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포화상태에 이른 벡스코(BEXCO)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올림픽공원과 벡스코 야외주차장 중 한 곳에 제3 전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현실에 급급한 나머지 짜낸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올림픽공원 예정지는 지하에 유수지 시설이 있어 전시장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고 대체 공원 조성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야외주차장 예정지는 2년이 넘는 공사 기간 현 벡스코의 각종 행사 개최에 지장을 초래하고 고질적인 주차난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또한, 두 곳의 예정지 중 어디에 제3 전시관을 건립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문제가 뒤따른다. 첫째, 해운대지역 교통체증 심화다. 센텀시티는 백화점 호텔 오피스텔 고층 아파트 등이 밀집해 있다. 더불어 옛 해운대 한진CY 부지에는 72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가, 벡스코 인근 신세계백화점 옆에는 호텔·레지던스가 결합된 높이 340m, 80층 규모의 복합건물인 센텀시티타워가 추진 중이다. 여기에 제3 전시관까지 확충된다면 지금도 심각한 해운대 지역 교통 체증은 어떻게 되겠는가. 둘째, 전시 면적 부족이다. 전시업계는 국제 전시컨벤션 시장에서 대형행사를 유치하려면 전시장 면적이 10만㎡는 돼야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제3 전시관이 확충되더라도 제1, 2, 3 전시관의 총 전시면적이 7만㎡를 넘지 못한다. 국제 수준의 규모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 2, 3년 안에 또다시 시설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산시는 예산 확보를 이유로 이미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강서구 대저1동 연구개발특구단지 내 부지까지 확정된 제2 벡스코 건립을 외면하고 제3 전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부산 제2 벡스코 건립은 시가 2017년 발표한 서부산권 균형발전을 위한 주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대저1동 연구개발특구단지에 건립될 제2 벡스코는 26만㎡의 넓은 부지에 전시장 면적이 9만1000㎡이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게다가 시의 서부산 종합개발계획인 서부산 그랜드플랜 추진과 부울경 메가시티, 2030등록엑스포 개최를 고려하면 반드시 강서구에 제2 벡스코를 건립해야 할 당위성도 있다.
서부산 중심지인 강서구는 사통팔달의 도로와 교통, 숙박시설 등 비즈니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앞으로 건설될 가덕신공항과 에코델타시티, 대저신도시 등 촘촘하게 잡힌 각종 개발계획은 지역 마이스산업을 충분히 견인할 수 있다. 기존 벡스코에 대규모 국제회의, 문화행사 등을 유치하고, 신규 건립될 제2 벡스코에는 조선, 해양, 자동차산업 위주의 국제행사를 유치하면 충분히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의 경우 1988년에 건립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전시장 3만6007㎡)를 확충하는 대신 2005년에 경기 고양시에 킨텍스(KINTEX·전시장 10만㎡)를 세워 기능을 확대했다. 킨텍스는 오는 2025년에 제3 전시장 완공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얼마나 미래를 내다본 안목 있는 결정이었는가. 부산시는 정부의 수도권 편향 개발은 비난하면서 왜 지역균형 개발은 외면하는가. 애초 계획대로 대저1동 연구개발특구단지에 제2 벡스코를 조속히 건설해야 한다. 시정 책임자가 미래를 바라보고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