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79일 앞으로 다가왔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으로 극명하게 분열된 정치권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상대편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연말 연시 어수선한 나날들이 지나면 금방 결전의 날을 맞게 된다. 어느 한 쪽은 승리의 환호성을 터뜨릴 것이고, 또 다른 한 쪽은 상실감에 몸부림을 치게 될 터이다.
#대선은 더 이상 선거가 아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전쟁으로 인식된 지 이미 오래다. 대선을 통해 분열과 대립의 감정이 확대 재생산되고, 갈등·투쟁의 정치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앞질러가는 것 같지만 대선 이후가 벌써 걱정이다. 여야 후보 진영간의 대립이 너무 극단적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낙선 된 쪽은 밤 잠을 편히 잘 수 있을까. 광화문과 서초동이 승복·불복의 시위물결로 뒤덮이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대선 후보간 대결이 아니라 ‘대선후보 가족들의 과거’가 선거판의 최대 이슈가 되어버린 현실도 우려스럽다. 팩트와 가짜뉴스가 뒤섞여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전투구(泥田鬪狗)’는 갈 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선 후보 본인들에 대해서도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진행중이다. 수사기관의 수사의지나 공정성에 대해서도 온갖 말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수사결과가 나오건 국민신뢰를 받기는 어려워보이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승자 진영에서 패자의 허물을 들추기 시작하면 ‘정치보복’의 역사가 또 반복된다. 집권 후 4년 가까이 ‘적폐청산’의 고삐를 조였던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의 결과 두 전직 대통령은 아직도 수감 중이고 이념적 양극화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잘못된 역사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된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김영삼 대통령을 만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했을 만큼 정치보복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국민통합의 단초를 열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선거판은 자꾸만 ‘미래가 아닌 과거에 집착하는 정부’ 탄생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은 미래의 문을 닫아버린다. 상대편을 포용하지 못하는 정치의 폐해는 국민의 몫이 된다. 집권세력이 ‘적폐’ 또는 ‘과거 청산’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통합’은 사라진다. ‘우리 편’만 중용하는 편가르기가 불가피해지고, 좌우진영을 넘어선 인재풀도 불가능해진다.
전문성이 부족한 ‘코드 인사’로 인해 잘못된 국정운영은 과거정권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30명을 훌쩍 넘어섰고, 결과적으로 도덕성은 물론이고 실력조차 입증되지 못한 인사들도 심심찮게 등판했다. 심지어 임기말에 가까워졌음에도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과거 정부 탓으로 떠넘기는 장면까지 목격해야 했다.
내년 대선은 2027년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향후 5년은 국운을 결정지을 수 있는 시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민생을 보듬고 경제도약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대한민국의 국익과 안보를 지켜나가야 한다. 사회 양극화와 갈등도 시급하게 조율해야 한다. 대선은 어떤 후보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이런 중차대한 선거인데도 비전이나 미래에 대한 청사진보다도 네거티브에 선거의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
#대통령을 뽑는 것인지, 대통령 가족을 뽑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제대로 된 정책대결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가족 논쟁은 정책의 실종을 불러왔다. 그나마 정책대결이라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정도다. ‘반문(反文)’ 진영 결집을 통한 정권교체를 역설하고 있는 윤석열 후보야 그렇다 치고, 집권당 이재명 후보와 청와대의 엇박자가 심상찮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유예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문제를 들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시장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공약과 표현은 속시원하고, 실용적 접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당 후보의 말에 무게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더니, 내가 진짜로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말은 대통령 후보의 가벼운 입으로 두고 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터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2021년도가 저물어 가고 있다. 2022년 새해에는 정부의 무능으로 국민이 희생을 강요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대통령은 ‘내 편’, ‘네 편’ 가르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대선 때까지, 길지는 않지만 국민의 시간이다.
선임기자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