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섬뜩한 단어다. 사전을 찾아보니 기독교에서는 지옥을 ‘큰 죄를 짓고 죽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지 못하고 끝없이 벌을 받는다는 곳’이라고 했다. 불교는 ‘죄업을 짓고 매우 심한 괴로움의 세계에 난 중생이나 그런 중생의 세계’라고 묘사하고 있다. 현실 세계는 이렇게 비유한다. ‘아주 괴롭거나 더없이 참담한 광경, 또는 그런 형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예를 들면 ‘입시 지옥’, ‘교통 지옥’ 등이 떠오른다. 그렇다. 지옥은 인간이 만든 가상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데, 어느 누구든 멀리하고 싶은 곳이다.
이 단어의 의미를 초자연적으로 버무려 선보인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이 지구촌 시청자들의 시선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19일 빛을 본 이 작품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시리즈 1위를 차지했다. 올 추석 연휴 이후 돌풍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을 2위로 밀어내고 ‘지옥’이 단박에 1위에 등극한 데는 그만한 연유가 있다. 세상 사는 자체가 “지옥이야”라는 말도 나올 법하다.
드라마 ‘지옥’은 평범한 삶을 사는 당신에게 어느 날 갑자기 천상의 천사로부터 딱 어느 날 어느 순간 “너는 죽는다”는 예언을 듣는 세상이 온다는 상황을 설정했다. 그런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예고 없이 등장하는 사자들이 현실 세계 사람들에게 지옥행 선고를 하는 상상 초월의 혼란 세계를 그린 드라마는 발상부터 흥미롭다. 막 들이닥친 천사가 당신에게 죽음의 순간이 찾아왔으며 고통이 따르는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예언을 전해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그런데 죽음의 천사와 맞닥뜨린 그 순간 자식 미래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 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놓고 결정해야 한다면 누구나 곤혹스런 택일을 해야 한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마음은 이미 ‘지옥’과 맞닥뜨린 게다. 그 혼란을 틈 타 부흥한 신흥 종교단체 ‘새진리회’의 활약상은 익숙한 풍경이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한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지옥’은 현실과 동떨어진 현상 속에서 세력을 키우는 사이비 종교단체와 인간심리를 엮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물론 작품성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이 어떻다는 등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무성하다. 한편으론 대한민국이 보유한 엄청난 문화적인 콘텐츠 파워가 뒷배가 됐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 드라마가 남긴 메시지는 본 사람 눈높이에 따라 제각각으로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세상 사람이 ‘지옥’을 만들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