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산업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환경이다. 과거 국가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됐으며, 여전히 국민 식량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수산업을 이제는 뒷방 늙은이 취급하듯 정책적으로 등한시하는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산업 중 수산업은 비중이 낮은 것이 사실이나 대한민국 식량주권과 전후방 산업 구성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반드시 존속되고 보호해야 할 산업이다. 하지만 1990년 이후 국내 수산업은 꾸준히 하락세를 걷고 있다. 특히 수산업이 현재와 같이 쇠퇴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수산정책의 연이은 실패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산자원의 감소세는 수온변화와 중국어선의 남획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연근해어선의 정책적 규제를 과도하게 설정해 비생산적인 어로 활동을 조장하다 보니 경영난이 가중됐고 이는 선원 고령화, 어선 노후화, 어촌 소멸 등 여러 악순환에 이르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는 수산업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추진 중이다. CPTPP란 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 국가가 참여하는 광범위한 무역협정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3%, 교역액의 15%를 차지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CPTPP는 기존 FTA와는 다르게 관세만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노동 등의 규범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무역협정이다 보니 현재 어업인에게 지원되는 수산보조금(면세유, 각종 수산자금 등)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어업경비 상승으로 경영난을 가중시켜 어업인에게 큰 피해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정부는 국익이나 상대국과의 협상전략을 이유로 들며 수산업계의 피해는 묵인하고 있으므로, 그 피해는 오롯이 어업인과 국민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에서는 CPTPP 가입 시 수산 분야에서 연간 최대 724억 원이라는 단순 해당 어종 수출입 금액 정도만 피해액으로 추산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포함되지 않은 간접 피해와 수산보조금 금지에 따른 경비 상승, 중국의 가입 변수, 수산업의 본질적인 가치 등을 고려할 때의 피해액은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일 것이다.
이토록 수산업계의 생사 문제가 걸린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의나 이해 관계자의 의견 수렴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해당 부처에서는 피해 대책조차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대한민국의 산업구조상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국가 간 통상이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우리 어업인들 또한 국가의 번영과 경제성장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매번 국가 간의 협상에서 우리 수산업이 소외됐으며, 어업인에 대한 합당한 보상도 이루어지지 못한 채 무역협정으로 수혜를 본 업계에서 피해를 입은 업계에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지켜지지 않은 약속만 매번 쌓여가고 있다. 이번 CPTPP도 역시 수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피해보상과 향후 대책에 대한 의견수렴이 전혀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수산업계가 이토록 분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수산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경제성 평가를 조속히 실시하고 우리 어업인에게 CPTPP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행 수산보조금이 국내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므로 보조금을 축소할 것이 아니라 우회적인 방안을 마련해 어업인의 어로 활동과 생계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산업은 우리가 반드시 수호해야할 소중한 산업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궁극적으로 국가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소외된 어업인들의 작은 목소리도 경청해야만 우리 수산업에 찾아온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