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지난 30여 년의 그것과 다르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을 의미하는 ‘뉴노멀(New Normal)’이란 용어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과거의 표준이던 ‘올드 노멀(Old Normal)’은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을 근간으로 삼는 ‘큰 시장 작은 정부’ 노선의 시장만능주의였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야할 세상은 세계적 저성장 추세 속에 고용의 불안정성과 소득의 불평등·양극화가 더 커질 개연성이 높다. 그러므로 뉴노멀은 정부의 개입을 통해 시장실패를 극복하고 경제·복지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개념이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대면 경제와 에너지 전환이 중요해졌다. 장차 다가올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디지털뉴딜(디지털 전환), 그린뉴딜(에너지 전환), 휴먼뉴딜(사람 투자와 사회안전망 강화), 지역균형뉴딜(국가의 균형 발전)은 새 정부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시대적 과제라 하겠다.
하나 더 있다. 가장 어려운 과제인데, 바로 ‘인구구조의 위기’(저출생·고령화)가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 7.3%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 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 14.3%)를 거쳐 2025년 초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 20.3%)에 도달한다. 25년 걸린다. 프랑스 154년, 미국 94년, 독일 77년, 일본 36년에 비해 엄청 빠르다.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중은 2020년 15.7%, 2022년 17.5%, 2025년 20.3%, 2030년 25%, 2040년 33.9%, 2050년 39.8%, 2060년 43.9%로 급증한다. 이는 장기간의 심각한 저출생 탓이다. 우리나라는 1985년부터 줄곧 OECD 기준의 ‘저출생’ 상태였고, 2002년부터 ‘초저출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장차 세계적 저성장 추세 속에 경제와 고용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것이고, 지난 36년 동안 계속된 저출생 탓에 노동 공급이 감소함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 수입은 줄어들고, 정부의 재정 능력 축소에 더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의 급증은 우리 사회를 파국적 상황으로 내몰 것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를 결단해야 한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시장주의 모델이나 남유럽 복지국가 모델은 국민행복 수준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체제의 지속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행복 수준과 경제·복지 체제의 지속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이고, 또 최근 20여 년 동안 독일이 이룬 복지국가의 성과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갈 나라는 경제·일자리·복지의 유기적 통합 체계로 이미 선진국에서 성과가 입증된 ‘보편적 복지국가’라 하겠다. 여기서는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공정한 경제, 혁신적 경제가 유기적·통합적으로 잘 작동하기 때문에 국민행복 수준이 높고 경제와 복지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간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네 가지 원칙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첫째, 보편적 복지는 일생에 걸쳐 복지 필요가 있을 때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인데, 중산층을 포함해 국민 누구에게나 필요에 상응하는 복지 혜택과 기회의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므로 경제사회적 격차를 줄여주고 경제의 역동적 성장에 기여한다. 둘째, 적극적 복지는 사람에 대한 투자로 국민을 더 창의적이고 유능하도록 돕는 것인데, 일자리를 매개로 경제와 복지를 유기적 통합체로 보는 복지국가의 개입 전략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서 큰 성과를 낳는다.
셋째, 공정한 경제는 경제민주화와 노동 체제의 재편을 포함하는데, 경제의 불공정 체제를 개혁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차분배의 구조적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혁신적 경제는 위의 세 가지 원칙이 유기적으로 작동함으로써 달성되는 경제 체제의 성과물인데, 창의성·다양성·유연성을 중시하고 혁신적 중소기업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위의 네 가지 원칙을 통한 경제·일자리·복지의 유기적 통합 체계를 말하는데, 윤리적·정치적 정당성뿐만 아니라 재정적·정치적 지속가능성도 매우 높다. 예정된 인구위기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장차 10년 이내에 이런 유형의 한국형 복지국가를 건설해야만 한다. 그래서 차기 정부 5년은 너무나 소중하며, 이 기간 안에 OECD 평균 수준까지 복지국가 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복지국가 정당 정치’의 새 시대가 요구된다. 국민의힘은 시장만능주의 적폐를 극복함으로써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국제적 기준의 중도보수 정당이 되도록 개혁을 추진해야 하고, 민주당은 기본소득 포퓰리즘을 폐기하고 반민주 기득권 적폐를 해소함으로써 중도진보의 복지국가 정당으로 건강하게 다시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구조를 깨고 선진 복지국가에서 볼 수 있는 ‘합의제 민주주의’ 정치 질서를 구축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국민행복의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목표한 대로 장차 10년 이내에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