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이명원

  • 이명원 부산 해운대구의회 의장
  •  |   입력 : 2021-11-29 19:06:08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금으로 만든 돈과 은으로 만든 돈이 액면가가 같다면,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은화만 쓰고 금화는 금고에 보관하고 안 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은화만 시중에 유통될 것인데,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표현한다.

‘돈이면 같은 돈이지 악화가 있고, 양화가 따로 있나’고 하는 의문에서부터 ‘몰아낸다’는 뜻으로 쓰인 구축이라는 어색한 단어까지, 동전을 사용하던 시대에 나온 그레셤의 법칙은 화폐의 기능과 통화량, 교환가치 등을 알고 나서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에 익숙한 MZ 세대는 아마 그레셤의 법칙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정부가 화폐 발행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만약 아무나 화폐를 만들 수 있다면, 물건을 사고팔 때 가치가 떨어지는 악화를 아무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악화는 시장에서 사라지고, 양화만 유통될 것이다. 정부의 간섭이 없는 시장에서는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가 개입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례는 2005년 8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에서도 볼 수 있다. 정당공천제는 정당에서 후보자를 검증·발굴 할 수 있기 때문에 후보의 난립을 방지하면서 책임정치가 가능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정치신인에게 진입장벽일 뿐만 아니라 공천 헌금 등의 폐해가 크고, 여야 의원이 동수이거나 단체장과 의회 내 다수당의 정당이 다를 경우 행정이 불안정해지는 등 단점이 더 크다.

얼마 전 모 정당의 대표는 공천 시험을 언급했고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정당공천제가 도입되고 16년이 지난 지금도 새삼 공천시험제가 거론된다는 것은 그동안 정당공천의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고, 정당공천제의 장점으로 내세운 책임정치 또한 공허한 주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 10월 전국 기초의원을 대상으로 코리아리서치가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공천을 받고 당선된 당시 현역 기초의원 응답자 중 68.8%가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 방지’(56.6%)였고,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지는 정치풍토 개선’(20.9%), ‘각종 비리와 공천 관행의 근절’(20.5%) 순이었다. 공천을 받아서 당선은 쉽게 되었지만, 당선되고 보니 공천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소신껏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설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당공천제와 중선구제가 도입되고 나서 중앙의 정치적 대립이 기초의회에까지 확산됐고, 지역 현안과 전혀 관련 없는 정쟁에 기초의원이 동원되는 모습이 일상화되었다. 가령 경기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 이슈에 전국의 기초의원들이 동원돼 특검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은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야 의원 수가 동수인 의회는 거의 예외 없이 몸살을 앓는다. 당론이라는 깃발 아래 지역과 주민은 온데간데없고, 의회는 그야말로 정쟁의 아레나가 되어 끝없는 치킨 게임을 일삼는다. 양당 체제이면서 중선거구제인 우리나라 기초의원 선거는 여당과 제1 야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가 한 명씩 당선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공천을 받지 못하면 지방선거에 출마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초의원 자질론과 기초의회 무용론이 심심찮게 제기되는 이유가 정당공천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더라도 후보들은 자신의 정당 활동 경력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하겠지만 유권자는 개중 낫다고 생각되는 후보를 내 손으로 직접 선출할 것이고, 선출된 기초의원들은 사실상의 공천권자인 주민을 두려워하면서 의정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올해로 30주년이고,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어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로 도약하는 이때 지방자치의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인 기초의원 공천권을 과감하게 내려놓는 국회의원의 용단을 기대해본다.

부산 해운대구의회 의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5. 5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9. 9“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