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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의 생각] 이제 시대교체다

  • 김갑수 시인
  •  |   입력 : 2021-12-30 19:42:3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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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국면에서 계속되는 내 최대의 의문은 ‘왜 정권교체 여론이 훨씬 높은가’이다. 어떤 여당인사는 정권 말에는 언제나 새것 열망 즉 관성적으로 교체여론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안이한 생각이다. 하지만 친중 종북 주사파 정권이 나라를 도탄에 빠트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조금도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문재인 정부는 선진국 초입에 들어선 나라의 모든 성과를 집중적으로 맛본 행운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수출 최고치, 군사력 세계 6위, 한류의 세계적 열풍 등등 말해 무엇 하겠는가. 국제순위와 통계로 입증되는 온갖 성공적 지표는 넘쳐난다.

심지어 과거로부터 축적되어 온 성과물들은 다 배제하더라도, 집권 초 언제라도 미군의 북폭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위기상황을 평화국면으로 전환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공적 아닌가. 게다가 지난 모든 정권을 통틀어서도 권력형 부정비리가 가장 적었던 게 문재인 정부다. 말년 지지율로는 유례없이 높은 성적이 유지되고 있는데도 이상하고 이상타. 어째서 이토록 정권교체 열망이 높은 것일까.

정권교체란 여야 간, 진보 보수 간, 좌파 우파 간 임무교대를 의미한다. 그런데 과연 그게 진짜 국민의 뜻인가. 정권을 교체해야 할 이유로 통상 거론되는 것들을 들어보자.

대표적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가 있다. 양극화 해소도 성과가 매우 미흡했다. 취업난은 해소되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고 세대 간 성별 간 갈등 격화의 진원지가 현 정부의 속성인 듯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비판적 문제제기가 정당하다 해서 보수 세력의 집권으로 확연히 문제해결이 될 거라는 기대치는 높지 않다. 오히려 산업체제 개편의 불가피성이라든지 국제비교를 하면 그나마 양호하다든지 정부 탓만 할 수 없다는 변명거리가 얼마든지 나온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정권 지겹다, 보수당으로 교체해 보자 하는 여론이 높은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도대체 왜 그런가.

정권교체보다 훨씬 상위의 개념이 있다. 그것은 시대교체다. 우리는 이미 두 차례나 그것을 경험했다. 박정희 시절 전통적 농업국가이자 왕정과 식민총독 통치의 그림자를 벗어난 신생 공화정 공업국가를 일구었다. 이때 한국인은 새로운 인적자원으로 재탄생했다. 또 한 차례는 잘 알다시피 김영삼 김대중에서 현 정부까지 이르는 민주화 시기이다. 시민주권 성장, 세계화 편입, 디지털 환경 구축 등등. 첫 번째 시대의 주도층은 군부 엘리트와 관료들이었다. 그들은 재벌이라는 경제권력을 탄생시켜 거의 완벽한 주도권을 행사했고 반론도 많지만 매우 효율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두 번째 시기의 주도층은 누가 뭐래도 사회운동 세력이다. 이들은 1980년대 학생 신분으로 필사적인 자기헌신, 이념형의 국가모델링, 끈끈한 인적유착 관계를 형성했다. 1990년대 접어들자 이들은 사회주의권 붕괴와 더불어 다양한 사회세력으로 분화되어 나갔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주도층이었고 2000년대 접어든 지난 20년간 정치와 그 밖의 많은 분야에서 결정권자 역할을 했다. 어떤 이는 운동권 20년을 대실패로 규정하지만 억지소리다. 그간의 혁혁한 국가성장은 어떻게 설명이 되는가. 심지어 이명박의 이재오, 박근혜의 김무성처럼 보수가 집권을 해도 민주화 운동기에 성장한 인사들의 국가주도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었고 이들의 에너지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동권은 어느새 기득권의 상징처럼 비치고 민주노총이나 전교조는 사회악 취급을 받게 됐다. 보수언론과 극우세력의 끊임없는 세뇌 때문이라고 항변하지만 여론은 이미 기운지 오래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모든 상품에는 유효시효가 있다. 때가 도래한 것이다. 시대교체의 필요가 도래해도 국가별로는 상황이 달라서 한국의 민주화 과정처럼 시대를 앞당겨 나가기도 하고, 일본처럼 한없는 퇴행과 지체를 거듭하기도 하고, 사회당의 무능에 지친 프랑스처럼 전혀 별개의 제3지대 정권을 택해 새로운 실험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 대선국면에서 솟구치고 있는 정권교체의 열망을 여야 교대가 아닌 시대교체의 기운으로 이해하고 싶다. 문제는 시대교체가 어떤 변화를 의미하는지 이 변화의 주도세력 즉 담지층은 어떤 인물군을 뜻하는지 명료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우리에게 시대교체란 이념적 추구와 현실적 욕망이 충돌한 민주화 시대를 벗어나 본격 선진국 시대를 개막시키는 것을 뜻하리라. 그 내용을 채우는 토론이 대선이다. 김영삼의 문민화, 김대중의 냉전해체, 노무현의 디지털 전자정부 구축과 지방균형 발전같은 것들 말이다.

현재 우리의 선택지는 민주당 이재명이거나 국힘 윤석열이다. 국힘의 후보교체론은 야권 내부 문제이지 제3지대 확장의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 양자택일이다. 아직까지는 양 진영의 스캔들 논란이 대부분인데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앞으로 두어 달 동안 시대교체의 내용을 채우고 정책과 인물을 등장시키는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바라건대 한 30여 차례의 후보 간 토론을 기대한다.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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