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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보이콧 대 바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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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PR컨설팅 기업 ‘에델만’은 2017년 세계 소비자 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정치·사회적 신념에 따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른바 ‘가치 소비’다. 가치 소비의 비율은 2018년 64%로 높아졌고, 2019년에도 같은 비율을 기록했다. 에델만은 이를 ‘브랜드 민주주의(brand democracy)’라고 했다. 사회적 이슈와 관련한 브랜드의 입장에 따라 그 브랜드를 보이콧(boycott·불매운동)하거나 바이콧(buycott·구매운동)하는 소비자의 경제주권 행사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새무엘슨은 ‘화폐 투표’라는 개념으로 경제주권을 설명했다.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유권자가 특정 후보에 투표하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소비는 곧 정치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치 소비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 결식아동 무상급식 등 좋은 일을 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는 ‘돈쭐내기’ 운동이 한 예다. ‘돈쭐’은 돈과 혼쭐의 합성어로, 돈을 많이 벌게 해준다는 뜻이다. 돈쭐내줄 가게 목록을 온라인에 올리면, 이를 보고 돕고 싶은 곳을 찾아가 상품을 구매한 뒤 인증사진을 남기는 방식의 구매운동이다. 최근에는 가치 소비가 ‘멸공(滅共)’ 논쟁에로 번졌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SNS에 멸공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가 주가 하락과 불매운동에 시달리다 “멸공을 쓰지 않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그러자 비판 여론에 맞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구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브랜드 민주주의가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이 가치 소비를 마케팅 전략에 도입하기도 한다. 나이키는 2018년 전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캐퍼닉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청년을 추모하기 위해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었다가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미국 전역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예상대로 반발은 컸다.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도 작지 않았다. 캐퍼닉이 나온 광고를 본 소비자의 56%가 제품 구매 의사를 밝혔다. “어떤 희생을 하든, 당신이 믿는 것을 하라”는 나이키의 가치 지향적 메시지가 소비자의 공감과 지지를 자아낸 것이다.

브랜드 민주주의의 주체는 소비자다. 기업의 감언이설에 흔들리지 않고 시민과 공동체,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에 유익한 경제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현명한 소비자 말이다. 그런 소비자만이 당당히 주장할 수 있다. “나의 소비는 나의 한 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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