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방문 첫 일정으로 삼성 반도체 공장을 시찰해 반도체 산업에 관한 관심이 집중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반도체 산업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핵심이다. 인재 양성을 위해서 풀어야 할 규제가 있으면 과감하게 풀고 정부가 재정으로서 지원해야 할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 후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부처는 앞다투어 반도체 인재 양성에 관한 정책을 쏟아냈다. 개발도상국에서 인재 육성을 통해 선진국으로 진입한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재 육성이 필요한 산업이 비단 반도체 산업뿐일까? 현재 세계 1위 위상의 조선·해양산업은 지난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가 총 206척을 수주했다. 이는 표준선 환산톤수(CGT) 기준으로 1만212CGT에 달해 현재 3년 치 가량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이나 수주된 선박을 건조해야 할 생산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조선·해양산업 종사자가 업종 활황기였던 2014년 20만3000명에서 작년 말 9만2000명 수준으로 약 55% 감소했고, 최근 수주한 선박이 본격적으로 착공되는 올해 생산인력 수요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약 9500명의 생산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해양산업 현장에서 구조조정된 10만여 명의 숙련 인력은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건설업계 등 다른 산업으로 이직을 하거나 경쟁 해외 조선·해양업체로 취업하며 현장을 떠났다. 이들은 국내 조선·해양산업이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으로 돌아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지금 당장 조선·해양산업 생산인력 부족 사태 해소를 위해 정부는 업계 요구에 따라 외국인 기능인력 도입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것은 수주된 선박 건조를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환영할 만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조선·해양 산업계가 비정규직 하청 위주의 인력 정책에서 정규직 전환 및 안정적인 고용 유지 정책 제시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조선소로 변화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 국내 숙련 인력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을 세계 1위로 이끈 핵심은 조선·해양 분야를 전공한 기술 인력과 세계 기능대회를 석권했던 기능인력 등 우수한 인재 덕분일 것이다. 이러한 조선·해양산업에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상실될까 두렵다. 과거 세계 최강이었던 일본 조선산업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조선·해양산업이 세계 1위의 위치에 오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는데 더욱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선·해양산업에 대한 다양한 인력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안정적인 기술 인력 확보를 위해 조선·해양공학과가 있는 대학과 기능인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에 핵심 인력 육성을 위한 과감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학교는 인력 공급자 중심에서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요자 중심의 인재 양성 교육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특히 미래 조선·해양산업이 친환경, 자율주행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스마트 조선소(K-Yard) 등 선박 생산 디지털화가 진행돼 이에 대한 인력양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시급하다.
조선·해양산업은 기술집약적이면서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스마트 기술로 세계 1위를 유지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산업으로 우리나라가 잘 가꾸어 성장·유지해야 한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박노해 시인의 ‘다시’란 시가 생각난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조선·해양산업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심상목 부경대 공학박사·기술사(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