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대선후보 2차 TV 토론 때 흥미로운 질문이 나왔다. “SMR(소형모듈원전)은 전력수요가 많은 지역 인근에 짓는 게 효율적이다. 서울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데가 강남인데 그럼 강남에 짓는 것 동의하느냐”(정의당 심상정 후보)
“경제적으로 손실이 큰, 별로 도움 안 되는 사드를 지방에 배치하겠다고 했는데 어디 배치할 것인가” “원전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또 어디에다 설치할 건가”(민주당 이재명 후보)
얼핏 보면 사드 추가 배치는 외교안보 이슈이고, 원전 추가 설치는 에너지 이슈다. 그러나 두 후보는 그 이면에 숨은 지역균형발전 논리로 전환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협공한 것이다. 수도권 방어를 위한 사드를 왜 지방에 추가 배치해야 하는지,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수도권인데 왜 원전 밀집 지역은 부산 울산 경북 전남에 있어야 하는지, 왜 지역민은 그런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 후보는 어쩌면 탈원전을 백지화하려는 윤 후보의 원전 확대 정책을, 사드 추가 배치를 통한 국방력 강화를 반박하기 위해 지역균형 논리를 ‘이용’했을지도 모른다. 그 의도와 진정성을 차치하더라도, 모든 정책과 이슈 뒤에 숨어 있는 지역균형 문제의식을 발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정책을 입안하거나 실행하는 전 과정에 ‘성인지적 감수성’이 필요한 것처럼 이제는 ‘지역균형 감수성’이 필요하다. 은연 중에 차별받고 있는 지역, ‘이등 국민’으로 살아가는 지역민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민감성이 필요하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지역 균형발전 이슈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후보들은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해 가는 곳마다 지역발전 공약들을 앞다퉈 내놨지만 지역균형 감수성은 이와는 좀 다르다. 근본적으로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와 이해, 체화된 감수성이 없다면 후보들의 지역 공약은 시혜의 논리로 전락해 버리고, 중앙의 논리에 막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원전 지역이 떠안아야 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에 관한 후보들의 반응도 지역균형 감수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국제신문의 질문에 “신속히 (영구처리시설)부지 확보에 나서고 지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몇년간 찾지 못한 부지를 어떻게 찾겠다는 것인지 지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서 여당의 부산시장 후보였던 김영춘 전 의원은 원전 거리에 따른 전기요금 차등제를 입법화할 정도였는데 이번엔 당이 역주행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희박해 보인다. 그는 언론을 통해 “당분간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 간담회에선 “기술의 진전과 함께 핵폐기물 처리장을 허용하는 지역에는 상당한 경제적 보상을 함께 해줘서 그걸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나”며 안일한 답변을 내놨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는 이러한 주요한 쟁점이 다뤄지지도 않고 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현안인 지방소멸에 대한 후보들의 치열한 논쟁을 유권자들은 들을 수가 없었다. 주요 4당 후보들이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 가운데 지역균형발전이 포함된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유일했다. 윤 후보는 뒤늦게 선거공보물 10대 공약에 지역 균형발전을 끼워넣었다.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의 경우 일찌감치 지자체의 재정재량권을 전면 확대하는 ‘재정연방제’ 도입 등 획기적인 지역균형발전 공약을 내놓았지만 4당 후보에 밀려 조명받지 못했다.
이제 3주 가량 남은 대선 기간 모든 관심이 단일화 성사 여부에 쏠리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어떻게 지역을 살리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발전 동력을 찾을지 후보들이 치열하게 논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