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두 번에 걸친 오일쇼크로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빠졌던 미국은 기준금리를 20% 정도로 무자비하게 올리면서 물가를 잡는 데 성공했다. 위기 탈출 이후 경제번영이 이어졌고 2000년대 중반 금리는 다시 1%대로 낮아졌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기점으로 0%대로 떨어졌다.
당시 경기침체에 물가까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확대해야 하나 더 내릴 금리는 없는(이미 0%대이므로) 막다른 골목에서 양적완화라는 ‘기적의 처방’이 등장했다. 정부 대신 중앙은행(연준)이 화폐를 찍어 국채 및 민간자산을 매입, 시장에 돈을 직접 푸는 방식이 바로 양적완화다. 금리를 더 낮추지 않아도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는, 획기적인 해결법으로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의 ‘작품’이었다. 그 결과 돈이 많이 풀려 2018년 기준금리가 2%대로 찔끔 인상됐으나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등장하면서 제로금리 시대가 다시 열렸다. 그로 인해 지금 물가는 폭등했고, 부동산 등 민간자산 가격도 끝간 데 없이 올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연준은 양적완화의 끝을 사실상 선언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 전년 동월 대비 7%나 오른 소비자물가를 억제하고 고용지표를 개선하고자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3월 중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끝내는 이른바 양적완화 종료로 돈 푸는 규모를 줄이고 금리를 3월부터 시작, 연내 세 차례 정도 올려 물가를 2% 이내로 잡겠다는 말이다. 하반기쯤엔 여기저기 벌려놓은 채권을 매각하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즉 양적긴축도 예상된다. 양적완화의 종말, 양적긴축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미국의 양적긴축, 금리 인상 예고는 먼 바다 건너 한국엔 쓰나미로 다가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한 연 1.25%로 올렸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1%로 맞춘 지 불과 두 달만이다. 코로나 사태 직후인 2020년 3월 0.5%포인트 완화해 연 0.75%로 낮춘 지 22개월 만의 원상회복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한 번 더 올려 연 1.5%가 되더라도 긴축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해 추가 금리인상도 예정됐다. 이로써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가 6%대로 치솟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영끌족’에겐 새해 벽두부터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러다가 ‘오징어 게임’ 참가자가 되는 건 아닌지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