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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엘가와 베르디

  • 하순봉 작곡가
  •  |   입력 : 2022-05-10 19:45:5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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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부모 자녀 스승 지인 동료 등 많은 인간관계를 되새기게 하는 계절이다. 이런 오월에 생각나는 두 작곡가가 있다. 에드워드 엘가와 주세페 베르디다.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가 전 재산을 털어 은퇴한 가난한 음악가를 위해 만든 ‘안식의 집’.
엘가는 19세기 빅토리아 여왕과 에드워드 7세 시대 영국이 누렸던 번영을 얘기할 때 꼭 언급되는 인물이다. 엘가는 그의 음악적 공로로 경(Sir) 칭호도 받았다. 그 유명한 ‘위풍당당 행진곡’을 들어보라! 당시 대영제국의 영광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음악인가! 그런데 사실 영국은 이상하게도 그간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세계적인 작곡가가 없다가 이 엘가가 비로소 영국음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엘가는 악기상을 하는 아버지의 가게에서 악보를 보며 독학으로 음악공부를 했고 종교도 가톨릭으로 사회적으론 일종의 비주류였다. 그는 작곡가로 유명해진 뒤에도 틈만 나면 고향에 들러 제자를 가르치고 가족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가장 즐거워한 소박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대표작 ‘수수께끼 변주곡’은 그의 이런 성향을 잘 보여준다. 이 곡은 그의 부인과 본인을 비롯해 모두 그의 지인들을 음악으로 묘사한 총 14개의 변주로 돼 있는데 지인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잘 담겨 있으며 음악적으로도 최고의 경지에 이른 걸작이다. 엘가를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소품 ‘사랑의 인사’는 그의 부인 로버츠에게 바치는 곡이다. 그는 애처가였는데 영혼의 동반자였던 그녀가 떠나자 엘가는 생애의 마지막 십몇 년간을 작품을 쓰지 못했다. 엘가는 가족과 지인들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고 또 주위로부터 존경받은 작곡가였다.

평생 26편의 오페라를 남긴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는 아마 내가 아는 작곡가 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87세로 장수했고 지독한 의지력의 소유자로 80세에 새로운 장르인 희극 ‘팔스타프’를 작곡했으며 초대 이탈리아 정부의 상원의원도 역임했다. 이태리 북부의 작은 마을 론콜레의 여관집에서 태어난 베르디는 떠돌이 악사가 그 재능을 알아보고 그의 아버지에게 음악공부를 권한다. 훗날 성공한 베르디는 이 악사를 찾아 그 여생을 편하게 보내도록 은혜를 갚았으며 후원자인 바레치의 딸과 결혼도 했다. 베르디는 초기의 작품이 성공하며 미래를 보장받았으나 곧 두 자녀와 부인을 병으로 잃어버리게 된다. 나락으로 떨어진 베르디는 거의 폐인이 돼 버렸다.

훗날 베르디는 “가능하다면 나의 모든 작품과 바꿔서라도 나의 가족을 되돌리고 싶다”고 회고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베르디는 결국 ‘나부코’로 재기했고 오페라 역사에 전무후무한 작곡가가 된다. 그러나 그는 생애 마지막으로 또 한 번 위대한 일을 한다. 전 재산을 털어 은퇴한 가난한 음악가를 위한 ‘안식의 집(cassa di riposo)’을 지은 것이다. 오페라로 엄청난 부를 쌓은 베르디는 가난한 음악가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베르디는 사후 저작권까지 이 집의 운영을 위해 쓰도록 조치해 놓았다. 베르디는 “그의 작품 중에 최고의 작품은?”이라는 질문에 이 안식의 집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고 한다. 그는 소박한 장례를 지시했으나 수십만의 시민이 운구행렬을 뒤따랐고 토스카니니의 지휘 아래 수백 명의 합창단이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장엄하게 불렀다. 그는 첫 부인과 이 안식의 집에 합장됐다. 베르디의 동상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그는 모든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렸고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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