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차재원의 정치평설] 민주당, ‘닮은꼴’ 영국 노동당에 배울 점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6-02 19:53:3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일 제8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했다. 이를 보면서 떠오른 것은 지난 2019년 영국 총선이었다. 노동당은 이 선거에서 84년 만에 최소의석이라는 처참한(disastrous) 패배를 당했다. 당초 박빙으로 점쳐졌던 선거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다. 당시 선거는 보수당 보리스 존슨 총리의 ‘벼랑 끝 전술’에 따라 마련된 조기 총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를 놓고 심각한 내홍에 시달리던 존슨 총리가 돌파구로 총선카드를 내밀자 당내 반발은 더 격화됐다. 노동당으로선 충분히 해볼 만한 선거였다.

물론 이번 선거는 민주당으로선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 이내 선거에선 정국 안정론이 견제론을 앞서기 마련. 그럼에도 민주당이 해볼 만한 여건은 충분했다. 대선 승부가 불과 0.73% 차이로 갈렸다. 정권은 넘어갔지만, 여전히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으로 입법권은 틀어쥐고 있었다. 여기다 대여 공격용 소재가 차고 넘쳤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서 드러난 새 정권의 불통, 서육남(서울대· 60대·남성)으로 대변되는 편중 인사 등이 대표적 사례. 그래서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최소 7개, 잘하면 9개까지 승리를 내심 예측하기도 했다. 단순히 전망과 다른 선거 결과 때문이라면 비슷한 사례는 많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노동당을 떠올린 이유가 뭘까. 두 선거 모두 상대가 잘해서라기보다 스스로의 잘못으로 무너진 측면이 더 크다는 점 때문이다.

2010년 정권을 빼앗긴 노동당은 2015년 총선에서도 연이어 패배했다. 당시 에드워드 밀리반드 당수의 좌경화 노선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것. 하지만 총선 후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외골수 급진좌파 리더 제러미 코빈이었다. ‘사회주의 노선으로 국가개조’를 들고 나선 그에게 강성 지지층이 결집한 것. 유권자들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여 반성하려는 움직임은 졸지에 멈춰버렸다. 이념적 편향성을 강화하며 원칙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외려 커져 버렸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행보 역시 이와 꼭 닮은꼴이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이가 패배 책임이 컸던 윤호중 원내대표였다. 선거 직후 스스로 사퇴했던 송영길 당 대표는 느닷없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패배 당사자였던 이재명 후보는 당 안팎의 우려에도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국회의원 보선에 출전했다. 스스로 다짐했던 반성과 혁신은 시나브로 사라져버렸다. 더 큰 문제는 민심을 아랑곳 않은 채 원칙에 더 집착한 태도였다. 정권이양 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꽂혀 절차적 정당성을 걷어차 버렸다. 그 와중에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은 빛이 바랬다. 당연히 더 큰 비판을 자초했다. “집권 기간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검찰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방탄용 입법 아니냐.” 이에 당내에서 속도조절론이 나왔다. 그러나 “문재인·이재명을 지키자”는 지지층의 고함에 묻혀 버렸다. 오히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개혁성을 더 벼려야 한다는 강경론이 득세했다.

2019년 조기 총선에 나선 노동당 역시 코빈 당수의 급진 개혁론에 끌려갔다. 무상의료 확대, 철도 재국유화, 대학 등록금 폐지, 초고속인터넷망 무료, 주4일근무제 등이 주요공약으로 채택됐다. 5년 전 실패의 답습을 우려한 중도파가 반발했으나 바로 진압됐다. 코빈의 원칙과 좌고우면하지 않는 직진 스타일에 강한 ‘팬덤’이 형성된 것. 이에 따른 선거 결과는 이미 말한 대로 참패였다. 유권자들의 심판은 놀라울 정도였다. 노동당의 정치적 텃밭, ‘레드 월(Red Wall)’로 불렸던 폐광촌 지역이 보수당으로 넘어갔다. 선거 뒤 시사주간지, 포린폴리시(FP)는 “코빈과 그 지지자들이 1970년대에 갇혀 있었다”고 일갈했다. 급진적 어젠다가 담긴 노동당 정책집을 든 1973년의 코빈 사진을 함께 게재하면서 시대착오적 행태를 지적했다.

적어도 여기까진 두 당이 닮은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후 과정은 어떻게 될까. 코빈은 참패 이후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고 깨끗이 물러났다. 중도외연 확장을 내건 키어 스타이머가 당권을 쟁취했다. 그리고 노동당은 올해 5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크게 이겼다. 민의를 수렴한 중도화 노선이 먹혔던 것이다. 재집권을 위한 중요한 포석을 마련했다.

일단 민주당도 비상대책위가 바로 물러났다. 하지만 ‘0선’의 이재명 대선후보는 이제 금배지를 달고 본격 정치무대인 국회로 나간다. 용퇴를 거부했던 86세대 중진들은 여전히 당내 최대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노동당 같은 변화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도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꼭 했으면 한다. “맹목적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 ‘내부총질’이라는 비판에도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끝까지 강조했던 약속이다. 이를 위해선 팬덤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으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 지지층을 넘어 모두를 안을 수 있다. 대중, 국민의 눈높이와 눈을 맞춰야 한다. ‘내로남불’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털어낼 수 있는 최고의 처방전이다. 1900년 창당된 노동당이 아직 살아있는 것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모델은…고속·수소전동차, 하이퍼루프 3파전
  2. 2부산대병원장 임명 미루는 교육부, 배경엔 대통령실?
  3. 3‘짓고도 못쓰는’ 자갈치아지매 시장 내후년 문 열까
  4. 4‘한 명의 아이도 포기않겠다’…공교육 표준 마련에 헌신
  5. 5연 10% 적금에 1277억 몰려…남해축협 해지 읍소(종합)
  6. 6유치원 찾아 삼만리…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발동동
  7. 7여당몫 상임위원장 5명 교체…PK 3명
  8. 8대우조선도 에어부산도…산업은행장 손에 달린 PK 현안
  9. 9기다려! 유럽 빅리그…내가 접수하러 간다
  10. 10올 수능, 수학 어렵고 국어 쉬웠다…이과생 ‘문과침공’ 거셀 듯
  1. 1여당몫 상임위원장 5명 교체…PK 3명
  2. 2김건희 여사 부산 금정구 몽실커피 깜짝 방문, 직원들 격려
  3. 3세 과시한 친윤…공부모임 ‘국민공감’ 의원 71명 참석
  4. 4비명계 “이재명 100일, 방탄 빼고 뭐 했나”
  5. 5윤석열 지지율 5개월만에 40%대, 정당은 국힘이 역전
  6. 6부산 온 안철수 "당 대표 되면 총선 170석 획득해 승리 견인"
  7. 7여야 예산안 협상 '벼랑끝 싸움'..."초당적 협조"VS"부자 감세"
  8. 8도 넘은 北 '이태원' 흔들기...미사일에 악성코드 보고서까지
  9. 9김건희 여사 부산 방문해 깜짝 자원봉사
  10. 1015일 윤 대통령'국정과제 점검회의' 100분 생중계, 지방시대 전략도 논의
  1. 1‘짓고도 못쓰는’ 자갈치아지매 시장 내후년 문 열까
  2. 2대우조선도 에어부산도…산업은행장 손에 달린 PK 현안
  3. 3野 ‘안전운임 3년 연장’ 수용에도…정부 “타협없다, 복귀하라”
  4. 4창업기업 지원 ‘BIGS’ 매출·고용 목표치 껑충
  5. 5수산식품산업 현재와 미래, 부산서 찾는다
  6. 6따뜻했던 11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늘었다
  7. 7연금 복권 720 제 136회
  8. 8원재료 값 뛰면 단가에 반영…‘납품단가 연동제’ 국회 통과
  9. 9주가지수- 2022년 12월 8일
  10. 10아파트 거래절벽 심화에…수천만 원 포기 ‘마이너스피’ 속출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모델은…고속·수소전동차, 하이퍼루프 3파전
  2. 2부산대병원장 임명 미루는 교육부, 배경엔 대통령실?
  3. 3‘한 명의 아이도 포기않겠다’…공교육 표준 마련에 헌신
  4. 4연 10% 적금에 1277억 몰려…남해축협 해지 읍소(종합)
  5. 5유치원 찾아 삼만리…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발동동
  6. 6올 수능, 수학 어렵고 국어 쉬웠다…이과생 ‘문과침공’ 거셀 듯
  7. 7흰 것과 검은 것으로 눈부신 세상…스님 부디 길을 닦지 마오
  8. 8국립환경과학원 “코로 마신 가습기살균제 성분 폐 도달”
  9. 9질병에 생계 막막…진단·치료비 절실
  10. 10오늘의 날씨- 2022년 12월 9일
  1. 1기다려! 유럽 빅리그…내가 접수하러 간다
  2. 2PK의 저주…키커 탓인가, 골키퍼 덕인가
  3. 3슈퍼컴은 “네이마르의 브라질 우승”
  4. 4토트넘 한솥밥 케인-요리스 ‘맞짱’
  5. 5벤치 수모 호날두, 실내훈련 나왔다
  6. 6무적함대도 못 뚫었다…다 막은 ‘야신’
  7. 7거를 경기 없다…8강 10일 킥오프
  8. 8축협 저격? 손흥민 트레이너 폭로 파장
  9. 9프랑스 또 부상 악재…음바페 훈련 불참
  10. 10호날두 대신 나와 3골…다 뚫은 ‘하무스’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시민의 힘으로 위트컴 장군을 기립니다
함께하는 나눔, 지속가능한 부산
기명칼럼 [전체보기]
출구전략이 아니라 전력투구가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울경 합동추진단 예산 삭감 논란을 보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도청도설 [전체보기]
우크라이나의 투혼
코리안 에이지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부산형 급행철도 구체성 높여 시민 설득하라
건강보험 누수 막고 합리적인 재조정 나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빨라야 위태롭지 않다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이태원 연가
와인 한잔할래요?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