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수훈 칼럼] 한일 역사화해의 모색

  • 이수훈 경남대 석좌교수·전 주일대사
  •  |   입력 : 2022-02-17 20:01:2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무척 악화된 한일관계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흔하다. 정치지도자들, 재계 인사들, 한일 전문가집단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만나는 일반 국민까지 한일관계를 어떻게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사로부터 이어져 나온 문제들을 두고 한일 두 정부 간의 갈등 양상이 한껏 고조된 데다가, 2019년 여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경제갈등이 등장하면서 한일관계가 한층 악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팬데믹의 발발로 인해 인적교류마저 끊기다시피 한 것이 한일관계의 현주소다.

냉정하게 볼 때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악화된 한일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난 주말 하와이에서의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정의용 외교장관과 일본의 하야시 외무장관이 미국의 주선 아래 모처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 현안들에 대해서 기존 양국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친 나머지 역사갈등에 대해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짐작건대 일본 정부는 곧 있을 한국의 대선과 그에 따른 차기 정부의 출범을 염두에 두고 기다리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이 전략이 유효할 것 같지도 않지만, 우리로서는 차기 정부의 출범에 발맞춰 한일관계 발전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선 후보들은 한껏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하라는 안팎의 압박에 부응하려는 차원에서 한일관계 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여야의 두 주요 후보가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21세기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주목하고 정치적 해법의 모델로 인식하면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채택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한일 두 정부 쌍방으로부터 역사갈등 문제를 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너무나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새 정부는 강제동원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난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정부의 의지에 더해 피해자들, 정당, 기타 이해 상관자들과의 소통과 협조가 동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2015년 위안부 합의와 그 이행 과정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에 요구되는 자금 조달에 관해서도 한국 정부가 적극성을 발휘해야 마땅하다.

어쩌면 더 중요하게도, 공은 일본 정부에 있는지 모르겠다. 아베 내각이 견지했던 문제투성이인 역사수정주의 노선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일본의 집권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이 과거사 문제들에 대해 아베 정부 기간에 실종됐던 감수성을 복구하고 발휘해야 하는 일이다. 1990년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 그리고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불과 10여 년 전인 2010년에 간 나오토 총리가 행한 ‘간 담화’ 수준-역사 직시 반성 사죄-의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갈등은 돌파구를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의 해법 가운데 최상은 ‘역사화해’를 이루는 것이다. 역사화해의 출발 역시 일본 정치지도자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보이면서 역사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차기 한국 지도자가 역사화해를 위해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파트너십 선언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출발이 이렇게 되면 위안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얼마든지 가능해지며, 강제동원(징용) 문제도 대화를 통해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대화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앞에서 말한 정의용-하야시 회담에서도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긍정적인 또 하나의 요소는 한·미·일 협력에 대한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력해 미국이 앞으로도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매개 역할을 해나갈 것이란 점이다.

이런 필요와 흐름에 따라 한국의 새 정부는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대일외교에 응해야 할 것이다. 욕심 같아서는 이전의 투트랙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멀티트랙 외교’로 접근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기존 역사 직시, 경제 안보 미래지향적 협력에 더해 대전환기에 공통의 이슈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기후변화 팬데믹 공급망 교란 등 글로벌 차원의 의제들을 대응하는 데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한일 두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5. 5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9. 9“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