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황정수의 그림산책] 포도나무가 춤을 추네

  • 황정수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1-12-21 19:24:4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조선시대에는 포도나무에 특별한 상징성을 부여했다. 구불구불 이어진 포도 넝쿨은 자손이 만대에 이어지며 번성한다는 생명력의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풍성한 알맹이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했다. 포도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다람쥐는 복을 가져다주는 생명체의 의미가 있어 일반 민가에서 좋아했다. 이러한 길상적인 상징성이 그림에까지 영향을 끼쳐 많은 포도 그림이 나타나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조선 후기에 상업이 발달하면서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그림이 대대적으로 유행한 것과 유사하다.
작가 미상 ‘묵포도’. 개인 소장
조선회화사에서 포도 그림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인물로 신사임당(申師任堂)이 있다. 그의 아들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자신의 어머니가 포도 그림을 잘 그렸다고 행장에서 증언했으며, 신사임당의 포도 그림에 대해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하기도 한다. 어느 잔칫날 국을 나르던 하녀가 한 부인의 치마에 국을 엎어버리는 바람에 치마가 젖었다. 이때 신사임당이 기지를 발휘해 치마에 포도 그림을 그려 하녀의 곤란한 상황을 구해주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만치 그의 포도 그림은 일품이었다고 전한다.

신사임당을 이어 휴휴당(休休堂) 이계호(李繼祜)의 포도 그림이 유명했으나, 역시 민간에 포도 그림을 유행시킨 이는 전라도 임피(臨陂)에 살던 낭곡(浪谷) 최석환(崔奭煥)이다. 최석환은 포도나무 가지를 태풍이 휘몰아치는 듯 굴곡이 심하게 그린 대작 병풍이 유명했다. 당시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소치(小癡) 허련(許鍊)의 모란 그림과 함께 일세를 풍미했다. 이들 그림은 모두 백성들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실용적 예술이었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포도 그림으로는 보기 드물게 유연하면서도 활기찬 작품이다. 정통 수묵화라 하기에는 전래의 전통 화법과는 많이 다르다. 활달하다 못해 자유분방한 면은 오히려 작가의 상상력이 잘 발휘된 민화라 하는 것이 더 어울려 보인다. 화면 가운데 아래 부분에서 포도나무 줄기 하나가 땅에서 나오더니, 씩씩하게 자라 둥그런 선을 그리며 길게 뻗었다. 가지의 흔들림이 무척이나 흥겹다. 가늘고 긴 가지에는 넓고 싱싱한 잎이 무성하고, 듬직한 포도송이를 50여 개나 알차게 매달았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다람쥐 여덟 마리는 포도나무가 자기의 집인 듯 가지에 올라 타 쳇바퀴 돌리듯이 신나게 왔다 갔다 한다. 많은 가지에 이것저것 잔뜩 매달려 있으니 마치 꽃이 활짝 핀 것 같기도 하고, 넝쿨이 흔들리는 것이 포도나무가 두 팔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인간 세상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인간 세상도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이 풍요로우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새해에는 역병도, 경제적 어려움도 사라진 아름다운 세상이 되길 빈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화명신도시, 재건축 길 열렸다
  2. 2[뉴스 분석] 서울·대구 “도시철 노인연령 상향” 부산 “손실지원 법제화”
  3. 3터키·시리아 강진 사망 7800명 넘어 2만명 예상...'골든타임'↓
  4. 4시티버스 연계 낙조투어 개발…서부산 관광 활기 안간힘
  5. 5낮 최고 11~14도...내일부터 비나 눈 내려 건조주의보 해제
  6. 6초등 5학년생, 멍든 채 집에서 사망… 친부·계모 긴급체포
  7. 7숨진 딸 손 끝내 못 놓는 아버지…튀르키예 비극에 전세계가 눈물
  8. 8신생아 떨어뜨린 조리원 간호사 등 3명 송치...원장 혐의 추가
  9. 9화명·금곡 7곳 270만㎡ 특례 가능…주거환경 개선 청신호
  10. 10당감1,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부산 첫 혜택…동래럭키도 재개
  1. 1김기현 다시 안철수 오차범위 밖 앞서..."'윤-안 연대' 발언 영향?"
  2. 2김기현 안철수 엎치락뒤치락…金 45.3%-安 30.4% vs 安 35.5%-金 31.2%
  3. 3김정은 딸과 또 동행, 후계구도 이대로 굳히나
  4. 4김기현의 반격…나경원 업고 안철수에 색깔론 공세
  5. 5여야, 이상민 탄핵소추안 상정 두고 의장실서 치열...법리공방도
  6. 6시민단체 “부울경 특별연합 폐기 반대”
  7. 7엑스포 특위 ‘프로 불참러’ 추경호, TK신공항 간담회는 참석
  8. 8“난방비 추경 어려워…요금 합리화TF 검토”
  9. 9“위법소지 많은 조합장선거 모든 방법 써서 단속”
  10. 10與당권주자 첫 비전발표회…김 “당정 조화” 안 “수도권 탈환”
  1. 1해운대·화명신도시, 재건축 길 열렸다
  2. 2시티버스 연계 낙조투어 개발…서부산 관광 활기 안간힘
  3. 3화명·금곡 7곳 270만㎡ 특례 가능…주거환경 개선 청신호
  4. 4당감1,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부산 첫 혜택…동래럭키도 재개
  5. 5HJ중공업, 한국에너지공대 캠퍼스 조성공사 수주
  6. 6"종부세 너무 많다"…지난해 분납 신청자 7만 명 육박
  7. 7부산 경유 가격, 11개월 만에 ℓ당 1500원대로 하락
  8. 8챗GPT가 불붙인 AI챗봇 전쟁…구글 “한 판 붙자”
  9. 9시장금리 내리는데…증권사 신용융자 금리 잇단 인상
  10. 10폭스바겐·벤츠·포드 등 무더기 시정조치(리콜)
  1. 1[뉴스 분석] 서울·대구 “도시철 노인연령 상향” 부산 “손실지원 법제화”
  2. 2낮 최고 11~14도...내일부터 비나 눈 내려 건조주의보 해제
  3. 3초등 5학년생, 멍든 채 집에서 사망… 친부·계모 긴급체포
  4. 4신생아 떨어뜨린 조리원 간호사 등 3명 송치...원장 혐의 추가
  5. 5오늘 국힘 출신 곽상도 대장동 업자 뇌물 수수 혐의 선고
  6. 640년 음지생활 청산,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 천사로 훨훨
  7. 7산림 훼손이냐, 보존이냐…민간공원 특례사업 딜레마
  8. 8부산 블록체인 기반 자원봉사은행 속도…올해 플랫폼 구축
  9. 9대학교 옥상 가건물서 불…인명피해 없어
  10. 10이대호 선수와 함께한 아침 체육 활동
  1. 1최악 땐 EPL 퇴출…맨시티, 독이 된 오일머니
  2. 2“쥑이네” 배영수 극찬 이끈 이민석…노진혁은 노하우 대방출
  3. 3캡틴 손흥민, ‘아시아 발롱도르’ 6년 연속 수상
  4. 4우승 상금만 45억…첫승 사냥 김주형, 랭킹 ‘빅3’ 넘어라
  5. 543세 로즈 ‘부활의 샷’…4년 만에 PGA 우승
  6. 6롯데 ‘좌완 부족’ 고질병, 해법은 김진욱 활용?
  7. 7267골 ‘토트넘의 왕’ 해리 케인
  8. 8벤투 후임 감독 첫 상대는 콜롬비아
  9. 95연패 해도 1위…김민재의 나폴리 우승 보인다
  10. 10‘이강철호’ 최지만 OUT, 최지훈 IN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부산이라 좋다, Busan is good!’인 이유
수산자원, 잘 이용하고 관리해야
기자수첩 [전체보기]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해시장, 소통행정 이후가 중요하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먼저 온 미래’ 영도에서 2030 부산 해법 찾기
‘부산’이라는 아이 어떻게 키우겠습니까
도청도설 [전체보기]
노인 나이 혼돈시대
총기 난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너무나 완벽한 음식 식해
여러분 모두 미식가 되세요!
사설 [전체보기]
부산 영화의전당 앞 도로 지하화 늦은만큼 신속하게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코앞인데 정부는 뭐하나
세상읽기 [전체보기]
사랑
부산진 수상비행장을 아세요?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수평선을 바라보며 동백꽃을 사랑하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신정과 설날 사이의 단상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다시 블랙리스트
정치인의 언어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태원 연가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노엘합창단
절대음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풍곡 성재휴의 ‘배암 나와라’
CEO 칼럼 [전체보기]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초고령 선진국에 걸맞은 변화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