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화요경제 항산항심] 주류정권을 대하는 기재부의 처세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5-23 19:26:20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현생 인류의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다.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을 가지는 이들은 대략 20만 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살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사회적 동물’이다!

동시에 그들은 서로 협력했다. 털이 없고 강하지 못해 추위와 천재지변에 취약하며, 빠르거나 날지도 못해 강한 동물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이들에게 협력은 가장 효과적인 생존전략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협력적 존재’다. 이런 협력적 태도는 약 1만 년 전 빙하기에 더 굳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혹한과 배고픔을 개인의 힘과 능력만으로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집단의 생존과 번식은 ‘상호’ 협력만으로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 집단에 대한 ‘일방적’ 희생과 헌신도 자주 요구되었다. 그 속에 자신의 직계 후손이 포함되어 있을 때면 헌신은 필연적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타적 존재’다.

집단을 고려하며 협력을 선호하는 동시에 이타적인 태도는 장구한 세월의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본능’으로 선택되었다. 제도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에게 호모 사피엔스의 성공적 생존은 이런 ‘사회적 본능’ 없이 설명될 수 없었다. 그는 그 본능을 ‘어버이 성향’으로 불렀다. 이 본능의 진화사는 이기적 본능보다 훨씬 장구하며 그 영향력도 강했다. 인류사 전체는 물론 오늘의 자본주의경제를 더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베블런은 경제학모델에 ‘사회적 존재’와 ‘이타적 본능’을 추가했다. 진화생물학이라는 자연과학이 이를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베블런 이전의 철학자들에게서도 이미 개진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했으며, 당시 아테네 시민은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내 개인’으로 행동함으로써 정치공동체 폴리스를 수호했다.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헤겔도 인간을 ‘관계적 존재’로 정의하면서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자유를 온전히 구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철학자 그린 역시 ‘공동선’이 확보되지 않고 개인의 자아는 실현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사회주의자이기는커녕 무려 자유주의자다! 케인스경제학과 제도경제학을 포함하는 이른바 ‘비주류경제학’은 이런 인문학을 기반으로 삼아 경제학을 연구하고 경제정책을 제안한다. 여기서 ‘비주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없는 아웃사이더임을 의미한다.

비주류들은 자본주의경제가 불황에 빠질 때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이 난국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자재정론’을 말하는데, 이는 시장의 ‘주류’들이 강력한 권력과 자원에도 불구하고 이 난국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불황은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가혹하다.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는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한데, 바로 세금이다. 비주류경제학자들은 그들의 인문학에 따라 사회적 존재들에게 증세에 대한 참여를 호소할 수 있다. 적자재정과 증세는 비주류경제학자들의 핵심적 정책수단이다.

하지만 모든 경제학자들이 이런 인문학과 정책수단에 동의하진 않는다. 주류경제학자들에게 호모 사피엔스는 개인적 존재인 동시에 이기적 존재다. 이런 존재는 ‘사회’와 ‘공동선’에 관심이 없다. 주류들의 호모 사피엔스는 증세에 저항한다. 그래서 가능한 세출을 줄여 균형재정을 달성해야 한다. 감세와 균형재정, 심지어 흑자재정은 주류경제학의 정책수단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정신에 가장 투철한 정부조직은 기획재정부다. 주류경제학의 전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종 국가고시를 통해 주류경제학의 철학과 정책을 철저히 연마한다. 고시과목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비주류 문재인 정권의 정책에 대항해 균형재정을 고수하려 했던 건 나름 이해된다. 그게 그들의 인문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과 마주하자 ‘가불’ 추경까지 편성해 지출을 확대하는 건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힘 있는 주류정권이기 때문이리라. 기재부의 이런 처세는 교활해 보인다.

한성안 좋은경제연구소 소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리모델링 밑그림 나왔다…세대수 느는 단지는 164곳뿐
  2. 2혼돈의 조별리그…16강 진출팀 아무도 모른다
  3. 3월드컵 ‘집관족’ 덕에 유통가 웃음꽃
  4. 4벤투호 가나전 2-3 석패…한국 월드컵 16강행 '빨간불'
  5. 5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초읽기…野 “반헌법적”
  6. 6자신만만 일본 ‘자만’에 발목…절치부심 독일은 ‘저력’ 발휘
  7. 7'만찢남' 조규성, 벤투호 에이스로 우뚝
  8. 8[사설] 박형준 시장 핵심 공약 ‘15분 도시’ 제동 걸린 이유
  9. 9세대 증가 없인 분담금·공사비↑…상당수 경제성 걸림돌
  10. 10산업은행 부산행 가시화…노조 강력 반발
  1. 1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초읽기…野 “반헌법적”
  2. 2민주 30일 이상민 해임안 발의…당정 “국조 보이콧” 으름장
  3. 3민주 ‘대통령실 예산’ 운영위 소위 단독 의결…43억 ‘칼질’
  4. 4박형준표 15분 도시 ‘국힘 시의회’가 제동 걸었다
  5. 5‘697표차’ 부산사하갑 총선 내달 2일 재검표…뒤집힐까
  6. 6윤 대통령 지지율 최대폭 상승, 30%대 중반 재진입
  7. 7윤 대통령 '관저 정치' 본격화, 당 지도부보다 '친윤' 4인방 먼저 불러
  8. 8전공노 "조합원 83.4%가 이상민 파면 찬성"
  9. 9尹,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예고 "내일 국무회의 직접 주재"
  10. 10검찰 수사 압박에 이재명 “언제든 털어보라”
  1. 1부산 리모델링 밑그림 나왔다…세대수 느는 단지는 164곳뿐
  2. 2월드컵 ‘집관족’ 덕에 유통가 웃음꽃
  3. 3세대 증가 없인 분담금·공사비↑…상당수 경제성 걸림돌
  4. 4산업은행 부산행 가시화…노조 강력 반발
  5. 5‘식물항만’ 된 평택·당진항…부산 레미콘 공장 ‘셧다운’
  6. 6[뉴프런티어 해양인 열전] <23> 항로표지원 김종호
  7. 7원희룡 “불법행위 엄정대응”…화물연대 "정부, 대화 무성의"(종합)
  8. 8정부도 내년 성장률 전망 1%대로 하향 검토
  9. 9“개도국 지원, 엑스포 발전 공헌…부산형 전략짜야”
  10. 10주가지수- 2022년 11월 28일
  1. 1파업 불참 화물차에 달걀·쇠구슬·욕설 날아들었다
  2. 2이태원 책임자 곧 영장 검토…서울청장도 수사선상 오를 듯
  3. 3의료진 태운 상선 기관사…"부친 묘지 아름다워 이장 안해"
  4. 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2> 벌레와 범려 ; 버러지같은 인물
  5. 5오늘의 날씨- 2022년 11월 29일
  6. 6역사 현장·평화 성지인 유엔기념공원의 지킴이들
  7. 7[눈높이 사설] ‘지방소멸’ 경고…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8. 8[신통이의 신문 읽기] 위기감 커진 산유국들, 새 먹거리 찾는대요
  9. 9부울경 29일 비 그치면 추워진다
  10. 103년 만의 부산불꽃축제 다음 달 17일 열린다
  1. 1혼돈의 조별리그…16강 진출팀 아무도 모른다
  2. 2벤투호 가나전 2-3 석패…한국 월드컵 16강행 '빨간불'
  3. 3자신만만 일본 ‘자만’에 발목…절치부심 독일은 ‘저력’ 발휘
  4. 4'만찢남' 조규성, 벤투호 에이스로 우뚝
  5. 5포르투갈 16강 진출 확정, 한국 16강 경우의 수는?
  6. 6카타르 월드컵 주요 경기- 11월 30일
  7. 7전세계 홀린 조규성, 가나 골망 뒤흔들까
  8. 8[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겁 없는 가나 초반에 기죽여야…공격수 ‘골 욕심’ 내라”
  9. 9황희찬 못 뛰고 김민재도 불안…가나전 부상 악재
  10. 10‘김민재 출격’...벤투호 가나전 승리 노린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북항재개발 성공은 부산시장에 달렸다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새로운 10년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이병주 문학 콘서트
축구공의 공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박형준 시장 핵심 공약 ‘15분 도시’ 제동 걸린 이유
‘우주항공청’ 시동…부울경 우주경제 도약 디딤돌
세상읽기 [전체보기]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노포의 가치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