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조차 없는 중국이 불법 스트리밍을 통해 몰래 본 뒤 작품에 등장한 체육복, 게임 진행자 의상 등을 불법 도용해 판매, 심각한 문제가 됐다. 중국은 과거부터 동북공정을 통해 중국의 전략지역인 동북지역, 특히 고구려·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려 하고 있다. 최근엔 김치와 한복도 자신들에게서 유래했다고 억지를 부린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 일본은 과거 우리나라가 독도를 인지하지 못했을 때 일본은 먼저 독도 인근에서 어업했다는 것을 주된 빌미로 독도가 일본의 소유임을 주장한다.
우리나라 영토와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타 국가들이 지속해서 분쟁을 만들고 약탈하려고 하는 것일까? 타 국가들이 넘볼 수 없을 만큼 우리가 ‘우리의 것’이라고 지키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지키지 못하면 다른 나라에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다.
바다는 우리에게 다양한 수산물을 지속해서 공급함으로써 국민 식량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우리나라와 세계를 연결하는 길이 되어 국제무역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바다에 매장된 천연자원과 조류를 활용한 에너지 생산 등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해양영토 확보는 우리나라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이라고 확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연근해 어업에서도 소리·소문 없이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 어장이다. 우리나라 해양영토는 일본과 중국에 둘러싸여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해양영토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지만 여전히 우리가 밟고 있는 땅에 비해 주권 확보에 대한 의지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는 영해 외 중간수역과 잠정조치수역이 있다. 1994년 11월부터 유엔해양법협약이 효력을 발생하면서 연안국의 관할권이 12해리에서 200해리 체제로 변경됨에 따라 1996년, 한국·일본도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하고 각각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선포했다.
그러나 한일 간 거리가 400해리가 되지 않아 양국이 200해리 EEZ를 설정할 경우 어쩔 수 없이 겹치게 되는 부분이 발생한다. 한일 간 경계선을 획정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 따라 양국이 중간 지점에 수역을 설정했는데 이게 바로 중간수역이다. 즉 신한일어업협정에서는 양국의 연안수역을 배타적 전관수역으로 하고, 그 나머지 가운데 수역을 중간수역으로 설정함으로써 이 중간수역에 관한 한 아직 협정이 완료되지 않은 잠정어업협정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또한 중국과의 협정을 통해 잠정조치수역(暫定措置水域)은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도록 설정됐다. 이곳에서는 한국과 중국 어선에 한해 신고 없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다. 잠정적으로 EEZ 제도의 적용이 유보된 수역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어선들은 앞서 얘기한 한일중간수역, 한중잠정조치수역에는 상대국 어선에 비해 극히 일부 어선만 조업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상대 국가 어선에 세력이 밀리고 결국 우리 어선이 도태될 수 있다. 중일은 자국어선은 조업하고 우리나라 어선은 부재함을 빌미로 해양주권에 대한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는 당장의 어업인 간 분쟁으로 인해 미래의 큰 문제, 국가 대 국가의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어업인이 중간수역에 입어하는 것을 기피한다면 어로활동을 권장해서라도 조업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인데, 오히려 국내 수산정책은 조업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 근해어선들이 중간수역에 입어해 조업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중간수역은 상대적으로 먼바다이므로 모든 어선이 갈 수 있는 상황이 못돼 한중잠정조치수역 및 한일중간수역 입어 공모를 시행,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 연근해 대형어선이 먼바다로 조업을 나가 국내 조업 경쟁은 줄어들고, 먼바다에서 일본·중국 어선과는 맞부딪히면서 잊혔던 해양영토의 주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해 세상이 급변하고 있지만 해양영토의 중요성은 확대되고, 우리나라의 해양영토 주권확보는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정부는 당장의 국내 어업인 간 분쟁을 걱정해 외국어선들이 중간수역과 잠정조치수역에서 활개 치는 것을 좌시할 게 아니라, 국내어선이 해당 어장에서 대어만선의 꿈을 안고 조업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조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해양영토 주권분쟁 없이 우리 어장에서 우리 어선들이 당당히 조업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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