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간짜장과 계란프라이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01-25 19:20:0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14년 서울로 이사해 작년 6월 부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8년 동안 서울 생활을 한 셈이다. 직업 때문에 새로운 음식에 적응하는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하지만 익숙한 방식과 결별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린다. 대표적으로 순대를 찍어 먹는 방식이다. 부산에서 순대는 당연히 쌈장에 찍어 먹는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소금에 찍어 먹는다. 어쩌다 한 번이면 몰라도 소금 외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힘들었다. 쌈장을 끊는데 2년 정도 걸렸다.

계란프라이가 빠진 간짜장은 간짜장이 아니다.
순대를 극복하니 또 하나의 복병이 등장했다. 이건 정말 서울시민으로 살면서 발견한 차이다. 돼지국밥을 무시로 먹던 습관은 서울에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했다. 돼지국밥 못지않게 맛있는 순대국밥 집이 서울에는 아주 많기 때문이다. 돼지국밥에 대한 갈증을 풀면서 돼지국밥과는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뭔가 허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늘이 없었다. 생양파와 풋고추는 주는데 마늘이 없다. ‘어떻게 마늘 없이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늘을 따로 요구하면 주는 곳도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나는 결국 이것조차 극복했다. 소금만으로 순대를 먹고, 마늘 없이 순대국밥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서울사람이 다 됐다고 믿었다.

그런데 부산으로 돌아올 때까지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이 있다. 계란프라이가 없는 간짜장은 절대 타협할 수 없었다. 부산에서는 당연히 올리는 계란프라이가 서울 간짜장에는 없다. 자고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당연히 있던 것이 없을 때의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계란프라이에 대한 부산 사람들의 유난스러운 집착에 대해 일부 서울 사람들은 살짝 비꼬는 투로 ‘순진하다’고 표현한다. 나는 이런 무례한 사람들을 보면 참을 수가 없다. 간짜장과 계란프라이의 관계는 맛과 역사의 측면에서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간짜장에 올리는 계란프라이는 기름을 넉넉히 두른 중국식 팬에 튀기듯이 굽는다. 그것도 노른자는 익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계란 노른자를 터트려 간짜장 소스와 함께 비비면 면의 윤기도 달라지고 볶은 춘장과 계란 노른자가 만나 풍미가 훨씬 강해진다. 계란프라이는 그냥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간짜장의 맛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역사적으로 더 흥미롭다. 산업화시대 우리 정부의 중요한 경제정책 중 하나는 물가안정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계 깊은 품목들을 설정해 국가가 강력하게 관리했다. 가장 대중적인 음식인 짜장면도 그중 하나였다. 짜장면 가격은 업주 마음대로 올릴 수 없었다. 국가의 눈치를 봐야 했다. 짜장면은 짜장면인데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가격을 재량껏 책정할 수 있는 메뉴가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간짜장 삼선짜장 사천짜장 유니짜장 등이다. 가격을 더 받으려니 어떻게든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간짜장에 계란프라이 하나를 떡하니 올렸다. 먹거리가 풍족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이조차 굉장히 차별적 시도였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는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흔적을 살피는 것이 음식의 스토리다. 부산 사람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값싼 계란프라이가 아니라, 계란프라이의 존재 이유이며 그것으로 행복했던 우리들의 기억이다. 그러니 사소한 전통을 무시하지 마시라!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4. 4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5. 5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6. 6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7. 7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8. 8부산이 대륙 끝? 지도 돌려보면 북극항로 시작점
  9. 9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10. 10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3. 3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4. 4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5. 5‘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6. 6“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7. 7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8. 8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9. 9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10. 10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8. 8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9. 9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10. 10[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 1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2. 2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3. 3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4. 4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5. 5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6. 6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7. 7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8. 8“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1. 1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4. 4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5. 5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6. 6“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7. 7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8. 8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9. 9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10. 10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