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2500만 명이 거주하는 중국의 경제수도이자 최대 도시다. 청나라 때까지만 해도 한적한 어촌이었다. 상하이가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아편전쟁 덕분이다. 1842년 난징조약이 영국과 청국 사이에 체결되고, 상하이가 개항됐다. 그 후 제국주의 열강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은행·상사 등 경제 침략의 첨병기지들이 이곳에 세워졌다. ‘십리양장적미인(十里洋場的美人)’이란 말도 이때 나왔다. 상하이가 아시아 최고의 패션 도시라는 의미다.
국제도시이자 중국의 자랑이던 상하이에서 공포영화에나 나올 만한 생존투쟁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겠다며 도시 전체를 봉쇄했다. 한달 가까이 외출이 어려워지자 식료품·생필품 부족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필요한 물건을 맞교환하며 식량 부족현상을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교환은 채팅앱을 통해 이뤄지는데 배추와 라면, 휴지와 음식 등을 바꾼다. 상하이의 경제 활동이 멈추면서 전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테슬라 공장이 가동을 멈춘 것은 물론 농심, 오리온 상하이 공장도 문을 닫았다. 상하이의 3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7.5% 감소했다.
현재 온라인에선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배가 고파 죽겠다”는 주민들의 육성을 담은 ‘4월의 목소리’라는 6분 분량의 동영상이 화제다. 황량한 상하이 시내를 담은 항공 촬영 영상을 배경으로 온라인상에서 채집한 상하이 주민들의 절규를 소개한다. 지난달 15일 상하이시 당국자가 방역 관련 기자회견에서 “봉쇄는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영상은 시작한다. 그런 다음 2600명대 감염자가 나온 지난달 26일 “상하이는 중요도시이기 때문에 3~7일 정도 짧은 봉쇄도 할 수 없다”는 시 정부 관계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들의 공언과 달리 상하이는 ‘봉쇄도시’ 한달을 앞두고 있다. 엄격한 격리 방침으로 부모와 떨어진 영아의 울음소리, 아이의 해열제를 구하는 어머니의 목소리, 병세가 심각한 아버지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다는 자식의 호소 등 평범한 시민의 애끓는 사연이 이어졌다.
상하이 봉쇄로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까지 위협받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엄격한 방역정책에도 상하이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2만 여명 발생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진정시키지 못하면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경기 악화는 전염병 확산보다 민심을 더욱 악화시킨다. 중국정부가 ‘제로 코로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