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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피노키오의 거짓말과 디지털 세상 속도

  • 김석환 부산대 석좌교수
  •  |   입력 : 2021-10-28 19:53:5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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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이탈리아 동화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고 학교에 가야 비로소 ‘인간’이 된다고 속삭인다. 이때의 ‘인간’은 산업혁명으로 기계화된 공장에서 필요한 노동자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게 학교는 사회가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왔다. 지금은 어떤가?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 산하 기관인 EIU의 전 세계 조사에 따르면 기업 66%와 대학생 56%가, 대학이 직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녀도 ‘인간’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다. 지역 대학이 무너지면 지역이 무너지고 지역균형발전의 동력이 사라진다고들 한다. 그래서 지역 국립대의 학비를 무상으로 하고 일부 대학들은 통폐합하거나 명예로운 퇴출구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들 한다. 모두 지원에 방점을 둔 주장들이다. 하지만 스스로 변화해야 할 부분은 없을까?

아날로그시대의 대학은 표준화된 지식을 주입해 사회가 요구하는 초급 전문가를 길러내거나,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었다.

학문의 자유와 진리를 추구하는 지성인 혹은 엘리트들 안식처로서의 대학은 인터넷상에서 ‘집단지성’의 등장과 ‘지식 자체의 빠른 유통기한’으로 인해 시대적 소명을 다해가고 있는 것 같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에는 전 세계 대학의 50%가 사라지고,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교육기관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어떻게 변해야 할까? 첫 번째는 ‘소비자 중심’ 마인드로의 전환이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서 자라온 세대들이다. ‘인강’ 선생들은 지식전달 방법이 상아탑의 나이든 교수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들은 학생의 숫자가 바로 수입으로 환산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킬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비대면수업에도 최적화돼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대학 졸업장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구글은 이제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을 보지 않는다. 3~6개월 과정의 구글 온라인 과정에서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평균이나 추정이 아닌 진짜 능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강의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코세라(Coursera)를 통해 제공되고 형편이 어려우면 장학금도 지원한다.

두 번째는 교육과 ICT와의 융합이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기업이고 동시에 금융회사이기도 하다. 한때 통계학이 최고의 학문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제한된 샘플로 전체적 모양이나 흐름을 읽어내고 미래를 전망하는 학문이라는 이유였다. 지금은 ‘제한된 샘플’ 대신 전체인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 그뿐이다. 인공지능은 컴퓨터에 접속한 채식주의자를 식별해 스테이크 대신 샐러드를 추천해 줄 정도이다.

이제 광고기획자나 마케터에게는 창의성(creative)이 아니라 컴퓨터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과정은 현실의 요구와는 달리 갈수록 세분화하고 있다. 세상은 자기 분야의 전문성이 확실한 ‘I’자형 인재 대신 여러 분야의 전문성과 융합능력을 갖춘 ‘T’자형 인재를 찾는다. 한 우물만 파라고 하는 것은 디지털 세상에서 바보가 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카이스트도, 실리콘 밸리의 젖줄 스탠포드 대학도, 하바드 대학도 입학 단계에서는 전공 구별 없이 학생을 선발한다.

세 번째는 디지털 원주민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에서 개인 맞춤형 시대로 접어들었는데도 경영대학에는 빅데이터 기반의 소비자학과가 없는 곳이 많다. 모든 기업들이 소비자를 분석하는 ‘데이터 기업’임을 자처하는 상황에서도 그렇다. 골드만삭스도, 세계 최고의 디지털은행이라는 싱가포르 DBS도 자신들의 ‘업’이 은행이라고 하지 않는다. 금융업 면허가 있는 ‘IT 솔루션 기업’이라고 말한다. 20년 한국인의 신문 읽는 시간은 고작 2.8분이다. 미디어 소비가 유튜브와 SNS 중심으로 바뀌었는데도 아직도 방송과 신문만이 미디어라고 생각하는 대학도 많다. 본방사수가 줄고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 시청자가 1억3000만 명이 넘는데도 몇십 년 전 전파 독과점 시대 논리인 ‘방송편성론’ 강의를 한다. ‘비디오 리포트’가 일반화됐는데도 신문기사형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중국의 뉴스 앱 ‘진르터우탸오’가 1명의 기자도 없이 1억5000만 명의 독자에게 자기만의 ‘1면과 맞춤기사’를 제공하는 세상인데도 그렇다. 대학교육은 미래는커녕 이미 도착해 있는 미래조차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캠퍼스와 강의실 교수 교재 중심의 현재 대학 모습은 아날로그시대의 유물이다. 하드웨어 중심 문명 체계인 아날로그 세상은 십진법이 기본이다. 디지털 세상은 이진법 기반이다. 컴퓨터 처리 용량 단위인 32비트가 64비트가 되면 10진법 세상에서는 2배가 늘어나는 것이지만 2진법 세상에서는 1860경(京)의 증가이다. 1경은 1조의 1만 배인데 1 뒤에 0이 16개가 붙는다. 디지털 세상의 변화 속도는 그렇다. 그런데 대학은?

부산대 석좌교수·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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