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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마지막 시샘, 꽃샘추위

  • 박광석 기상청장
  •  |   입력 : 2022-02-26 08: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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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박광석 기상청장. 국제신문DB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한나라 때 고사를 바탕으로 쓴 시에 등장하는 구절인데, 전한시대 말기 궁녀 왕소군이 고향을 떠나 흉노국으로 시집을 가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을 노래하고 있다.

춘래불사춘은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한자 의미 그대로도 많이 쓰인다. 이를 봄추위에 대입하자면 ‘꽃샘추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꽃샘추위는 꽃이 피어나는 것을 시샘하듯 봄 기온이 일시적으로 크게 낮아지는 현상이다. 봄은 흔히 따뜻하고 꽃피는 계절이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봄추위가 장독 깬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사실 봄추위는 예사롭지 않을 때가 많다. 그 이유는 늦겨울에서 초봄, 우리나라의 기압계를 보면 알 수 있다.

겨울철 우리나라는 북서쪽으로부터 확장해오는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춥고, 바람도 강하다. 기압계가 바뀌기 시작하는 2월 말경부터는 온난건조한 이동성 고기압이 제주도 남쪽 해상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때 남서풍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기온이 높아진다. 이후 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고, 북쪽으로부터 찬 공기가 파고들면서 이른바 꽃샘추위가 나타난다.

이번 겨울 동안 부울경(부산, 울산, 경상남도) 지역은 12월과 1월에 평균기온이 각각 3.8도와 1.7도를 기록해 평년(1991~2020년, 30년 평균값)과 비슷하였지만, 추위가 끈질기게 이어져 2월 중순까지도 영하 10℃ 내외의 기온을 보인 날이 있었다. 또 강수량은 12월 2.7mm(평년 28.1mm), 1월 0.1mm(평년 29.6mm)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건조했다. 한때 부산과 울산은 건조특보가 한 달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이토록 춥고 건조했던 겨울을 지나 1월 25일 창원에서는 매화의 발아가 시작되었다.

기상청은 매년 계절관측을 실시하고 있다. 계절관측의 지표로는 개나리, 진달래 등 총 10여 종의 식물이 있는데, 대체로 매화가 가장 먼저 발아하고, 꽃을 피운다. 제주도를 제외한 육지에서 매화꽃의 개화는 부산이 평년 2월 18일로 가장 빠르고, 창원 2월 25일, 울산 2월 26일로 뒤를 잇는다. 매화꽃의 개화는 10℃ 이상이 알맞으며, 영하 8℃ 이하에서는 생장이 어렵다. 부울경 지역의 2월~3월 평년 기온을 보면, 최고기온은 8.1~15.3℃, 최저기온은 ?5.5~5.3℃의 분포를 보인다. 최고기온은 꽃이 피기에 충분하지만, 최저기온은 영하를 밑돌기도 한다. 꽃이 필 때, 기온의 변동 폭이 크고, 일교차도 크기 때문에 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나타날 수 있다.

봄에는 추위와 따스함이 공존한다. 봄이 흘러가는 동안 기온이 상승하기에 사람들의 기억 속엔 따스함만이 남지만, 알고 보면 추위도 봄의 일부다. 이러한 봄의 특성을 잘 인지해 따스한 바람 사이로 파고드는 차고 건조한 공기에 맞서 건강관리에 유의하고, 화재 예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겨울이 시샘할 만큼 기다려지는 봄 날씨,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상정보와 함께 다가오는 봄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맞이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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