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개표 방송을 지켜보느라 잠 못들게 했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린 지 일주일이 지났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8.56%와 47.83%로 0.73%포인트 차이다. 한 유명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를 두고 ‘깻잎 반장 차’ 승부라고 표현했다.
부산의 대선 성적을 따로 떼내 보자. 윤 당선인과 이 전 후보는 부산에서 각각 58.25%와 38.15%의 득표율을 올렸다. 이를 두고 양 진영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참고로 국민의힘 부산선대위는 선거운동 기간에 60% 득표를 목표로 잡았다. 민주당은 득표율 4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백종헌 부산시당위원장의 말이다. “저희 국힘이 집권해도 부산 현안을 잘 해결하고 발전시킬 수 있겠느냐는 데 대한 시민의 믿음이 조금은 부족했고, 민주당과의 협치 가능성에도 의문을 가졌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그래도 많은 지지를 보내준 시민의 마음이 고맙고 앞으로 운동화 끈을 더 바짝 조여매고 뛰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민주당 부산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생각은 어떨까. “목표에 못 미친 데 대해서는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게 우선이겠지만, 향후 당세나 외연 확장 등에 대한 희망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오거돈 전 시장 성추문 사건, 부동산 가격 폭등, 조국 사태(내로남불) 등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1년 전 시장 보궐선거(34.42%)보다 득표율을 끌어올린데 나름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제 관심은 6월 1일 지방선거로 쏠리고 있다. 4년 전 선거에서 부산 시민은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에 지방권력을 쥐어줬다. 시장은 물론이고 16개 구·군 가운데 13개 기초단체장 자리를 민주당이 차지했다. 시의회도 민주당의 압도적 다수로 구도가 변했다. 이런 부산의 ‘민주당 천하’는 1년 전 오 전 시장의 성추문 사건으로 치러진 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이 국힘 소속 후보에 압도적 지지(62.67%)를 보내면서 막을 내렸다. 이번 대선에서 부산 민심은 차이가 좁혀지기는 했지만 국힘 우위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대선의 최종 승자도 국힘이다. 대통령 취임(5월 10일) 후 불과 20일 만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에서 이기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었다. 국힘이 손쉽게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깻잎 반장 차 승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국힘과 거대 야당이 되는 민주당이 신경전을 벌일 수 있고, 벌써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로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이 석연찮은 이유로 연기되는 일도 벌어졌다. 양측의 힘겨루기 원인이나 양상에 따라 국민 여론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알 수 없다. 지방선거 판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백 위원장은 “내부 공천 경쟁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고, 오만하게 공천한다면 여론은 얼마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현역 구청장이나 시의원을 상대해야 한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고 했다.
지난 대선 내내 ‘절박함’을 강조했던 부산 민주당은 이번에야말로 더 절박한 처지가 됐다. 우선 시민이 기회를 줬음에도 잇단 실정으로 실망시킨 데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온다. 부산 발전을 위해 상대 당과 경쟁하고 협치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달라고, 보다 정교하게 설득하는 논리 개발도 함께 요구된다. 류 전 처장은 “쉽지 않겠지만 현명한 시민이 평형·균형을 갖추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