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또 다른 팬데믹이 온다는데

  • 김석환 부산대 석좌교수
  •  |   입력 : 2022-04-07 19:41:2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19년 3·1운동의 원인으로는 일본의 폭압적인 무단통치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일제는 조선 강점 이후 군사력을 배경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폭력적인 억압과 수탈을 자행했다. 1919년 1월 고종의 죽음과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선언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이야기돼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는 ‘스페인 독감’이라는 팬데믹의 영향도 대단히 컸을 것이라고 한다. 조선총독부의 1918년 통계연감에 따르면 당시 전체 인구 1705만 명 가운데 44%인 755만6000여 명이 감염돼 14만여 명이 숨졌다. 스페인 독감에 걸린 사람 가운데 2%가 죽은 것이다. 실제 환자와 사망자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1918년 당시의 기록은 이렇다. “충남 서산지역은 8만 명의 인구 중 6만4000명이 질병에 걸렸으며 매일 100~150명씩 사망해 사망자를 처리할 사람이 없었다. 일반 농가에서는 사람이 없어 추수를 못한 논이 절반 이상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페인 독감은 당시 사람에게는 엄청난 공포였다. 조선총독부는 적절한 방역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를 조선인 탓으로 돌렸다.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는 “조선인이 많이 죽는 이유는 무모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치료 방법에 있다”고 분노에 불을 질렀다. 스페인 독감의 정체는 87년 뒤인 2005년에야 비로소 밝혀진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오래전 스페인 독감으로 죽은 한 여인의 시체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해 확인한 결과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거의 흡사했다. 스페인 독감은 우리가 연례행사처럼 겪는 조류독감의 변형이었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2015년 강연에서 1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바이러스 팬데믹을 예언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는 벌써 다음번 전염병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살인 미생물과의 전쟁’이라는 책에서 미국 미네소타대 마이클 홈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이렇게 단언한다. “장담하건대,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전염병이 또 발생할 것이다. 규모는 더 클 것이다. 5000만~1억 명이 목숨을 잃은 스페인 독감만큼 큰 충격을 줄 것이다.”

팬데믹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를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좁은 우리에 가축을 가둬 키우는 공장식 축산이 바로 가축의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려 전염병과 연례적인 대규모 집단 폐사의 원인이라는 것을.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동물들이 인간에게 쫓겨나자 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에이즈가 그랬고 사스가 그랬고 메르스가 그랬다. 그래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낙타고기 먹지 마세요”라는 황당한 대책이 등장했던 것이다.

최근 5년간 조류독감으로 75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고 50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를 담당할 전문인력인 산업 동물 수의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 전체로는 12%, 부산은 무려 60%나 정원보다 모자란다. 같은 생활권인 울산은 41.4%, 경남은 28.4%가 부족하다. 가축전염병 발생 때 대응에도 급급한 인력으로는 사전 예방은 물론 연구는 언감생심이다. 국내로 반입되는 수입동물과 축산물의 검역과 방역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부산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수산생물 양식연구를 시작한 지역이지만 어류 질병 전문 수의사조차 없는 실정이다.

바이러스는 국경을 넘나들기도 하지만 동물과 사람 사이도 넘나든다. 예전처럼 사람 따로, 동물 따로가 아니라 인간과 동물과 환경을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이른바 ‘원 헬스(One Health)’이다.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파급효과가 창출될 수도 있다. 코로나 백신을 만든 화이자는 작년 한 해 동안 43조 원의 매출 신기록을 세우면서 무려 12조 원의 이익을 남겼다. 올해 부산시 예산의 77%를 한 기업이 순이익으로 챙긴 것이다.

코로나 백신은 인류 백신개발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통상 백신의 개발에는 5~10년, 길게는 십 수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은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협업과 인공지능이다. 부산에서도 여건만 갖춰진다면 대박 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산에는 사람과 동물의 공통전염병 연구는커녕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력조차 태부족이다.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부산시민의‘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시장을 보고 싶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중반, 세계 시총 20대 기업의 80%는 일본기업이었다. 그때 일본은 강마다 댐을 만들고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마을까지 도로를 연결했다. 온 나라를 건설공사로 뒤덮어‘콘크리트 국가’일본으로 불렸다. 지금 일본기업은 세계 시총기업 30위권 이내에 단 한 곳도 없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플랫폼기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혁신이고 디지털 대전환이다. 이번 선거에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면서 디지털 전환을 이야기하는 시장을 보고 싶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박형준표 15분 도시 ‘국힘 시의회’가 제동 걸었다
  2. 2‘697표차’ 부산사하갑 총선 내달 2일 재검표…뒤집힐까
  3. 3산업은행 영업점 총괄실 부산 이전…1월부터 본격 가동
  4. 4"보리밥 좀 더 먹으려 방장 수락…생존 위해 거절 못했다"
  5. 5인천서 일가족 참변…10대 형제 2명 사망, 40대 부모 뇌사상태
  6. 6[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겁 없는 가나 초반에 기죽여야…공격수 ‘골 욕심’ 내라”
  7. 7전세계 홀린 조규성, 가나 골망 뒤흔들까
  8. 8해경, 남천마리나 무단사용 혐의 입주업체 송치
  9. 9“가족도 시설도 노인부양 부담 가중…지역사회 돌봄은 시대 과제”
  10. 102개월 여정 끝낸 갈맷길 원정대…전 구간 완보는 25명
  1. 1박형준표 15분 도시 ‘국힘 시의회’가 제동 걸었다
  2. 2‘697표차’ 부산사하갑 총선 내달 2일 재검표…뒤집힐까
  3. 3검찰 수사 압박에 이재명 “언제든 털어보라”
  4. 4관저회동 尹·與, 이상민 파면 일축…野 “협치 포기 비밀만찬”
  5. 5윤 대통령, 28일 사천 우주항공청 포함 '우주경제 로드맵' 발표
  6. 6한 총리 BIE 총회 참석, 부산 엑스포 3차 PT 나선다
  7. 7[뭐라노]부산 사하갑 697표차 재검표 결과는?
  8. 8국조 합의에도 여야 강대강 충돌 계속되나
  9. 9주한미군에 우주군사령부 만든다…'北ICBM 위협'에 서둘러
  10. 10민주화 이후 첫 장성 강등...고 이예람 중사 사건 '부실수사' 책임
  1. 1산업은행 영업점 총괄실 부산 이전…1월부터 본격 가동
  2. 2화물연대-정부 28일 첫 교섭…결렬 땐 업무개시명령
  3. 3중도매인·부산항운노조 이견…공동어시장 경매 3시간 지연
  4. 4수소차 밸브 글로벌 선두주자…선박·기차 분야로 영역 확장
  5. 5부산항 컨 물량 80% 급감…공사현장 시멘트·레미콘 동났다
  6. 6현대차 넥소용 밸브 양산…1000만 불 수출탑 등 수상
  7. 7[단독]부산엑스포 현지실사 내달 확정…'내년 3말·4초' 가능성
  8. 8민주 '11억 문턱' 종부세 개정 추진…정부 '수용 불가'
  9. 9국내기업 인사철, 부산 경남 인맥 속속 CEO로
  10. 10'김장철 부담 줄었다' 11월 들어 김장비용 계속 하락
  1. 1"보리밥 좀 더 먹으려 방장 수락…생존 위해 거절 못했다"
  2. 2인천서 일가족 참변…10대 형제 2명 사망, 40대 부모 뇌사상태
  3. 3해경, 남천마리나 무단사용 혐의 입주업체 송치
  4. 4“가족도 시설도 노인부양 부담 가중…지역사회 돌봄은 시대 과제”
  5. 52개월 여정 끝낸 갈맷길 원정대…전 구간 완보는 25명
  6. 6점심식사 시간 활용해 건강검진…의료버스, 질병예방 파수꾼 역할
  7. 7부산진구·북구 공유주택 구축…맞춤형 집 수리도 진행
  8. 8고리 2호 연장 공청회 파행에도 강행, 한수원 ‘원안법 규정 악용’ 꼼수 의혹
  9. 9오늘의 날씨- 2022년 11월 28일
  10. 10장난감 리폼해 취약아동에 기부…체험교육장 키즈카페처럼 꾸며
  1. 1[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겁 없는 가나 초반에 기죽여야…공격수 ‘골 욕심’ 내라”
  2. 2전세계 홀린 조규성, 가나 골망 뒤흔들까
  3. 3황희찬 못 뛰고 김민재도 불안…가나전 부상 악재
  4. 4완장의 무게를 견딘 에이스들
  5. 5아시아의 약진…5개국 16강 가능성
  6. 6경기장 춥게 느껴질 정도로 쾌적, 붉은악마 열정에 외국 팬도 박수
  7. 7카타르 월드컵 주요 경기- 11월 28·29일
  8. 8레반도프스키 월드컵 본선 첫 골…폴란드, 사우디에 2-0승
  9. 9‘메시 결승골’ 아르헨티나, 멕시코 2-0 완파
  10. 10일본, 코스타리카에 1-0 패배…16강 불투명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새로운 10년
이태원 참사 사전위험신호, 누가 간과했나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축구공의 공정
밀크플레이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화물연대 파업 후 첫 노·정 대화…정상화 해법 찾아라
윤 대통령 여당과 관저 만찬, 야당에도 손 내밀길
세상읽기 [전체보기]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노포의 가치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