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굴 ‘알쓸신잡’

  •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11-09 19:35:45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서양에서는 ‘알파벳 R이 없는 달은 굴을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공교롭게도 R이 없는 달은 5월(May) 6월(June) 7월(July) 8월(August)이다. 산란철과 겹치고 수온이 높아 독소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속설은 지극히 과거, 북반구, 서구 중심의 관점이다. 지구의 모든 수산물이 신선한 상태로 유통되는 지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정의다.
산더미처럼 쌓인 굴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굴박신장’.
한국에서 굴의 계절은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시작된다. 한국인이 가장 흔히 먹는 굴은 참굴이다. 통영 거제 고성 여수 등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참굴은 전국 굴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그 중심에는 굴의 고장 경남 통영시가 있다. 통영 수산업에서 굴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굴수하식수협’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산업협동조합(수협)은 지역조직과 업종조직으로 나뉜다. 대부분이 지역조직이지만 산업의 규모가 큰 수산물의 경우 업종조직이 따로 결성되기도 한다. ‘굴수하식수협’은 통영의 수산업에서 굴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굴 시즌의 시작은 굴수하식수협에서 생굴 경매가 시작되는 날(초매식)로 본다. 올해 초매식은 지난 10월 21일 열렸다. 작년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굴 생산량이 다소 저조했으나 올해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굴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굴의 가격과 맛의 상관관계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수산물은 철저하게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우리나라 굴 가격의 변곡점은 김장이다. 김장철에 의외로 굴 소비량이 많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김장이 마무리되는 12월 중순까지는 산지 경매가가 지속적으로 오른다. 이듬해 1월부터는 가격이 하락한다. 그런데 바닷물 속에서 자라는 굴은 늦게 수확할수록 더 크고 맛도 깊어진다. 가장 비쌀 때가 가장 맛있는 때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굴을 ‘개수’ 단위가 아닌 ‘Kg’ 단위로 먹을 수 있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나라다. 한국에서 먹던 스케일로 외국에서 굴을 먹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렇게 굴이 풍부한 것은 굴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과 축적된 기술 덕분이다. 그런데 숨은 공로자가 따로 있다. 수확한 굴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은 ‘박신장’이다. 말 그대로 껍질을 벗기는 작업장이다. 수십 년 경력의 아주머니들이 칼 한 자루만으로 신기에 가까운 속도로 굴을 깐다. 수다스럽기로 소문난 경상도 ‘아지매’들이 말 한마디 없다. 까는 만큼 벌기 때문에 한가롭게 노닥거릴 틈이 없다. 경험이 밑천이고, 시간이 돈이며, 능력만큼 벌어가는 치열한 노동의 현장이다. 깔끔하게 손질된 굴을 드실 때는 이 아주머니들의 역할을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제철 신선한 굴은 초고추장에 찍어 날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어패류를 익히지 않고 먹는 것을 꺼리는 서양인들조차 굴은 날 것을 선호한다. 서양인들은 초고추장 대신 핫소스와 레몬즙을 뿌려서 먹는다. 올해는 굴을 드실 때 초고추장과 더불어 핫소스와 레몬을 함께 곁들여 보시길 권한다. 제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인간의 방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맛 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롯데타워 안 올릴거면 롯데백화점 광복점 문 닫아야”
  2. 2근교산&그너머 <1263> 경북 영양 입암면 자양산 소원봉~부용봉
  3. 3집토끼 산토끼 잡은 KIA…전력 유출 고민인 롯데
  4. 4옛 한국유리 부지, 사전협상제 선정 유력
  5. 5여당은 해양인, 야당은 직능인…부산선대위 세몰이
  6. 6홈 스트레칭…근육 5분만 풀어주면 병원신세 줄어듭니다
  7. 7서구, 부산지역 최초 의료관광특구 지정
  8. 8IS동서, 경주 보문단지에 집라인 조성
  9. 9천방지축 의적단 두목…만화 ‘짱구’를 롤모델 삼아 연기
  10. 10‘백신 거부’ 조코비치, 100억대 후원 끊기나
  1. 1여당은 해양인, 야당은 직능인…부산선대위 세몰이
  2. 2“이재명 뜻이라며 탈당 압박” 여당도 ‘이핵관’ 폭로전
  3. 3정부 “부산엑스포 유치 국민적 지지 끌어낼 것”
  4. 4중동 무력충돌 속 문재인 대통령 세일즈외교 강행군
  5. 5무궁화호 통째 빌린 윤석열, ‘윤석열차’로 민생탐방
  6. 6이재명 “가상자산 법제화…ICO 허용 검토” 윤석열 “코인 수익 5000만 원까지 비과세”
  7. 7여야 “이재명·윤석열 TV 토론 30일 또는 31일 실시”
  8. 8부산기초단체장 누가 뛰나 <5> 온천천 벨트-동래 금정 연제
  9. 9부산 세대교체 노리는 이재명·윤석열의 키즈들
  10. 10‘부산엑스포 유치전’ 두바이 최일선에 선 두 여성
  1. 1옛 한국유리 부지, 사전협상제 선정 유력
  2. 2IS동서, 경주 보문단지에 집라인 조성
  3. 3전기차 보조금(승용차) 800만 원→700만 원으로
  4. 4부산관광업계 “김해공항 국제선 노선 확대 촉구”
  5. 5LG엔솔 공모주 청약 114조 몰려 ‘신기록’
  6. 6두바이엑스포 한국주간 활용 ‘무슬림 친화’ 부산 관광 홍보
  7. 7집콕시대 헬스케어시장 ‘벌크업’
  8. 8제조업, 비대면 업무변화 대응에 소극
  9. 9외국인 선원 최저임금, 2026년까지 내국인 수준 인상
  10. 10부산시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 만기 6개월 연장
  1. 1부산시 “롯데타워 안 올릴거면 롯데백화점 광복점 문 닫아야”
  2. 2서구, 부산지역 최초 의료관광특구 지정
  3. 3롯데타워 터파기 뒤 9년째 미적…백화점은 12년째 영업
  4. 4김해 옛 용산마을, 매화공원으로 변신
  5. 5양산부산대병원, 의료기기 적합성 평가 인프라 구축
  6. 6오늘의 날씨- 2022년 1월 20일
  7. 7[단독]롯데백화점 광복점 연장 승인 불허
  8. 8씨베이파크~송도선 잇는 등 부산 18개 노선 그물망 연결
  9. 9[단독]부산에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 분원 온다
  10. 10부산 어린이대공원 ‘얼굴’ 바뀐다
  1. 1집토끼 산토끼 잡은 KIA…전력 유출 고민인 롯데
  2. 2‘백신 거부’ 조코비치, 100억대 후원 끊기나
  3. 3무승부 속출 일본프로야구, 3년 만에 연장 12회 부활
  4. 4마지막 시험대 오르는 국내파…누가 벤투호에 최종 승선할까
  5. 5알고 보는 베이징 <2> 컬링
  6. 6BNK 턴 오버 13개 남발…PO 교두보 놓쳐
  7. 7LPGA 20일 개막…박인비 우승 정조준
  8. 8알고 보는 베이징 <1> 아이스하키
  9. 9레반도프스키, 2년 연속 ‘FIFA 올해의 선수’
  10. 10무주공산 꿰찰 주인은 누구…불붙은 거인 주전 경쟁
부산기초단체장 누가 뛰나
온천천 벨트-동래 금정 연제
부산기초단체장 누가 뛰나
부산항 벨트-남구 동구 영도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이 땅에서 영원히 젊은이로 남은 그들
무위자연(無爲自然) 정신으로 살아가기
기고 [전체보기]
블록체인 기반 아파트 통합관리플랫폼 /조영천
제2 벡스코, 강서구에 조속히 건립하라 /노기태
기명칼럼 [전체보기]
세월호는요?
청암 기념관에 무궁화를 심는 까닭은
기자수첩 [전체보기]
손아섭의 아름다운 이별 /이준영
코로나 예산 급한데 앞뒤가 다른 부산시 /민건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제 시대교체다
지금 한국인은 어리둥절하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검은 호랑이 해를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피노키오의 거짓말과 디지털 세상 속도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새해의 단상: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야망과 깜냥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의 탈 장르화를 꿈꾸며
다시 듣고 싶은 장인의 북소리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무늬만’ 아닌 진짜 지역업체 지원해야 /유정환
교육당국, 시대에 맞는 새 대입설계 나서야 /조민희
도청도설 [전체보기]
검은 코끼리
중국 ‘인구홍리’ 쇼크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앞치마 입은 자영업자 영정사진 /김옥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주정강화와인, 평형수, 그리고 섭
청국장과 속성 장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 2년, 오미크론 확산 막고 일상회복 앞당기자
부산 공공배달앱 ‘동백통’ 소상공인 돕는 버팀목 되길
수소칼럼 [전체보기]
수소경제는 부산 성장의 기회 /이욱태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후협약 결론은 ‘어쩌고저쩌고’
혁신, 엑스포 그리고 해리티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중국 없이 사는 방법 찾아야 한다
중국 정부가 악수를 두고 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돌봄’의 마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이재명 국감’ 관전기
일상 회복으로 가는 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서예의 향기
너 해봤어?
정책 제언 [전체보기]
지방대학 대위기 ‘준공영제’로 넘자 /김종한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지방모순’ 타파 개헌, 뭐라도 하자
‘다시’ 검찰을 생각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기다리는 설렘이 없는 세상
먼저 다가가자
특별기고 [전체보기]
수산식품 선진도시 발판 마련 /서용철
부산, 블루시티로 도약해야 /조승목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음악가의 수입
포디엄의 제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포도나무가 춤을 추네
수운 유덕장의 ‘묵죽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