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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조선산업 경기가 회복되면서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수주 실적이 7년 만에 중국을 앞섰다고 한다. 한국 조선업계가 일감을 확보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우리의 조선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조선기자재 공급 및 인력 문제가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당장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조선업 관련 전문직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E-7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선기자재 공급 문제는 간단히 해결책을 내놓기 힘들다. 높은 국산화율로 인해 현재 조선기자재의 대부분을 국내 기업이 공급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국산 조선기자재의 신조 선박 탑재율을 보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조선업 트렌드는 친환경 및 스마트 선박이 대세로 자리 잡았으며, 그동안 정부의 지원과 산·학·연의 기술개발 노력을 바탕으로 우리 조선기자재 기업도 독자 브랜드의 친환경 조선기자재 제품 출시를 위해 매진 중이다.
지금 전 세계엔 제조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전통적인 제조 강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강국들이 저마다 제조업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산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스마트공장 3만 개 구축사업 등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 지원이 있었고, 이를 통해 스마트공장 구축 기업의 생산성 향상, 매출액 증가 등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성과도 있었으나 상당수가 기초 단계에 머물러 추가적인 고도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오는 7월 5일부터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이 시행돼 조선기자재 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기대를 건다. 조선기자재 산업은 주문생산 방식으로 공정 자동화 둥 디지털화가 까다로운 업종으로 인식된다. 조선기자재 기업의 낮은 생산성은 수익성을 악화시켜 독자적인 연구개발 여력을 없애고 저임금으로 이어져 우수한 인력의 유입을 불가능하게 만들기에 조선기자재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더욱 시급한 과제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공장자동화를 넘어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는 개념이다.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는 환경을 가상공간에 구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실행 방법의 하나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실제 사물과 동일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쌍둥이를 3차원 모델로 구현하고 현실과의 동기화 및 시뮬레이션을 통해 관제·분석 등 해당 사물에 대한 의사 결정에 활용하는 기술로, 의사결정을 위한 비용 절감 기간 단축 사고 예방 탄소 배출량 감소 등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위해 해양 분야에서도 공공·민간에서 생산된 해양 빅데이터를 창의적으로 분석·가공·거래·서비스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해양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기로 했고, EU와 IMO 등 국제해사기구는 2050년까지 해사분야 탄소중립을 목표로 환경 규제를 확대한다. 특히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 탄소집약도지수(CII) 적용이 강제돼 조선해운산업 분야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 선박의 운항 데이터 수집 및 관리가 핵심이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은 조선기자재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스마트해양 융복합 서비스를 위한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 고도화 사업’을 시행, 조선해양 특화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선박 운항 효율 고도화, 선박 안전관리 시스템 등 환경규제를 대응하기 위한 조선산업의 디지털 전환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이처럼 조선기자재 산업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산업 특성상 구체적인 전환 방법에 대한 논의는 답보 상태에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기자재 디지털 전환 지원센터’ 설립을 제안하고자 한다.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공간에 조선기자재 기업과 조선소가 포함된 생태계를 생성, 상호 정보 교류를 확대하고 신규 기업의 진입 장벽 완화 등 거래비용을 낮출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변화를 맞아 우리나라 조선기자재 산업의 분류체계 개선도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가상공간은 현실세계를 정확히 반영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조선기자재 산업 분류체계는 산업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조선기자재 디지털 전환 지원센터’를 통해 구축된 가상공간을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분류체계와의 통일 역시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개선된 분류체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디지털 조선기자재 세계를 통해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조선기자재 산업이 도약하기를 희망한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