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어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안전점검에 문제 있다고 나오면 수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가 그렇게 말한 순간에도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노동자 5명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가족과 친지는 발을 동동 굴렀다. 현실에 못 미치는 법과 제도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장면이라 하겠다. 그런 현실과 제도의 모순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하지만 기대와 함께 우려도 만만찮다. 아직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제도가 미흡해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1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현장을 가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 개인에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법인이나 기관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대가(임금)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면 이 법의 보호를 받는다. 사업주 등이 책임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기존 법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다. 산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산재 예방의무 위반 사업장 1243곳 중 59%가 건설업이다. 2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의 71%도 건설업이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한계는 개선 기대에 제동을 건다. 당장 법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데다,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현장은 2년 후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법적 한계는 건설업의 취약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지난해 상반기 건설업 산재사망자의 67%가 공사금액 50억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건물주인 발주자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다행히 이 문제점을 보완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보다 완성도 높은 법과 제도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의 잇단 부실시공 사고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도급, 재하도급, 재재하도급으로 건설비용을 줄이며 수익을 늘려 부실건물을 양산하는 건설업계의 구조적 모순이 근원적 문제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 모순이 이젠 더 지탱할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렀다. 현대산업개발의 잇단 사고가 그 위기를 알리는 신호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부동산 공급 부족은 거론되지만, 건물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어서다. 질적 담보 없는 거품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그땐 일본의 20년 침체보다 더한 불행이 닥칠 수도 있다. 건설업계 역시 이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는 국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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