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난신’(怪力亂神)은 웬만해선 정확한 의미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괴이(怪異) 용력(勇力) 패란(悖亂) 귀신(鬼神)이란 독립적인 뜻을 가진 단어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풀어 놓으니 더 알쏭달쏭하다. 각 단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괴이는 정도나 이치(理致)를 어지럽히고, 용력은 덕(德)을 해친다. 난은 다스림, 귀신은 사람과 짝을 이룬다. 여기서 키워드는 이치다. 자연의 순환처럼 사람이 도리를 다하는 바로 그것이다. 이를 사람이 구현하는 것이 도와 덕, 도덕이다. 귀신은 사람을 현혹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통칭한다.
공자는 ‘괴력난신’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괴력난신은 이치의 올바름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치를 지극하게 연구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니 입에 담지 않으려 했지 싶다. 아마도 스스로를 닦아 인격적인 완성에 이르고, 이를 정치의 바탕으로 삼으려는 현실적 지향점을 제자들에게 강조한 듯하다. 공자가 감정과 성품을 다스리는 시(詩 또는 ‘詩經’), 정사를 말하는 서(書 또는‘書經’)와 함께 예절을 줄곧 강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속깊은 내용을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겠다.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괴력난신을 곱씹는 이유는 대선 정국을 어지럽히는 추문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탓이다. 양강 구도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두 대선 후보가 마찬가지다. 그것도 녹취록 형태로 불거져 대권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양자 TV 토론 불쏘시개가 될 판이다.
오는 3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글로벌 부의 양극화는 최근 세계은행이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다시 확인됐다. 지난 20년 동안 이룬 불평등 개선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물거품이 될 수 있단다. 우리나라라고 다를 바 없는 데다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번지는 위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저성장의 늪을 탈출할 성장 엔진을 가동해야 한다. 갈수록 꼬이는 한반도 정세는 또 어떤가. 무엇보다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쩍 갈라진 국론을 융합해 시너지를 내는 일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새로운 리더십의 몫이다.
그래서 험난한 팬데믹 위기를 헤쳐갈 지혜를 모으는 정책 선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영 딴판이다. ‘무속’과 ‘욕설’의 진흙탕 싸움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이 벌이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윤 후보는 본인과 부인, 그리고 장모가 줄줄이 엮인 속칭 ‘본부장’ 의혹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녹취록’ 속 무속 관련 내용은 유권자들이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이는 윤 후보 본인의 ‘손바닥 王자 논란’과 함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 해산을 촉발한 건진법사 보도가 더해지면서 명확한 해명의 필요성을 키웠다. 게다가 김 씨의 녹취록이 추가 공개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경선 주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굿을 했다는 주장을 담은 발언까지 나왔다. 속된 말로 내부 총질이요, 여당에겐 좋은 공격의 빌미다.
당장 제정 러시아 몰락의 도화선인 괴승 라스푸틴, 고려말 공민왕의 실정을 초래했던 신돈, 조선말 명성황후 멘토 노릇을 한 진령군 등이 줄줄이 소환됐다. 이에 더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도 입길에 올랐다. 이들의 공통점이 ‘나라를 말아 먹었다’는 것이란 설명과 함께. 물론 윤 후보 본인이야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하겠으나 유권자 입장에선 참으로 고약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윤 후보가 자초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후보도 사정이 곤궁하기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른바 가정 문제에서 비롯된 이 후보의 욕설과 막말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결과적으로 두 후보 모두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가치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다. 불신도 부채질한다.
문제는 비방과 폭로의 네거티브 선거를 정책 대결로 이끌자며 마련한 두 사람의 TV 토론에서 이런 문제가 폭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선거 판세가 혼전을 거듭할수록 진영 결집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지지율 정체의 고리를 끊기 위해 TV 토론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건 당연하다. 그 좋은 소재가 무속과 욕설 논란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대장동 의혹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괴력난신의 칼춤 아닌가.
그런 조급함과 욕심을 내려놓고 현 시기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격조 높은 토론을 보고 싶다. 코로나 시국에 국민이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또 ‘비호감 1위와 2위 후보만 참여하는 비호감 토론’이란 또다른 대선 후보들의 지적을 조금이나마 극복하는 성과를 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