신인 속앓이
  3. 3여당 1호 영입 조동연 혼외자 의혹…이재명 “국민 판단 살필 것” 신중
  4. 4조동연 공식 사의… 송영길 “사회적 명예살인, 강용석 고발”
  5. 5단체장의 치적 홍보, 3일부터 전면 금지
  6. 6낮엔 대선운동, 밤엔 얼굴 알리기…경쟁자 반칙 CCTV 감시도
  7. 7여야 내년도 예산 최종 합의 불발…지역화폐 등 이견
  8. 8구청장들 막판까지 극한 스케줄…현직 프리미엄 최대한 활용
  9. 9607조 규모 내년 예산안 본회의 통과
  10. 10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한미 작전계획 수정 착수
  1. 1HMM 호실적에도 성장전망 ‘흐림’
  2. 2“산업용지가 없다” 기업 호소에 박 시장 “산단 구조조정할 것”
  3. 3달콤촉촉 트리 케이크로 근사한 홈파티 어때요
  4. 4“여성 해기사 늘리려면 업계 인식 바꿔야”
  5. 5유통가는 지금 ‘홈파티 준비 중’
  6. 6겨울 딸기왕국 오세요
  7. 7“비수도권 기업 어깨 펴도록 법인세 인하 해달라”
  8. 8예비창업자 대상 해양산업 지식토크쇼
  9. 9척아이롤·생연어·제주 밀감…올해 베스트 먹거리 총출동
  10. 10세종기지 정밀 해도 제작, 안전한 남극 바닷길 확보
  1. 1비용 탓 경비원 줄인다더니 관리직 급여 인상? 주민 반발
  2. 2이 판국에…코로나 예산 다 깎은 부산시
  3. 3코로나19 확산에 사적모임 인원기준 강화한다
  4. 4코로나 대응 쉴 틈 없는데…재택치료 의무화 엎친 데 덮쳐
  5. 5부산시 대저대교 환경적 관점 접근…이번엔 최적 노선 이끌어 낼까
  6. 6법원, '고발 사주' 손준성 영장 또 기각
  7. 7오늘의 날씨- 2021년 12월 3일
  8. 8“해설 늘려달라” “숨은 지역문화 찾아줘요” 독자 바람 한가득
  9. 93일 부울경 대체로 흐려...경남 오전까지 눈·비
  10. 10해피-업 희망 프로젝트 <63> 언어발달 지연 신하은 양
  1. 1예상 밖 조용한 FA 시장…소문만 무성
  2. 2롯데, 투수 이동원·내야수 박승욱 영입
  3. 3김한별 부활…후배 이끌고 공격 주도
  4. 431년 만에 MLB 직장폐쇄…김광현 FA 협상 어쩌나
  5. 5맥 못 추는 유럽파…황희찬 5경기째 골 침묵
  6. 6측정 장비 OUT…내년부턴 눈으로만 그린 관찰
  7. 77년째 축구 유소년 사랑…정용환 장학회 꿈과 희망 쐈다
  8. 8네이마르 다음이 손흥민…세계 6위 포워드로 ‘우뚝’
  9. 9롯데와 결별 노경은, SSG서 재기 노린다
  10. 10MLB 직장폐쇄 우려에…숨죽이는 한국 프로야구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PK상임위장의 지역발전 약속
민홍철 국방위원장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1년 6월 25일 아침에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이 땅에서 영원히 젊은이로 남은 그들
무위자연(無爲自然) 정신으로 살아가기
기고 [전체보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위한 국고지원 확대를 /서정도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이명원
기명칼럼 [전체보기]
일본 총선과 험난할 대일외교
복지국가 지속가능성과 기본소득
기자수첩 [전체보기]
기대되는 ‘걷기 도시’ 김해 /박동필
작년 산재로 스러진 882명, 세상에 당연한 죽음은 없다 /이준영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지금 한국인은 어리둥절하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피노키오의 거짓말과 디지털 세상 속도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야망과 깜냥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시 듣고 싶은 장인의 북소리
수신(修身)을 위한 음악 선비음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시·시의회 불통에 시민 피로도 상승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이색 대선 풍경
오미크론과 낙인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앞치마 입은 자영업자 영정사진 /김옥숙
슬기로운 코로나19 대처방법 /신우원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중국식 부세 간장조림 ‘홍소황화어’
굴 ‘알쓸신잡’
사설 [전체보기]
인재 떠나는 부산 가족·복지 싱크탱크 자구책 마련을
정부 거리두기 강화 카드 앞서 국민 설득이 먼저다
수소칼럼 [전체보기]
수소경제는 부산 성장의 기회 /이욱태
여론 광장 [전체보기]
코로나시대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광두레’ /조윤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후협약 결론은 ‘어쩌고저쩌고’
혁신, 엑스포 그리고 해리티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중국 정부가 악수를 두고 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돌봄’의 마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이재명 국감’ 관전기
일상 회복으로 가는 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너 해봤어?
정책 제언 [전체보기]
지방대학 대위기 ‘준공영제’로 넘자 /김종한
가상화폐 정책과 블록체인 특구 /김홍배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필하모니 감상시간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지방모순’ 타파 개헌, 뭐라도 하자
‘다시’ 검찰을 생각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영화 속의 와인
최고의 와인은 어디에 있을까?
특별기고 [전체보기]
‘대한민국 부산호’ 항해가 성공하려면 /오성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포디엄의 제왕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수운 유덕장의 ‘묵죽도’
‘불이선란’의 인장
  • 충효예 글짓기대회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