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에서 잘 자라는 팜나무의 원산지는 서부 아프리카다. 동남아시아에 팜나무가 처음 뿌리를 내린 것은 19세기 중반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이다. 이들 국가에서 팜유의 경제적 가치는 엄청나다. 말레이시아 화폐 50링깃(약 1만4500원) 뒷면에는 팜나무가 그려져 있을 정도다.
팜나무 열매는 살균, 압착, 원심분리 과정을 거쳐 팜유 원액(CPO)이 된다. 이를 정제·표백·탈취한 것이 식용 팜올레인유(RBD)다. 열매를 짜는 과정에서 씨를 분리해 압착하면 질 좋은 기름 팜핵유(PKO)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메탄올과 첨가제를 넣어 가공하면 친환경 연료 바이오디젤이 만들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보면 2019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식물성 기름은 모두 2억2603t이다. 이 중 팜유(팜핵유 포함)가 36.7%로 1위, 콩기름은 33.6%로 2위를 기록했다. 보통 식물성 기름은 상온에서 공기와 만나면 부패하는데 팜유는 고체로 유지돼 식품을 가공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다른 식물성 기름의 원료인 콩, 해바라기씨보다 동일한 면적에서 재배량이 10배 이상 많다. 과자 빵 라면 초콜릿 등 우리가 즐겨 먹는 가공식품에 거의 다 쓰인다. 이런 광범위한 용도 때문에 현지 야생동물과 숲을 위협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팜유 세계 생산 1위 인도네시아는 열대우림을 없애 농장을 만드는 등 전략적으로 팜유 시장을 키웠다. 영국 BBC뉴스는 2020년 한 글로벌 기업이 팜농장 개간을 위해 아시아 최대 열대우림인 인도네시아 파푸아에 고의로 불을 낸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 팜유를 ‘지구의 눈물’이라 부르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팜유 생산량은 4689만t으로 2007년 이후 가장 적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세계 식물성 기름 수급 불안이 가속화하고 있다. 두 나라가 주요 식물성 기름 중 하나인 해바라기씨유의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팜유 생산이 줄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부터 팜유 수출업체에 계획된 수출량의 20%를 의무적으로 국내 시장에 팔 것을 명령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식용유 평균 소매가격이 급등하면서 팜유 수출이 지난달부터 아예 금지됐다. 이는 전 세계 식용유 가격을 밀어 올리고 결국 식품 물가를 위협하는 도미노 현상을 빚는다. 요소수에 이어 팜유 대란까지 우려되면서 자원 무기화 대비가 시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