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주 5일 근무제가 시범 시행됐던 2004년 7월, 많은 이가 늘어난 휴일을 버거워했다. 일주일에 6일을 일하고 야근을 미덕으로 여겼던 시대상이다. 변변한 취미도 없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던 터라 주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다툴 정도로 장시간 노동과 야근으로 악명 높았다. 당시 정부 주도로 주 5일제 도입이 결정되자 반대가 쏟아졌다. 기업경쟁력이 약화된다, 아이들이 학교대신 학원을 전전하게 된다 등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주 5일제 도입 후 18년이 된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근무 형태가 다양화하면서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하루 8시간씩 주 32시간만 일하는 ‘월화수목일일일’ 시대를 열자는 것이다. 최근 영국 기업들은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실험에 착수했다. 은행, 투자회사, 병원 등 70여 개 기업에서 3300명이 참여해 6개월간 주 4일 근무를 시행한다. 근무 시간은 80%로 줄이면서 생산성과 임금은 100%를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골자다. 5일 치 일을 4일간 짧고 굵게 끝내는 게 가능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기업들에 이를 장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주 4일제를 통해 생산성 증대와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노동시간과 성과가 반드시 비례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미 주 4일 근무제를 본격화한 나라도 있다. 북유럽 국가인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회사원, 유치원 교사 등을 대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주 4일 근무를 시범 운영했다. 현재는 근로자의 45%가 임금 감소 없이 주 4일 일하고 있다. 국내에는 카카오가 다음 달부터 격주 4일 근무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주 4일제에 대한 근로자의 선호도는 높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885명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사내 복지제도를 조사한 결과, 주 4일제(23.4%)가 1위를 차지했다. 주 4일제는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언급될 만큼 거대 의제로 부각됐다. 물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법정근로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도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규모, 업종에 따라 오히려 갈등만 불거질 수 있어서다. 이런저런 논란 속에서도 근무시간을 점차 줄이는 것은 시대적 흐름인 것 같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