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의 대안 모색] 빈사의 농촌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
  •  |   입력 : 2022-01-20 19:40:5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3農(농민 농업 농촌) 문제 해결로 국민 행복을 이루자는 기치를 내걸고 전국을 돈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그제 서울에서 두 달여의 장정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10월 26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해 8개도 18개 시군을 순회한 대행진은 황폐해진 농업 현실을 직시하고 농촌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그리고 이를 ‘농정 대전환을 위한 정책’으로 정리해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했다.

오늘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 위기, 식량 위기, 지방소멸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농촌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대행진의 커다란 성과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농업예산 확대, 지역 위기 극복을 위한 농촌주민수당 지급, 식량주권을 위한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등 ‘3綱6略’의 실천방안을 마련했다.

대행진은 가는 곳마다 민회를 열어 농촌과 농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과제에 대해 현장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쓴이도 창원에서 열린 경남 대행진에 참석했는데, 함께한 농민은 위기에 처한 농업과 농촌의 다급한 상황을 절규했다. 그간 우리 사회나 국가가 얼마나 농업을 홀대하고 농촌을 외면해 왔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민회에서 농민은 경자유전의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채 농토가 투기장이 된 현실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외지인의 농토 투기로 농지가격이 급격히 올라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형편이 됐다는 것이다. 부재지주의 급증은 무분별한 농지전용의 폐단으로 이어진다. 대규모 태양광발전이 논밭을 잠식하고, 모텔 등 위락시설이 들어서는 등 농지를 사회적으로 압살하고 있다.

농촌을 도시의 후방 보급기지쯤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시에서 쏟아져나오는 무수한 쓰레기의 하치장이 된 농촌의 현실이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환경을 더욱 악화시킨다. 건축폐기물을 비롯한 산폐물, 생활쓰레기에다 의료폐기물까지 무차별적으로 반입돼 마구 버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단지와 폐기물처리장이 패키지로 추진되면서 농촌의 자연환경과 생활 터전을 파괴하고 오염시킬 우려가 커진다.

정부의 근시안적 농업정책도 화근덩어리다. 식량자급률이 20%밖에 되지 않는 데도 농지 훼손을 방치하거나 심지어 조장하기까지 한다. 관료들은 식량이 모자라면 수입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 절어 있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 사태 속에서 100% 이상의 식량자급률을 가진 선진국들이 농업지원을 강화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기실 우리도 엄청난 농업예산이 투입되지만 정작 그 과실이 농민이 아니라 농기계나 농자재, 화학비료와 농약회사 등 기업에 돌아간다.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허울 아래 경쟁적으로 농촌 인프라를 건설하지만 대부분 적자투성이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농촌에 대한 빗나간 인식이나 정책은 농촌공동체를 무너뜨리고 농민의 삶을 벼랑으로 내몬다.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공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본이 설쳐대면서 전래의 소농과 농촌공동체가 무너지는 현상은 전 세계적이다.

근대 자본주의 이래 농업은 철저하게 유린됐다. 돈이 잣대가 되면서 농업은 산업의 한 부분으로, 먹을거리는 상품의 하나로 전락했다. 우리의 경우 박정희의 개발독재 시대에 저임노동의 하부구조가 돼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전했지만 농민은 그 성과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그뿐 아니라 수출중심의 기업을 위해 온갖 불리한 여건을 떠안으며 볼모잡히는 신세다.

산업화과정 천하지대본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농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많은 공익적 가치를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자연히 국민총생산의 2%에 불과한 농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전체 인구의 4%에도 미치지 못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는 움츠러들기가 십상이다.

위기의 농업과 농촌을 되살리려면 정책의 대전환이 급하다. 모든 산업의 근간으로서 농업이 국가 경제의 초석임을 인식하고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또 규모의 영농이니 6차산업이니 번지르르한 구호를 내세우며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유기소농 육성으로 오랜 지혜와 호혜의 정신을 계승하는 농촌공동체 복원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농촌과 농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도시소비자들의 시선이 농촌부흥을 좌우한다. 농업은 생존의 기본조건인 먹을 것을 줄 뿐만 아니라. 총체적 삶을 규정하는 정신적 문화적 토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산야가 어우러진 농촌 풍광은 우리가 자연에 연결돼 있음과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넉넉하고 따듯한 농심은 우리가 삭막한 도시에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다는 위안을 준다.

오늘날 농업이 붕괴하고 농촌공동체가 해체되고 농민들이 소멸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현실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빈사지경에 이른 농업을 구해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자식에게 모두 내어주고 앙상한 몰골로 남은 늙은 어머니 같은 농촌을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2. 2'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3. 3'내란 중요임무 종사' 박성재 2심 내주 선고
  4. 4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5. 5"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6. 6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7. 7‘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8. 8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9. 9[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10. 10[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1. 1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2. 2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3. 3[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4. 4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2. 2"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5. 5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6. 6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7. 7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8. 8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9. 9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0. 10‘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2. 2'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3. 3'내란 중요임무 종사' 박성재 2심 내주 선고
  4. 4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5. 5‘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6. 6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7. 7[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8. 8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9. 9[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10. 10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