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경찰이 체포에 불응하는 시민을 테이저건과 전기충격기 등으로 제압한 사례가 나왔다. 야구방망이로 10대 아들을 폭행한 40대가 흥분해 욕설과 몸싸움을 하며 반항했다고 한다. 몸무게가 90㎏이 넘는 이 40대에게 테이저건을 쐈으나 두꺼운 옷 탓에 불발됐고, 급기야 전기충격기와 수갑을 동원했다고 하니 상황이 만만찮았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다. 경찰은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해 이 40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그제 밝혔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 물리력 쓰기를 꺼리던 경찰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시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경찰 본연의 임무를 강조하는 기류가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긴박한 현장 대응 과정에서도 과잉 진압과 인권 침해 여지는 없는지 고려해야 하는 게 경찰이기도 하다.
지난달 15일 인천의 층간소음이 빌미가 된 흉기 난동 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을 뿐만 아니라 경찰의 자세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무장 경찰이 50대 남성 한 명을 진압하지 못해 빚어졌기 때문이다. 김창용 경찰청장은 “위험에 빠진 국민이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정말 무겁게 생각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항상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국민의 안전과 정당한 법 집행을 위해서라면 물리력을 과감히 행사하라”는 김 청장의 지시문이 나왔다. “서장은 물론 지구대장까지 장비를 과감하게 사용하라고 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부산 한 지구대 경찰의 말이 최근 분위기를 보여준다.
게다가 국회도 경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경찰관이 범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과실 등이 있더라도 형사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시행된다. 규정 남용을 우려해 국민 인권보호 차원에서 범죄에 대응하는 때에만 적용할 수 있지만, 경찰로서는 묵은 숙제를 해결한 셈이다.
이럴수록 경찰은 임무에 얼마나 충실한지 되돌아 봐야 마땅하다. 지금도 경찰의 민·형사상 면책 범위가 좁은 편은 아니며, 숙원 법안만 처리해줬다는 지적이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법의 미비를 탓 하기 앞서 물리력 대응에 미흡했던 원인을 살펴서 보완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당장 전국 일선 경찰관 7만 명을 대상으로 테이저건 실사 훈련을 실시한다고 하자 교육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반발이 제기되는 게 그 예다. 풍부한 현장경험과 충분한 출동인원 확보가 우선 과제인 셈이다. 이와 더불어 범죄 현장에서 물리력을 행사할 때 적용할 보편타당한 매뉴얼을 빼놓을 수 없다. 시민도 인정하고 경찰도 머뭇거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