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위기가 심각하다. 2005년부터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경제·복지 체제의 지속가능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전망이다. 그런데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국민은 이 문제를 피상적으로 이해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인구위기의 실체와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부터 심각성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인구위기 대응 의지를 담아 ‘인구 대통령’을 선언해야 한다.
인구위기의 핵심은 저출생이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며, 전체 인구수가 그대로 유지되려면 2.1이 돼야 한다. 1955년의 출생아 수는 90만8134명이었고 합계출산율은 6.33이었다. 1959년부터 연간 출생아 수 100만 명 시대가 열렸고, 1971년까지 13년간 이어졌다. 1971년 출생아 수는 102만 명에 합계출산율은 4.54이었다. 이후 빠르게 감소했다. 1985년엔 65만5000명이 태어났고 합계출산율은 1.66이었다. 2002년 출생아 수는 49만6911명(합계출산율 1.18)으로 50만 명대가 무너졌다. 2017년엔 전년 대비 약 5만 명이나 적게 태어나 출생아 수(35만8000명, 합계출산율 1.05) 40만 명대가 무너졌다. 2018년의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은 각각 32만7000명과 0.98, 2019년엔 각각 30만3000명과 0.92, 그리고 2020년에는 출생아 수(27만2000명) 30만 명 선이 무너졌고 합계출산율도 0.84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합계출산율 1.7을 ‘저출산 기준선’으로, 1.3을 ‘초저출산 기준선’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합계출산율이 1.7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경주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1985년에 합계출산율이 1.7 아래로 떨어졌고, 2002년에 합계출산율 1.18을 기록한 후 지금까지 19년 동안 한해의 예외도 없이 초저출산 상태를 이어왔다. 인류 역사에서 이런 나라는 없었다. 2017년 9월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을 ‘집단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불렀다. 해마다 전년에 비해 아이들이 수만 명씩 덜 태어나는 나라,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나라는 확실히 집단자살 사회가 맞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제·복지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적절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지금 ‘인구 대통령’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인구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경제정책(공정과 혁신)과 사회정책(보편과 적극)의 유기적 통합이라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작동 원리를 제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것을 저출생 인구위기와 관련지어 정리하면, ‘가족정책에 대한 올바른 관점 속에서 관련 제도를 확립하고 재정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가족정책의 핵심을 살펴보자.
첫째, 탈상품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 누구라도 생존을 위해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화하지만, 질병·실업 등의 사회적 위험에 처하면 노동력의 상품화가 어려워지고 소득의 단절을 겪게 된다. 이런 위험에 대한 대응이 바로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인데, 이를 통해 탈상품화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실질적 보편주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탈상품화의 수준을 OECD 평균까지 빠르게 높여야 한다. 그래서 복지 필요가 존재함에도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없도록 해야 하고, 급여 보장 수준도 국제적 기준에 맞도록 높여야 한다. 그럴 때라야 복지국가가 정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둘째, 탈가족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 탈가족화는 ‘가족에게 필요한 각종 돌봄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제공하는 것’이다. 즉, 돌봄을 사회화함으로써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어렵게 하는 가족 내 돌봄 책임을 해소하려는 것인데, 이를 통해 남녀 모두가 돌보고 모두가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인 정책으로 국가적 아동보육 및 돌봄 체계의 확립을 들 수 있다. 탈가족화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성 평등 수준이 높고, 부모 모두의 노동권이 잘 보장되어 있고, 합계출산율도 높다.
셋째, 가족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 가족화는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말한다. 모성휴가 및 육아휴직, 아버지 할당제를 통한 남성의 아동양육 참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유의할 점은 탈가족화(돌봄의 사회화)가 가족정책의 핵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탈가족화의 제도적 확립 위에서 가족화 정책이 함께 구사되도록 해야 한다. 선택의 자유 원리에 따른 가족화 지원 정책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어려워지고, 이것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올봄에 나온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는 저출산 관련 가족정책이 멋지게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잘 될 것 같지 않다. 인구 대통령과 인구 부총리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치사회적 공론과 에너지의 거대한 결집 없이는 인구위기로부터 지속가능한 삶을 지켜내긴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제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