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지난 10일 일제히 배부됐다. 문이과 첫 통합시험으로 치러진 올해 수능은 ‘불수능’을 넘어 ‘마그마수능’이라는 평가 속에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오류 논란까지 더해져 혼란을 빚고 있다. 생명과학Ⅱ 관련 소송으로 사상 처음 대입일정이 연기되기까지 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비난이 쏠리는 이유다.
올해 수능은 여러 가지 면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우선 문과 이과 구분없이 국어와 수학은 통합영역+선택영역(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형태로 치러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이과생은 수학㈎형, 문과생은 수학㈏형에 응시했다. 문과생 불리 현상과 선택과목 간 불리에 대한 우려와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교육당국은 이를 강행했다.
수능시험 시작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위수민 수능 출제위원장은 “앞서 두 차례 시행된 모의평가 결과를 통해 국어·수학 선택과목별 응시생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 문항의 적정 난이도와 변별도를 설정했다. 꼭 공통과목이 어렵고 선택과목이 평이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가원이 발표한 채점 결과를 보면 문과생의 불리 현상은 결국 현실화했다. 난도가 높을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표준점수를 보면 올해 수학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전년보다 10점이나 치솟았다. 문과생 1등급이 아예 없는 학교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면 문이과 교차지원에 따른 문과 상위권 불리 현상도 크게 나타날 것으로 입시학원업계는 내다본다.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이과생이 문과생이 선호하는 경영학과나 경제학과에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또 다른 관중 포인트는 바로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학력 저하였다.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지난 2년간 제대로 된 대면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원격수업이 진행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원격수업에 따른 학력 저하 및 격차가 크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난이도를 조절해 쉽게 수능을 출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평가원은 수능날 브리핑에서 “모의평가 분석 결과 재학생과 졸업생의 특징이 예년과 다르지 않았고 양극화 특징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수능 채점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야 “출제자들이 예상했던 것과 학생 체감이 달랐다”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불수능’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 평가원이 학력격차에 대해 과소평가했거나, 아니면 난이도 조절을 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아이들의 학력저하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내년 수능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나머지 눈여겨볼 부분은 올해 절대평가가 도입된 제2외국어/한문이다. 그간 로또로 꼽혔던 아랍어 선택 학생이 지난해 70% 수준에서 21%로 3분의 1로 대거 감소했다. 교육과정과 상관 없이 점수를 잘 받는 데만 초점을 맞춰 수능 과목을 선택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수능은 끝났지만 교육당국의 임무는 새로 시작됐다.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학생의 성적을 면밀히 분석해 학력저하를 제대로 진단하고 대처해야 한다. 공통과목+선택과목 형태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는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올해 수능 난도가 급상승한 것은 선택과목 성적 미공개에 따른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선택과목 간 점수 격차가 너무 커 난이도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고 선택과목 점수에 대한 정보 제공이 없어 학력수준에 대한 제대로 된 측정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또 더는 수능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의견도 있다.
불수능과 정시 확대, 문과생 및 선택과목 간 불리현상으로 n수생을 양산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전면 도입을 앞둔 고교학점제와 대입 진학과정 간의 미스매치는 십 수년간 대입을 준비해온 아이들과 학교 현장에 혼란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교육당국은 이제라도 제로베이스에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입설계에 나서야 한다.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
메가시티사회부 차장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