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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별명과 따돌림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2-05-31 20:02:4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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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은 사람의 외모나 성격 따위의 특징을 바탕으로 남들이 지어 부르는 이름이다. 학창 시절 별명이 없는 이는 찾기 힘들 것이다. 동네친구나 학교 동창들이 외모 특징이나 신체적 약점을 잡아 부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별명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일은 잦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졸린 조(Sleepy Joe)’와 ‘느린 조’란 별명을 지어줬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과 눌변을 조롱한 것이다. 전통 유교사회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게 예의에 어긋난다고 보고 타인을 존중하는 뜻으로 별칭인 자(字)와 호(號)를 썼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서로 허물없이 부르기 위해서 호를 지어 부르며 존칭을 생략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일본 초등학교에서 학생들끼리 별명을 부르는 것을 금지하고, 성 뒤에 존칭인 ‘상(さん)’을 붙이도록 교칙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소 어린 학생들이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집단 따돌림(왕따)의 한 원인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별명 금지 교칙을 놓고 일본 내에서는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상대에게 모욕을 줘서는 안되겠으나 별명을 금지할 경우 원만한 의사소통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못생겼다’와 같은 기분 나쁜 표현이나 신체적 특징을 폄하하는 별명이 집단 따돌림으로 이어질 순 있지만 별명을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는 과거부터 집단 따돌림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다. 이 때문에 자살하는 초중학생들이 흔하다.

우리나라도 집단 따돌림 폐해가 심각하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이 어린 시절 친구를 괴롭힌 일로 활동을 접는 사례도 많다. 어릴 적 집단 따돌림으로 생긴 트라우마는 어른이 돼서도 우울증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이 2016년 한국인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참여한 18세 이상 성인 4652명(평균 나이 49.8세)을 분석한 결과다. 응답자 중 우울증으로 진단된 경우는 216명(4.64%)인데 성인 이후 발병한 우울증과 가장 큰 연관성을 보인 것이 집단 따돌림이었다. 어릴 적 집단 따돌림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남을 비하하는 별명보다는 상대방의 소중한 이름을 불러주는 언어습관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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