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차재원의 정치평설] 육법정부, 육법당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   입력 : 2022-04-28 20:14:41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육법당(陸法黨)’. 한때 한국정치를 풍미했던 말이다. 육사 출신 정치군인들이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후 법조인, 그중에서도 주로 서울대 법대 출신을 정부 요직에 기용한 데서 비롯된 유행어였다. 정통성이 취약한 데다 국정도 잘 몰랐던 군인들로선 한국 최고 학부를 나온 판·검사들이 필요했다. 이들을 정부와 여당에 적당히 전진 배치해 문민(文民) 이미지로 분칠하는 한편 뛰어난 머리도 빌려 국정운영 허점을 메우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군사정권의 불법적, 폭압적 DNA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유신헌법으로 대변되는 ‘종신독재’, 긴급조치로 인한 언론·표현의 자유 말살,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인혁당 사건,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으로 드러난 정경유착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 최고 엘리트들이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와 법을 죽이는데 부역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항간에선 법을 도륙했다는 의미로 ‘육법당(戮法黨)’이라고 수군대곤 했다.

까맣게 잊어버렸던 육법당을 떠올린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내각 명단을 보고서다. 서울대 법대 출신 장관 후보자가 무려 5명이나 됐던 것. 박진 외교, 권영세 통일, 한동훈 법무, 이상민 행안, 원희룡 국토장관 후보자가 그 면면이다. 정부의 최고정책심의기관인 국무회의를 기준으로 하면 6명으로 늘어난다. 국무회의 의장인 대통령에 취임할 윤 당선인 또한 학과동문이기 때문. 현재 정부조직법상 국무회의 구성인원은 대통령 포함해 20명.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30%를 같은 학과 선후배들로 채우게 된다.

특정학교 편중은 과거에도 종종 시빗거리가 됐다. 하지만 특정학과 출신의 이런 득세는 유례가 없다. 특히 외교·안보를 좌지우지하고, 검·경으로 대표되는 국가 사정(司正)을 책임지며, 여기다 SOC(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부동산 정책의 키를 쥐게 된다. 정부 업무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청문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임명되면 ‘육법(六法)정부’라는 별칭이 붙을 만하다. 물론 군사정권 때의 육법당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당시 주도권을 쥔 ‘무관’ 육사의 들러리였던 ‘문관’ 서울대 법대가 이젠 주인공이 됐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는 쿠데타가 아닌 민주적 선거를 통한 국민의 선택으로 탄생했다.

그럼에도 육법당의 어두운 추억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 법 위반까진 아니더라도 일방적 국정운영, 기득권층 담합, 국민약속 무시 등 불통과 독선이 두드러진 탓이다. 서울대 법대 5명이 포함된 각료 명단을 두고 한 언론은 ‘육서영 전남친’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60대 평균 나이에 서울대와 영남 출신, 여기다 전 보수정권 인사, 남성 위주, 친한 사적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이 다수라는 의미다.

“통합과 협치”. 대선에서 0.73% 포인트 차이의 신승 뒤 윤 당선인의 첫 일성이었다. 그런데 이와 완전 동떨어진 인사다. 탕평은커녕 지나친 편중인사에 일제히 비판이 쏟아졌다. 윤 당선인은 의외로 큰 소리로 되받아쳤다. 지역 학교 성별 안배를 “자리 나눠 먹기”라고 일축했다. 오로지 “전문성과 실력”만을 보고 뽑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도덕성 검증에서 동티가 났다. 위장전입 농지법 위반 탈세의혹에다 ‘조국의 데칼코마니’로 불린 아빠찬스까지. 그래도 누구 하나 선뜻 백기를 들지 않았다. 자신이 병원장으로 있던 대학에 딸과 아들의 잇따른 편입은 누가 봐도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 하지만 당선인 ‘40년 지기’ 정호영 보건복지 장관 후보자는 “윤리·도덕적으로 떳떳하다”고 했다. 이에 고무됐을까. 재벌기업의 사외이사로 고액 연봉을 받다 장관으로 직행하게 된 무려 7명 후보자도 이해충돌 우려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조차도 고쳐 매지 않는다’. 선조들의 공직윤리가 시궁창에 처박히기 직전이다.

“엘리트 기득권 세력의 짬짜미.” 이런 비판에 윤 당선인은 꿈쩍도 않을 태세다. “30대 장관이 많이 나올 것이다.” 청년층과의 약속도 꿀꺽해버린 그에게 여론도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여기다 ‘검수완박’ 여야 중재안을 국민의힘이 뒤엎는 과정에선 ‘윤심(尹心)’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와 당을 청와대 출장소쯤으로 여겼던 육법당 시절 대통령 모습이 어른거린다. 더 큰 문제는 당시 대통령을 ‘전지전능 무오류’로 떠받들며 자리보전에만 급급했던 법률가 참모들의 행태가 오롯이 보인다는 점이다. 안보 공백에다 거액 예산낭비 우려에도 윤 당선인은 집무실 용산 이전을 밀어붙였다. 보수언론까지 뜨악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반대 일색이었다. 정작 내부에선 “아니 되옵니다”는 말이 끝내 나오지 않았다.

과거 고시생들은 ‘육법(六法)전서’에 목숨을 걸다시피 했다. 헌법 민법 상법 등 6개 법이 법률의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육법정부’에서도 기본은 중요하다. 주권자인 국민 눈높이에 시선을 맞추고 그 목소리를 경청하고, 섬기는 자세 말이다. 적어도 현재까진 기본과는 분명 거리가 느껴진다. 새삼 육법당을 떠올리는 이유다. 당연히 육법정부는 육법전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민 여론을 냉정하게 들어야 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 그것도 하루빨리. 아까운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리모델링 밑그림 나왔다…세대수 느는 단지는 164곳뿐
  2. 2혼돈의 조별리그…16강 진출팀 아무도 모른다
  3. 3월드컵 ‘집관족’ 덕에 유통가 웃음꽃
  4. 4벤투호 가나전 2-3 석패…한국 월드컵 16강행 '빨간불'
  5. 5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초읽기…野 “반헌법적”
  6. 6자신만만 일본 ‘자만’에 발목…절치부심 독일은 ‘저력’ 발휘
  7. 7'만찢남' 조규성, 벤투호 에이스로 우뚝
  8. 8[사설] 박형준 시장 핵심 공약 ‘15분 도시’ 제동 걸린 이유
  9. 9산업은행 부산행 가시화…노조 강력 반발
  10. 10세대 증가 없인 분담금·공사비↑…상당수 경제성 걸림돌
  1. 1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초읽기…野 “반헌법적”
  2. 2민주 30일 이상민 해임안 발의…당정 “국조 보이콧” 으름장
  3. 3민주 ‘대통령실 예산’ 운영위 소위 단독 의결…43억 ‘칼질’
  4. 4박형준표 15분 도시 ‘국힘 시의회’가 제동 걸었다
  5. 5‘697표차’ 부산사하갑 총선 내달 2일 재검표…뒤집힐까
  6. 6윤 대통령 지지율 최대폭 상승, 30%대 중반 재진입
  7. 7윤 대통령 '관저 정치' 본격화, 당 지도부보다 '친윤' 4인방 먼저 불러
  8. 8전공노 "조합원 83.4%가 이상민 파면 찬성"
  9. 9尹,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예고 "내일 국무회의 직접 주재"
  10. 10검찰 수사 압박에 이재명 “언제든 털어보라”
  1. 1부산 리모델링 밑그림 나왔다…세대수 느는 단지는 164곳뿐
  2. 2월드컵 ‘집관족’ 덕에 유통가 웃음꽃
  3. 3산업은행 부산행 가시화…노조 강력 반발
  4. 4세대 증가 없인 분담금·공사비↑…상당수 경제성 걸림돌
  5. 5‘식물항만’ 된 평택·당진항…부산 레미콘 공장 ‘셧다운’
  6. 6[뉴프런티어 해양인 열전] <23> 항로표지원 김종호
  7. 7원희룡 “불법행위 엄정대응”…화물연대 "정부, 대화 무성의"(종합)
  8. 8정부도 내년 성장률 전망 1%대로 하향 검토
  9. 9“개도국 지원, 엑스포 발전 공헌…부산형 전략짜야”
  10. 10주가지수- 2022년 11월 28일
  1. 1파업 불참 화물차에 달걀·쇠구슬·욕설 날아들었다
  2. 2이태원 책임자 곧 영장 검토…서울청장도 수사선상 오를 듯
  3. 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2> 벌레와 범려 ; 버러지같은 인물
  4. 4의료진 태운 상선 기관사…"부친 묘지 아름다워 이장 안해"
  5. 5오늘의 날씨- 2022년 11월 29일
  6. 6[눈높이 사설] ‘지방소멸’ 경고…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7. 7역사 현장·평화 성지인 유엔기념공원의 지킴이들
  8. 8[신통이의 신문 읽기] 위기감 커진 산유국들, 새 먹거리 찾는대요
  9. 93년 만의 부산불꽃축제 다음 달 17일 열린다
  10. 10통영~거제 시내버스 환승제 전국 최우수 선정 주목
  1. 1혼돈의 조별리그…16강 진출팀 아무도 모른다
  2. 2벤투호 가나전 2-3 석패…한국 월드컵 16강행 '빨간불'
  3. 3자신만만 일본 ‘자만’에 발목…절치부심 독일은 ‘저력’ 발휘
  4. 4'만찢남' 조규성, 벤투호 에이스로 우뚝
  5. 5카타르 월드컵 주요 경기- 11월 30일
  6. 6전세계 홀린 조규성, 가나 골망 뒤흔들까
  7. 7[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겁 없는 가나 초반에 기죽여야…공격수 ‘골 욕심’ 내라”
  8. 8황희찬 못 뛰고 김민재도 불안…가나전 부상 악재
  9. 9‘김민재 출격’...벤투호 가나전 승리 노린다
  10. 10'한지붕 두가족' 잉글랜드-웨일스 역사적 첫 대결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북항재개발 성공은 부산시장에 달렸다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새로운 10년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이병주 문학 콘서트
축구공의 공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박형준 시장 핵심 공약 ‘15분 도시’ 제동 걸린 이유
‘우주항공청’ 시동…부울경 우주경제 도약 디딤돌
세상읽기 [전체보기]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노포의 가치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