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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칼럼]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 이수훈 경남대 석좌교수
  •  |   입력 : 2022-05-05 19:56:3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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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한 지 석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잠시 평화협상의 시도가 있었지만 수포로 돌아갔고 이제 푸틴도 젤렌스키도 사생결단의 태세로 전쟁에 임하고 있다. 미국은 신통한 전략도 없이 오로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듯이’ 전쟁물자를 쏟아붓는데 급급한다. 지난주 미 의회는 ‘무기대여법’을 통과시키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견제 없는 전쟁 지원의 길을 터 주었고, 그는 의회에 330억 달러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어떤 세력도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되찾을까에 대해 궁리하는 것 같지 않다.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 같은 국가들도 막상 나토(NATO)의 일원이다 보니 외교력을 발휘할 입장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전쟁의 일차적 책임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있다. 그런 점에서 푸틴을 아무리 비난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그러나 왜 푸틴이 침공했는가를 따져보면 그 원인은 한층 복잡하다. 복잡한 원인의 첫째라면 미국의 대러시아정책 실패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 소련이 해체되고 동서독이 통일을 이루었을 때 미국의 지도자들은 나토의 확장, 특히 동진은 없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뒤집고 미국은 유럽 국가들과 함께 나토 확장정책을 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구소련의 동유럽 위성국가가 대거 나토에 가입했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등. 모스크바의 턱밑까지 나토가 확장돼 나갔다. 그것이 실존적 위협이기 때문에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며 반발했던 러시아를 무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소련에 대한 봉쇄정책을 세운 미국의 전략가 조지 캐넌은 이 같은 나토 동진을 “치명적 실수”라 고 경고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 명성이 드높은 시카고대학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도 나토 동진으로 러시아를 궁지로 몰아가면 결국 푸틴이 선택할 것은 전쟁밖에 없노라고 수 차례 경고했다. 2014년 2월 유로마이단 쿠데타 이후 러시아의 크름(크림)반도 병합 역시 나토 동진의 피할 수 없는 귀결이라고 했다. 특히 중국 견제에 진력해야 할 판국에 왜 러시아를 상대로 전선을 넓혀 중국을 이롭게 하느냐고 따지기도 한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인도·태평양전략은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거다.

이 전쟁에서 푸틴이 물러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틀리면 핵무기도 동원할 것이고, 생화학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미국은 뾰족한 수가 있는가. 없는 것 같다.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몰아내겠다는 것인데 불가능한 목표다. 유럽의 다수 국가도 일단 미국과 한배를 타고 있다. 현재 이 전쟁의 출구가 없다.

이런 가운데 죽어나는 사람들은 무고한 우크라이나 국민이다. 막상 전쟁이 나면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등이 아무 소용이 없는 사치스러운 레토릭에 불과하게 마련이다.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한다느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다느니 따위의 말들은 헛소리에 그친다. 모두 위선적 수사다. 유엔난민기구가 발표한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이 5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숫자는 폴란드를 비롯해 인근 국가로 피난을 간 사람들 통계고, 국내에서 피난을 다니는 사람들도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라 한다. 우크라이나 인구의 4분의 1이 졸지에 피난민이 된 것이다. 이들은 주로 여성과 아이다. 전쟁은 강대국의 야망(푸틴)과 지도자의 실패(젤렌스키)로 인해 발생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특히 약자들의 몫이 되는 점이 여실히 증명된다.

다수의 전문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한다. 당장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 식량가격 인상, 환율 불안, 물가 불안 등등은 모두가 실감하는 바 그대로다. 경제전문가가 아니라서 세세히 따져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한국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부정적 여파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반도 평화와 직결되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한층 어렵게 됐다고 한다. 신냉전으로 분단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을 염려하기도 한다. 미국의 부담 증대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이라 한다. 틀리지 않은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전쟁으로부터 배울 교훈도 적지 않다. 그래서 반드시 부정적 여파만 있다고 볼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전쟁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불과 5년 전인 2017년에 한반도가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평화의 소중함에 대한 새삼스러운 자각이다. 친러 대 친서방과 같은 내적 분열이 초래하는 재앙에 대한 경각심이다. 그 누구도 우리의 안보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처절한 인식이다. 지나친 의존이 낭패를 부를 수 있다는 균형감이다. 신중하고도 사려 깊은 자세다. 신중 사려 균형을 상실하면 한반도라고 강대국 지정학의 갈등에 휩쓸리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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