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넷제로·Net zero)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 120여 개국과 함께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를 선언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에너지 부문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은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 됐다. 그중에서도 수소에너지는 장기간 대용량 저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총수요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2, 3%에 불과하나 2050년에는 18%까지 확대되고, 수소경제 시장 규모는 연 2조5000억 달러(약 3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주요국은 수소를 국가전략으로 채택하고 수소 활용 및 원활한 수급을 위한 공급사슬 구축을 전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수소생태계 로드맵을 통해 그린 수소 생산능력 증대 및 산업 전반에서의 수소 사용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일본 역시 호주 등 해외 에너지원을 활용해 생산한 수소를 자국에 도입·사용하기 위한 국제 수소 공급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한다.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을 제정했으며, 같은 해 7월에는 수소경제 선도국가를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수소경제위가 출범했다. 정부는 수소자동차와 연료전지 기술을 양대 축으로 수소 관련 기술 개발 및 보급을 확대하고, 운송 발전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는 수소 활용을 촉진할 방침이다. 나아가 대량생산 체계를 마련해 수소 생산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해외 공급사슬을 통해 수소 공급의 다원화 및 안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수소 활용 분야 기술 부문에서 선두그룹에 위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수소 기술의 상용화 및 보급 확대를 위한 수소의 안정적인 생산 및 공급, 유통 등 수소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인 수소 물류 인프라 확충 계획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30년부터는 글로벌 수소 무역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부터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를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50년에는 2790만ｔ 중 80%가 해외에서 생산·도입 및 수입되어야 한다. 해외 수소 공급사슬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있는 항만의 역할에 관한 고민과 준비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인프라 계획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 항만은 모든 글로벌 공급사슬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어서 해외 수소 수입에서도 중요한 공급기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항만은 석탄, 석유 및 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원의 해상운송과 내수시장을 연결하는 공급사슬의 주요 접점으로서 에너지 하역 보관 저장 등 에너지 가치사슬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항만은 수소 생산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기존 항만에 조성된 LNG 인수기지와 연계해 대규모 블루수소 생산이 가능하고, 항만 인근에 조성된 해상풍력 및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그린 수소의 생산 또한 용이하다. 이 같은 수소 수입 및 생산 거점의 역할을 수행하는 항만은 수소 선박의 벙커링, 항만 내 수소연료장비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배후도시 및 산업단지로의 수소 공급 기능 또한 수행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가산업단지 47개 중 21개가 항만 배후 및 항만과 인접해 조성되어 있어 제조 물류 등 산업 활동을 위한 수소에너지 소비에 항만이 즉각적으로 대응함은 물론 운송비 또한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요 국가는 인간 삶의 필수요소인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세계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에너지 생산·운송·저장 관련 기술 개발 및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를 극복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기에 안정된 수소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소 항만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마련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는 92%(2020년 기준)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은 중요한 현안이다.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우리로서는 향후 항만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수소 물류 생태계가 구축돼 수소경제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