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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20㎝ 청어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6-14 19:03:4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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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공무원과 장·차관, 심지어 일부 수산 연구자까지 바다와 물고기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주로 행정·기술고시 출신 관료가 수산정책과 어업규제를 만드는데, 바다에서 배를 타고 손에 물칠이나 한번 해봤는가? 공무원이 탁상공론 어업 규제를 새로 만들 때마다 어민은 괴롭다.

어업을 중시하겠다고 천명하고 첫 현장방문지로 부산공동어시장에 갔던 새 정부 첫 해양수산부 장관이 취임해 떡하니 내놓은 첫 어업 정책이 ‘청어 20㎝ 금지체장’이다. 기대가 컸는지 실망도 크다. ‘20㎝ 이하 청어 잡으면 처벌받는다’는 국제신문 기사 제목대로라면 우리 바다에서는 어선을 타고 조업하는 즉시 잠재적 범법자가 된다. 잡는 것이 아니라 그물에 잡히는 것이고, 어느 그물에라도 새끼 청어가 잡힐 확률은 0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물에 잡혀 어선에 올라온 청어는 즉시 죽어버린다. 금지체장 20㎝라면 이보다 작은 이미 죽은 청어를 자로 재면서 하나하나 골라내어 바다에 버리고 오라는 말인데, 해수부 공무원이 직접 어선을 타고 이 작업을 먼저 한번 해봐야 한다. 파도에 흔들려 몸도 가누기 힘든 배 위에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공무원과 장관은 체험해봐야 한다. 현장 경험도 없이 어업규제를 만드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

더구나 죽은 물고기를 바다에 버리는 행위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금한다. 이미 오염물질이며, 다른 생물에 먹혀야 할 먹이가 바다 바닥에 가라앉아 썩으면서 저서생태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어린 물고기를 그렇게 사랑해 보호하고 싶다면 그물에 잡혀 죽기 전에 규제해야 한다. 이미 옛날부터 해온 그물코 크기 규제가 대표적이다. 그물 자체가 어린 고기일수록 더 잘 빠져나가고 더 적게 잡혀 미성어를 보호하게 돼 있으니 따로 금지체장을 정할 필요도 없다. 그물코 크기를 아무리 크게 해도 소량의 어린 고기는 잡히게 마련이다. 그래도 그물에 잡히는 어린 물고기라면 버리지 않고 그대로 팔게 하면 아무 문제 없는데, 해양수산부는 청어 새끼인 솔치를 말려 판다고 자연에 무슨 대단한 죄악이라도 저지르는 양 인터넷 쇼핑몰까지 단속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나 솔치가 최근에 많이 잡히는 건 기후변화로 1990년대 이후 청어와 대구 개체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고기, 큰 고기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이 사람 건강에도 좋고 바다 생태계에도 좋다. 큰 고기만 골라 편식하고 어획하는 서양에서는 이미 심각한 생태계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어린 물고기는 무조건 잡지도 말고 팔지도 말자고 10년 넘게 홍보해 청소년과 젊은이가 수산물을 점점 멀리하고, 대신 건강에도 안 좋은 치킨이니 햄버거 같은 서양음식을 좋아하도록 아예 어릴 때부터 세뇌를 시킨다.

20㎝ 기준도 평균성숙체장 가지고 대충 정한 것이 뻔하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모든 어종에 대해 일률적으로 성숙체장 기준으로 금지체장을 정하는 것은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고, 행정 처리에도 편하기 때문이다. 수산을 잘 모르는 행정공무원이나 똑똑한 중학생도 산란기 어시장에서 구입한 물고기 배 속에 알이 잘 보이는지 체장별로 세어서 엑셀 회귀분석을 하면 평균성숙체장을 계산할 수 있다. 더구나 성숙체장은 대부분이 멸종 위기에 처한 개체군을 대상으로 어미 물고기를 보호하는 비상대책 기준이지 미성어를 보호하는 기준이 아니다. 미성어 대신 성어를 보호하는 게 좋은지도 고민 안 해보고 무조건 미성어 타령이다. 청어 수산자원을 늘리려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물코 크기에 따라 청어가 얼마나 잘 생존하고 자라서 어획 대상이 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이처럼 금지체장은 이중규제이고, 어린 물고기 보호 효과도 거의 없이 어업 경영만 악화시키는 관행적인 규제이므로 모두 없애야 한다. 새로운 규제로 정량실적을 늘려 기관 평가를 잘 받고, 국민에게 뭔가 열심히 일해 밥값은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은 좋으나 현장을 모르면 자꾸 일을 벌이려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어민 도와주는 길이다.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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