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밀과 쌀, 옥수수에 이은 세계 4대 주요 작물이지만 오랫동안 푸대접을 받았다. 스페인인들이 16세기 남미 페루에서 유럽으로 감자를 가져왔으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프랑스에 처음 감자가 도입되었을 때는 가난한 사람이나 군인이 먹는 투박한 음식이라는 부정적 선입견이 있었다. 땅속뿌리에서 자란 감자의 울퉁불퉁한 모습이 무서운 병이었던 천연두를 연상시켰던 탓에 만지기만 해도 병을 얻는다고 생각했다. 이후 유럽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지면서 감자는 구황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감자가 세계인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된 데는 패스트푸드업체의 역할이 컸다. 햄버거를 먹을 때 빠뜨릴 수 없는 메뉴가 콜라와 감자튀김이다. 요즘 패스트푸드점 메뉴판에 감자튀김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햄버거 세트를 시키면 감자튀김 대신 다른 사이드메뉴를 준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감자튀김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햄버거 브랜드 ‘롯데리아’ 일부 매장에서는 가늘고 긴 감자튀김이 아닌 구불구불한 모양의 감자튀김을 제공해 일부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프렌치프라이드용 감자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패스트푸드업체들은 감자 공급처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가뭄으로 주요 감자 수출국의 수확량이 준 데다 코로나19사태로 운송대란이 벌어져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한다.
작황 부진과 재배 면적 감소로 국내산 감자도 구하기 힘들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감자 도매가격(20㎏)은 3만9560원(7일 기준)으로 1년 전 가격(2만5028원) 보다 58% 올라 ‘금자’로 불린다. 감자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부 제과업체는 감자를 재료로 하는 과자 가격을 올렸다. 이 같은 감자 부족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식량 위기의 또다른 단면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다. 이중 곡물자급률은 20.2%(사료용 포함)에 그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곡물의 8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식량 부족 현상으로 세계 각국이 식량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가 6일(현지시간) 세계 곳곳에서 식량 위기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우리 정부도 식량 안보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