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허약해진 글로벌 경제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덮치면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이 몰아치고 있다. 스리랑카가 국가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올해 갚아야 할 빚이 70억 달러(약 8조6000억원)인데 외환보유고가 19억달러(약 2조4000억 원)에 그쳤다. 결국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기 전까지 빚 상환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인도양의 평화로운 섬나라 스리랑카는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 사건에 이어 코로나 사태로 관광 수입이 줄면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무능한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기름을 부었다. 대통령 중심제에 의원내각제를 가미한 정치 체제를 운용하고 있는 스리랑카는 라자팍사 가문 출신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2019년 고타바야 라자팍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의 형 마힌다 라자팍사는 총리직을 맡고 있다. 정부는 경제난 타개를 명분으로 돈을 마구 찍어 뿌리고 감세 정책을 폈다. 하지만 지난 3월 물가가 전년 동기보다 18.7%나 폭등하는 등 고물가가 이어지고 재정적자가 심화했다. 기름 부족으로 대중교통이 마비됐고 주유소에서 연료를 사려다 탈진해 사망하는 이들까지 생겼다. 시민은 집권 세력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스리랑카의 국가부도 위기 원인으로 ‘중국 부채’도 빼놓을 수 없다. 스리랑카는 10년 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중국에서 빌린 대규모 차관으로 함반토타항을 건설했으나,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2017년 중국 국영 항만기업에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을 넘겨준 상태다. 스리랑카 정부는 현재 인도, 중국, 국제통화기금 등의 지원을 통해 경제난 극복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녹록하지 않을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은 스리랑카만의 위기가 아니다. 남미 페루에선 에너지 가격 상승에 반발한 트럭 운전기사들이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경제대국인 일본도 엔화가치 급락과 함께 42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걱정하고 있다. 다음 달 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최우선 순위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물가 안정이다. 윤 당선인 1호 공약인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한 셈이다. 치솟는 물가는 취약 계층에 더 가혹하다. ‘인플레이션(물가)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란 시장의 경고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