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공공기관장 임명과 검증 일정을 놓고 연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 모두 소통력 부재 및 내부 통제 능력 상실로 ‘출구 없는 대치’를 이어가는 형국으로, 이를 지켜보는 시민의 피로도는 나날이 커진다.
신상해 시의회 의장은 이달 초 부산교통공사와 부산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의 인사검증 이후 ‘1명 적격, 1명 부적격’으로 검증보고서를 보낼 테니 이를 수용해달라고 이성권 시 정무특별보좌관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신 의장의 제안과 달리 인사검증 특위가 2명 모두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신 의장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박 시장에게 ‘최후 면담’을 제안해 회동하면서 “임명 강행은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신 의장이 ‘의장의 입장이 의회를 대표할 수 없다’는 내부 강경한 분위기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의회는 시로부터 “의원 모두와 소통을 해야 하느냐”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결국 박형준 시장은 시의회의 부적격 판정을 받은 공공기관장 2명을 임명한다. 이에 시의회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긴급현안질문에 나서면서 박 시장을 불러내 임명 강행 이유를 따져 물었다. 상임위원회에서는 분을 참지 못한 의원들과 덩달아 흥분한 시 간부 간 일촉즉발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시 내부 의사소통 문제도 노출됐다. 시의회 공공기관장 후보자 인사검증 특별위원회는 부산경제진흥원장 인사검증 일정을 일방 통보하면서 시 김선조 기획조정실장과 협의를 거쳤다고 공개했다. 시의 대의회 소통 최고 책임자인 이성권 정무특보를 제쳐두고 시의회가 김 실장과의 협의를 토대로 검증일정을 결정한 것이다. 당연히 이성권 특보는 “일방적인 통보로 절차상 문제가 있어 재고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고 반발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대화 창구를 기조실장으로 단일화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부산교통공사와 부산도시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검증 과정에서도 김 실장은 이 특보의 ‘지침’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였다. 시의회가 두 명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인사검증 결과를 도출한 뒤 박 시장이 이들의 임명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가던 때 이 특보와 김 실장이 제각각 의회에서 의원들을 접촉해 ‘소통’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특보는 “(박 시장이) 임명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김 실장은 “기관장 공석이 장기화해 금명간 임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으로 의원들을 접촉해 시의회를 ‘자극’했다. 이 특보는 이후 김 실장의 움직임을 전해듣고 ‘혼자만의 플레이(행동)’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시의회 내부도 혼선일로였다. 의장단과 김동일 원내대표, 박흥식 전 인사검증 특별위원장의 인사검증 현안과 관련한 입장이 좀처럼 통일되지 않았다. 그 이후 시의회는 박 전 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특위의 대외 소통 업무를 노기섭 의원에게 맡겼지만 특위의 행보는 연일 좌충우돌이다. 혼선의 결정체는 박 시장의 인사검증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진흥원장 인사청문회를 오는 13일로 ‘확정’한다는 특위의 보도자료였다.
이처럼 일련의 사태는 부산의 지방자치를 책임지는 시와 시의회의 부실한 대외 소통력과 함께 내부의 혼선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광역단체와 광역의회의 자질은 지방자치의 역량과 직결된다. 시대 흐름을 감안할 때 대외 소통력도 역량과 자질을 평가하는 데 중대 요인인데, 시와 시의회는 상호 불통을 해결하지도 못한 채 시민과의 소통을 운운하는 자신감마저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가 정확히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한 달째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로 이어진 양 기관의 갈등을 지켜보는 시민의 피로감을 직시하자. 수도권 일극체제의 중앙집권이 국가 운영의 전범이라도 된 듯한 고질적 풍토 속에 지방자치 무용론은 언제든지 고개를 들 것이다. 시와 시의회는 지방자치의 요체다. 적어도 시와 시의회가 지방자치 무용론을 자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시와 시의회 간 상호 이해와 이를 통한 협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점을 새삼 강조해본다.
정치부 차장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