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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녹용보다 좋은 습관 /김영호

  • 김영호 한의사
  •  |   입력 : 2021-11-29 19:06:5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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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쩍 매서워진 계절이다. 한의원을 찾는 보약 환자가 많을 시기다. 보약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녹용은 사슴의 정수(精髓)를 고스란히 내 몸에 축적하고 있는 최고의 보약이다. 그런데 이 녹용보다 좋은 ‘습관’이 있다고 제목에 허풍을 떨어보았다. 지난 2년간 꾸준히 실천해본 경험에 근거한 얘기니 보약 한 재 드시는 셈 치고 읽어주시면 하는 바람이다.

성인의 뇌는 보통 1.4㎏이다. 그런데 신체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뇌 혼자서 사용하고 있다 하니 무게에 비하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중요한 뇌의 에너지를 아껴서 지금보다 활력 있고 기분 좋게 살 수 있는 비법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는 대부분 휴대전화를 찾는다. 이것저것 뒤져보다가 화장실에 가고 샤워를 한다. 샤워하며 머리를 감는 순간으로 잠시 가보자. 눈을 감고 샴푸하는 그 순간까지 얼마나 많은 잡생각을 했는지. 심지어 샴푸를 하는 그 순간에도 손끝에 느껴지는 두피의 촉감은 느끼지도 못한 채 딴생각이 머릿속 가득이다. 이렇게 짧은 순간에도 뇌의 에너지는 마구 낭비된다.

무심코 낭비되는 뇌 에너지를 아끼는 것! 뇌 속에서 온종일 재잘거리는 생각들을 잠재우는 것! 이런 수많은 재잘거림에 대해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 이것이 비법의 핵심이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자동적 에너지 소모를 줄여서 몸이 온전히 쓸 수만 있다면 우리의 컨디션과 기분은 그 전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비법은 바로 ‘지금 느껴지는 것에만 집중하기’다. 우리의 뇌는 한 번에 하나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는 듯 보이지만 하나의 생각에 주의를 집중했다가 빠르게 다른 것으로 주의가 옮겨갈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집중해보자. 무슨 냄새가 나는가?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 내 피부엔 어떤 감촉이 느껴지는가? 음식을 먹고 있다면 맛과 식감은 어떤가? 걷고 있다면 발바닥에 느껴지는 땅의 느낌은 어떤가? 이렇게 흘려버리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면 떠오르는 잡생각은 줄어들고 지금 느껴지는 감각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소모되는 뇌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최고의 비법이 바로 이것이다.

‘명상’ ‘알아차림’ ‘sati’ 이렇게 형이상학적이고 어려운 말처럼 알려졌지만 특별한 게 아니다. 그저 지금 내가 있는 곳, 그리고 느껴지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하지만 연습해보면 알게 된다. 간단한 듯 보여도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지금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려는 순간, 어느새 잡념이 들어와 마음대로 뇌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부정적 감정들이다.

이때 잠시 생각을 멈추고, 그 생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뇌 에너지의 낭비가 확연히 줄어든다. 반복되는 생각들은 메모해서 가만히 쳐다보자. ‘내가 쓸데없는 생각으로 이렇게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자연스레 찾아온다.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자잘한 생각들을 줄이면 중요한 일에 몰입할 수 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오늘 알려드린 비법 ‘지금 느껴지는 것에만 집중하기’다. 할리우드 배우나 세계적인 유명인들이 명상에 심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도 좋아지니 심취할 수밖에. 녹용만큼, 혹은 녹용보다 나은 습관이라고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잠깐! 지금, 여러분의 뇌에는 어떤 생각이 몰래 들어와 에너지를 빼앗고 있는가? 여러분을 늘 피곤하게 만든 주범은 바로 그 녀석이다. 이제부터 그 녀석이 몰래 들어오지 못하도록 예의주시하자. 이것만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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